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문 트리거, 높은 공간의 밀도, 연결을 통한 확장까지
왜 하필 노티드 ‘월드’냐고요?
지난 3월 31일 노티드 월드가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드디어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노티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다운타우너, 호족반, 애니오케이션 등으로도 유명한 F&B 기업 GFFG의 대표 브랜드인데요. 매출과 인지도 면에서 1위인 것은 물론, 단순한 외식 브랜드를 넘어 IP(지적재산권)와 커머스 확장의 첨병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12월 GFFG가 무려 300억 원이나 되는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노티드의 잠재력 덕분이 아니었나 싶고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노티드 월드 오픈을 기다려 왔습니다. 노티드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인 노티드 월드를 보면 GFFG가 추구하는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식 오픈 전날인 3월 30일과 오픈 2일 차인 4월 1일, 2차례에 걸쳐 노티드 월드를 꼼꼼히 살펴보았는데요. 역시 GFFG가 괜히 브랜딩 장인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결을 크게 3가지 포인트로 정리하여 나눠드릴 예정이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노티드 월드를 탐구하기 전에, 왜 이곳의 이름이 하필 노티드 ‘월드’일까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름을 지을 때는 항상 그 대상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지 않습니까? 사실 ‘월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매장이 자리 잡은 곳이 롯데’월드’몰인 이유도 있었겠지만요.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이준범 대표가 밝혀온 GFFG의 최종 목표가 브랜드와 콘텐츠를 모아, 일종의 ‘놀이동산 – 푸디버스’를 구축이었기에 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월드란 단어 자체가 놀이동산을 연상시키고요. 노티드의 새로운 매장을 놀이동산처럼 온갖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고객을 매료시키는 장소로 만들 거라는 포부를 담은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어지는 본문 역시, 노티드 월드가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강화시키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경험을 주는 매장이라 할지라도, 결국 고객이 찾아와야 의미가 생기는 법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어떻게 고객을 모을까’인데요. 결국 이러한 집객 요소가 성과에 직결되며, 매장의 성공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노티드 월드에는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트리거가 하나도 아닌, 여러 개가 아주 잘 갖춰져 있었고, 따라서 성공을 향한 첫 관문을 무척이나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노티드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 쓴 건 역시 콘텐츠였습니다. 특히나 메뉴에 엄청난 공을 들였는데요. 오직 노티드 월드 만을 위한 단독 메뉴를 컵케이크 8종, 우피파이 2종, 슬러시 3종까지 무려 13가지나 준비했을 정도였습니다. 호불호가 잘 갈리지 않는 대중적인 메뉴를 픽한 후, 화려한 데코나 차별화된 용기를 통해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 포인트를 더하는 등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고요.
또한 롯데월드몰이라는 입지 자체도 상당히 현명한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보통 백화점 등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경우, 아무리 큰 면적의 매장이라고 하더라도 답답함을 주기 마련입니다. 실내에 위치해 있다는 한계는 어쩔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롯데월드몰은 석촌호수를 끼고 있기에, 접근성은 도심인데 마치 교외 카페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고객들은 노티드 월드 단독 메뉴를 석촌호수가 보이는 통창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는데요. 이렇듯 잘 설계된 만족한 경험은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수많은 SNS 게시물들로 이어지며, 더 많은 고객들이 매장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바이럴 효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티드에게는 약간의 운도 따랐는데요. 하필 그랜드 오픈 시기가 벚꽃 개화 시기와 딱 맞물린 겁니다. 기존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 2월 말, 3월 초 오픈일이 뒤로 밀리고, 고온 현상으로 개화는 빨라지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난 건데요. 덕분에 오픈 첫날엔 입장 마감이 돼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였고, 2일 차에 또 갔을 때도 무려 4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매장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의 밀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이처럼 기나긴 웨이팅 끝에 겨우 들어선 노티드 월드 매장. 그런데 안은 의외로 한산하였습니다. 일단 테이블 간격 자체가 넉넉하기도 했고요. 주문을 하기 위해 늘어선 줄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사전 오픈 때보다도 더 여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정말 철저한 인원 통제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는데요. 입구에서 예써라는 서비스를 통해 매장 고객과 포장 고객을 분류하여 정말 적정 인원만 입장시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GFFG 자체가 오픈런과 줄 서기 관리 역량이 매우 탁월한 기업이긴 한데요. 특히나 노티드 월드에서 이렇게나 타이트하게 관리한 이유는 그만큼 매장 내에서 경험하는 ‘공간의 밀도’를 중요시했다는 걸 뜻합니다.
작년 가장 핫한 맛집 중 하나였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이효정 창업자는 성공의 비결을 매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서 느껴지는 총체적 경험인 ‘공간의 밀도’를 만들고 이를 전달하는 거라고 말하였는데요. 노티드 월드 역시 이러한 공간의 밀도를 형성할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곳곳에 위치한 포토존, 뻥 뚫린 공간감, 통창에서 보이는 멋진 풍광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온전히 전달하려면 다소 고객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입장 통제가 필요했던 겁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공간감도 충분히 느끼고, 포토존도 여유롭게 즐기며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공간의 밀도 유지를 위한 노티드 월드의 고민은 오픈 기념으로 진행된 스탬프 이벤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스탬프를 채우는 것은 정말 모든 고객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허들이 낮았고, 경품은 100% 당첨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객단가를 올리는 등의 효과를 노렸기보다는, 모두가 한 번씩은 경험하게 하여 더 깊은 잔상을 남기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겁니다.
연결로 끊임없이 확장합니다
이처럼 노티드 월드는 정말 잘 설계된 공간이었습니다. 단순히 인테리어뿐 아니라 그곳에 담긴 콘텐츠와 운영까지 고객 경험 증대라는 목적에 맞춰 정렬되어 있었고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분명 한계도 있었습니다. 340평 규모라는 것도 무척이나 커 보이긴 하지만, 단독 매장으로 줄 수 있는 경험의 총량은 분명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노티드 월드는 이러한 본질적인 한계를 팝업 스토어를 차용하여, 다양한 브랜드를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을 만듦으로써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복층 구조였던 노티드 월드의 2층은 공간 전체가 설치 작품과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현재는 단독 메뉴인 컵케이크를 형상화한 여러 전시물들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약 2달 후부터 이곳은 계속 변신하는 공간, ‘스페이스 노티드’가 될 예정이라 합니다.
이는 마치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자리 잡은 ‘크리에티브그라운드’ 혹은 성수동을 팝업의 성지로 만든 1등 공신 ‘프로젝트 렌트’를 연상시키는데요. 이미 과거 GFFG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장을 힙합 팝업 스토어로 변신시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 또 이곳에서 어떤 재밌는 일이 벌어질까 기대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이렇듯 다양한 변주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오랜 기간 잠실을 대표하는 핫플로 남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소소한 아쉬움들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멤버십이 부재하여, 수많은 방문한 고객들의 데이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빠르게 개선되어야 할 것 같고요. 오프라인뿐 아니라 디지털 채널 구축을 통한 옴니 경험 확장도 고려되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오픈 기념으로 진행된 악뮤 이수현과의 협업 음원도 막상 매장에선 크게 활용되지 않은 점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 경험 설계 측면에서 확실히 배울 점이 많았던 건 사실이고요. 기회가 되실 때 한 번쯤 방문해 보시기를 꼭 권해 드립니다.
숨겨진 진짜 주인공은 롯데?
그런데 사실 이러한 성공적인 노티드 월드 론칭의 숨겨진 주인공이 있다는 걸 우리는 잊어선 안됩니다. 바로 롯데인데요. 롯데 잠실점은 신세계 강남점에게 빼앗긴 대한민국 1등 점포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위해 최근 점포 전체를 MZ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티드 월드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6월에 오픈하는 등, 정말 곳곳에서 빠르게 더 힙한 매장과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롯데는 단지 브랜드 입점뿐 아니라 공간 배치에서도 영리한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일례로 이번에 노티드 월드가 오픈한 자리는 원래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약간은 죽은 공간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힙한 브랜드를 유치함으로써, 완전 고객이 몰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거죠. 롯데의 이러한 행보 충분히 칭찬할만하지 않나요? 혹시나 노티드 월드를 방문하신다면, 해당 매장뿐 아니라 롯데 잠실점 전체가 변화해 가는 모습도 눈여겨보시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