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래버레이션과 신규 고객 확보의 어려움
얼마 전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사례가 있었습니다. 서울 FC 경기에 가수 임영웅 씨가 축하 공연도 하고 많은 임영웅 씨 팬들이 경기를 함께 보러 찾아준 일인데요. 팬들의 성원과 매너가 좋아서 성공적인 사례로 회자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요 뉴스에서 이 경기를 보고 나오는 임영웅 씨 팬들에게 다시 축구 경기장을 찾아올 것인지 묻는 인터뷰에 선뜻 그러겠다고 말하는 분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한 번의 노력으로 그들이 경기장에 다시 선뜻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운데요. 축구 구단은 그렇게 잠재 고객을 더 넓힌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죠. 대외적인 홍보 효과도 함께 말이죠.
이 사례뿐 아니라 컬래버레이션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좋은 효과를 내는 게 보통입니다. 저는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많은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보았는데요. 특히 컬래버레이션을 한 IP에 대한 관심이 있는 고객이나 새로운 것을 항상 지향하는 고객층에는 한 번의 컬래버레이션이 일으키는 효과가 확실히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이 주문하게 만드는 데는 기존 고객대비 6배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같은 쿠폰을 보내었을 때 신규 고객은 기존 고객대비 3~10배의 전환율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덜 나온다로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고객 라이프 사이클의 첫 단계입니다. 한 번 구매를 유치하면 잠재적인 구매 가능 고객군이 되며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는 확실히 구매를 유도하는 노력이 덜할 수 있습니다. 많은 플랫폼 기업에서 초반에 서비스들을 무료 혹은 파격적인 할인으로 제공한 후 서서히 가격을 높이거나 유료로 전환하는 사례들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Chat GPT도 그러했고 클라우드 서비스들도 일정 용량이나 사용량을 기반으로 유료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자동차 회사들도 신차를 한 번 시승하게 해 보죠. 관심이 있는 잠재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합니다. 옷을 파는 분들은 일단 한 번 탈의실에서 입어보게 만들죠.
다시 돌아와 이런 점에서 컬래버레이션은 확실한 신규 고객 유치 수단입니다. 아무에게나 쿠폰을 뿌려서 가격 할인에 학습되게 할 필요도 없고 혼자 많은 비용을 들여 신제품을 내는 것보다 리스크의 크기도 상대적으로 덜 합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언뜻 꿈꾸기 어려운 비즈니스에서는 바이럴 효과로 매출의 모멘텀을 만들기도 합니다. 방금 임영웅 씨의 축구장 방문 같은 일이죠.
하지만 모든 프로모션 전에는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신규 고객으로 예상되는 고객이 한 번 주문 경험 후 아예 이탈할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죠. 어렵게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컬래버레이션 등을 했는데 그 고객이 한 번 경험 후 다시는 찾지 않는다면 일시적 매출을 당겨 쓰는 것 외에 큰 효과는 없고 오히려 잠재 고객 수를 줄이기도 합니다.
한 때 포켓몬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했습니다. 옷에도 먹을 것에도 포켓몬이 붙어서 아이가 있는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프로모션도 적지 않았죠. 고객이 알던 수준 이상의 경험을 그 한 번의 구매에 만들지 못한다면은 실망한 고객은 다시 찾지 않습니다. 이전에 한 고객이 알던 관념을 뛰어넘는 준비가 된 상태에서 고객에게 알리는 것이 너무나 필요합니다. 포켓몬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자체에도 많은 돈을 태우면서 대대적인 실망을 만든다면 잠깐 당겨 쓴 매출은 잠재적으로 브랜드에는 큰 부담이 됩니다. 포켓몬 모양이 어설프게 들어갔다거나 맛이 없거나 옷에서 바늘이 나왔다거나 잘 부서지는 것이라면 포켓몬 덕분에 알게 된 브랜드에서 고객은 다시는 사지 않으리라는 각인과 함께 안 좋은 입소문을 내고 다닐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는 고입니다. 고인 물만 남게 되고 졸아 들게 됩니다. 그래서 신제품, 신규 서비스를 만들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신규 고객을 만들어 냅니다. 기존 고객의 구매 주기를 단축시키고 객단가를 높입니다. 그때마다 많은 홍보 프로모션 비용을 퍼붓습니다. 그것이 필수적인 무엇인가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면 가격 할인을 초반에 학습시키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가격이든 제품 경험이든 처음에 고객에게 어떻게 학습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캘린더에 주기적인 마케팅 계획을 해내느라 힘들어하기 전에 좀 주기를 넉넉하게 가져가더라도 제품의 본질적인 준비가 충실히 되었는지 고민하고 바로 잡는데 리소스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임영웅 씨 덕분에 축구장에 오랜만에, 혹은 처음 방문한 고객들에게 축구 경기는 막연히 생각하던 그것보다 더 환상적인 구매 경험이었을까요? 이 좋고 바람직한 사례의 결과가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