지난달 21일, 수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고대하던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이뤄졌다. 그동안 수수료, 단말기, 관련 기술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첫 출시국 미국에 비해 무려 8년이나 늦은 국내 도입이다. 도입은 한참 늦었지만 서비스 시작 반나절 만에 애플페이 등록자가 20만 명이 넘어갈 만큼 애플페이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국내 간편 결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온라인 간편 결제의 강자, 네이버페이와 연합을 하며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출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의 애플페이, 네이버페이와 손을 잡은 삼성페이 과연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오늘은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면면을 비교해 보고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 전후의 간편 결제 시장 변화를 정리해 보겠다.
애플페이 vs. 삼성페이
현재까지의 이용자 수는 삼성페이의 승, 하지만 곧?
1월 기준, 삼성페이의 국내 이용자 수는 1630만 명, 이는 전체 간편 결제 앱 이용자 수의 약 40%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한다. 출시 이후 7년간 꾸준히 사용자를 늘려온 만큼 국내 시장에서 삼성페이의 점유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빠른 성장세를 보면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 애플페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출시 반나절만에 20만 명 이상이 등록한 것에 이어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의 빠른 성장세는 (초창기의 독점권은 없어졌지만 아직 공식 제휴를 발표한 카드사가 없기 때문에) 현재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사, 현대카드의 신규 발급 건수를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2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체크카드 발급 수는 17만 9천 장,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알려진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이어 지속적으로 발급수가 늘고 있고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늘어난 수치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2022년 말 기준의 국내 아이폰 수가 1250만 대라고 하는데, 이 중 절반만 애플페이에 등록한다 해도 애플페이는 600만 건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고, 또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를 사용한다던 유저가 많은 만큼 애플페이의 출시로 인해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이용자도 꽤 있을 것 같다.
애플페이의 발목을 잡는 가맹점 확대, 결제 방식과 수수료가 좌우할까?
하지만 애플페이의 절대적인 승리를 점칠 수는 없다. 애플페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큰 요소, 바로 삼성페이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가맹점이 문제다. 이는 국내 실정과 다른 결제 방식이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애플페이의 결제 방식은 결제 수단을 단말기에 가까이 가져가 비접촉 무선 통신으로 정보를 전달해 결제하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이다. 문제는 국내에 이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 보급률이 10% 안팎이라는 사실, 애플페이를 사용하려고 해도 결제를 할 수 있는 곳이 매우 부족한 것이다. 현재는 백화점, 편의점, 대형 마트와 프랜차이즈 카페 정도가 NFC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카드는 ‘NFC 단말기 무상 제공’ 카드를 내놓았으며 애플페이 가맹점을 최근 10만 개까지 빠르게 늘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NFC 단말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판매자의 스마트폰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단말기 없이 결제를 받는 ‘폰투폰’ 방식이 그것으로, KT 등에서 개발한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서비스 중이라고 한다.
그럼 애플페이로 결제 가능한 가맹점만 늘어나면 되는 걸까?
하나 더, 수수료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페이는 수수료가 0%, 즉 수수료가 없었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경우, 사용자나 가맹점에는 수수료가 없지만 카드사가 결제 건당 0.10~0.1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권이 없어졌어도 다른 카드사들은 애플페이의 수익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삼성페이는 NFC는 물론, 기존 카드 결제 단말기인 MST 단말기에서도 사용 가능한 결제 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더불어 최근 네이버페이와의 동맹을 시작, 삼성페이 사용자는 55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비롯한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네이버 페이 역시 전국의 약 300만 개 이상 삼성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가맹점이 부족한 애플페이에 대응해 사용처를 크게 확대시켰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결제당 랜덤 포인트 제공, 추가 적립, 무작위 추첨 포인트 제공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페이들은?
‘오픈페이’를 출시했지만…
지난해 12월,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사들이 상호 연동 가능한 앱 카드 서비스, ‘오픈페이’를 출시했다.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마찬가지로 1개의 앱카드 서비스에서 다른 카드사의 카드도 등록해서 간편 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뒤를 이어 신한, 롯데 등이 오픈페이를 출시했고, BC와 NH농협 등도 출시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만 야심 차게 출시했던 초반과 달리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카드사들이 빠르게 늘고 있지 않고 그 와중에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연합,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 등으로 경쟁에서 이미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연합하고, 강화하고, 새롭게 참전하고
네이버페이가 삼성페이와 손을 잡았듯 또 다른 빅테크 기업, 토스는 CU와 연합을 결정했다. 토스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에 이어 3번째로 온라인 간편 결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전국 CU 매장에서 토스페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점진 도입을 결정하며 오프라인까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11번가는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 SK페이에 NFC 결제 방식을 새롭게 적용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에 새롭게 참전한 기업도 있다. 바로 최근 뷰티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한 컬리다.
컬리는 이달 초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 ‘컬리페이’와 함께 BC카드를 통해 전용 카드까지 출시했다.
경쟁에서 빠지는 기업들
사실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은 애플페이 출시 전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그리고 삼성페이까지 이른바 3강이 무려 90% 가까이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나머지 매우 적은 파이를 가지고 다른 서비스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엄청난 대형 신인 애플페이의 출시 이후 아예 간편 결제 서비스에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먼저 NFC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해 아이폰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했던 미래에셋페이가 6월 중순 종료를 발표했고, 독특한 방식의 할인 혜택으로 많은 가입자를 모았던 차이페이 역시 올해 하반기 종료가 결정되었다. 또 신세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SSG페이(쓱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종료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변화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불러온 이야기들을 나눠보았다. 주위에 애플페이를 실제로 써본 사용자들의 리뷰를 들어보면 오픈부터 결제까지 프로세스가 매우 빠르고 애플워치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 생각보다 더 편리하다는 등 호평이 참 많았다. 아직까지는 아쉬운 점으로 거론되는 교통카드 기능까지 가능해진다면 애플페이의 성장세는 놀라울 듯하다. 또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로 인해 아이폰 사용자는 물론,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사용자도 더 많은 곳에서 간편 결제 사용이 가능해진 효과가 생겼다. 이후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의 판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 더욱 기대가 된다.
해당 글은 엠포스 디지털 마케팅 그룹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