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달의 마케팅 트렌드&이슈’에서는 GPT-3.5 기반의 AI챗봇, 챗GPT와 관련 이야기들을 나눠보았다. 그런데 챗GPT의 유료 요금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중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GPT-4가 출시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 사이 AI챗봇을 적용한 MS의 검색엔진 ‘빙(Bing)’은 단시간에 DAU(일간 활성 사용자 수)를 1억 명까지 끌어올렸고 구글은 검색엔진뿐만 아니라 유튜브에도 AI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이달에도 역시 글로벌 시장은 AI를 중심으로 한 이슈들이 많았다. 또 국내에서는 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본격적으로 꽃 피는 봄 4월, 핫한 마케팅 트렌드와 이슈들을 정리해 보자.
키워드로 알아보는 마케팅 트렌드&이슈
GPT-4
2023년 산업 전반에 큰 돌풍을 몰고 온 챗 GPT의 초거대 언어 모델 GPT-3.5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난 3월 15일 공개되어 유료 버전인 챗 GPT 플러스에서 사용 가능. 업그레이드된 GPT-4는 이전 버전보다 처리할 수 있는 단어량이 8배 이상 늘어났으며 비영어권 언어 처리 성능이 좋아졌고, 챗 GPT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틀린 답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줄어들었다고 함.
디인플루언서
기존의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반대로 별로인 상품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부정적인 리뷰를 하는 인플루언서로, 뒷광고 등 과도해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환영받으며 영향력을 끼치는 트렌드가 되고 있음.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메타에서 본인임을 인증하는 ‘블루 배지’를 유료 서비스로 출시할 것이라 발표. 구독료는 월 11.99달러(웹용)이며 (iOS용은 수수료 인해 월 14.99달러) 해당 서비스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어 이후 다른 나라까지 확대 예정. 하지만 출시 전 미국 이용자 대상 사전 설문에 80% 이상이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할 만큼 지난해 말 출시된 트위터의 본인 인증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와 비슷하게 실제 유저들의 반응은 부정적임.
미니멀 마케팅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덜어내고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하는 미니멀리즘 자체는 최근 갑자기 핫해진 트렌드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건강에 대한 관심,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의 부상,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제품 교체 시기 장기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식품부터 가전제품, 뷰티 시장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미니멀 마케팅을 선보이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원료부터 사이즈, 패키지까지 다양한 부분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미니멀 마케팅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불필요한 원료를 최소화
가장 눈에 띄는 미니멀 마케팅은 식음료업계의 ‘불필요한 원료 최소화’다.
◆ 제로 슈거
음료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제로‘가 핫한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이후 건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같은 음료를 마셔도 당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설탕’ 대신 칼로리와 당류는 낮추고 맛은 살릴 수 있는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제로 칼로리 & 제로 슈거’ 제품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 코카콜라는 지난 2005년 코카콜라 제로를 출시했다. 무설탕에 인공감미료로 오리지널 코카콜라와 비슷한 맛을 내고자 노력한 제품이었는데 미묘하게 다른 맛이라는 평이 있었지만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코카콜라는 그 이후 스프라이트, 파워에이드 등의 다른 자사 제품의 제로 버전도 출시했다. 제로 음료 붐이 불자 코카콜라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다양한 제로 버전을 선보였다. 농심의 ‘웰치 제로’, 롯데칠성음료의 탐스 제로와 최근 출시된 밀키스 제로 등이 그런 제품들이다.
◆ 합성첨가물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감이나 향, 불맛 등 독특한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합성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근래 이러한 불필요한 원료를 뺀 상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동원 F&B는 지난해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며 첨가물 없이 불맛을 낸 냉장햄 ‘그릴리’를 출시했다. 또 풀무원은 비건 트렌드에 맞춘 대체육 제품 시리즈 ‘지구식단’을 출시하며 향미증진제, 발색제 등의 첨가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다른 첨가물들 역시 최소화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2. 불필요한 사이즈를 최소화
“가전제품은 거거익선(巨巨益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전제품은 모름지기 ‘크면 클수록 좋다’라는 의미다. TV나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큰 사이즈의 좋은 제품들이 나온다. 하지만 가전제품은 한 번 사면 사용하는 기간이 긴 만큼 더 큰, 더 좋은 것이 나왔다고 새로 구매할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이왕 가전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면 큰 제품을 구매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1인 가구와 캠핑족이 많아진 요즘엔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원룸 등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와 정해진 구역만 사용해야 하는 캠핑족들에게는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단순하지만 필수 기능을 갖춘 소형 가전제품, 즉 ‘소소익선(少少益善)‘ 제품들이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이렇게 소소익선 가전제품에 니즈가 높아지니 기업들도 이에 맞춰 새로운 소소익선 트렌드 맞춤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 쿠첸의 미니밥솥
쿠첸에서는 지난 1월, 1인 가구를 위한 미니 밥솥, 머쉬룸과 멜로우 2종을 출시했다. 그중 1.5인용 밥솥, 머쉬룸은 무게가 1.4kg밖에 되지 않아 이미지에서 보실 수 있듯 한 손으로도 거뜬히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백미, 잡곡, 현미, 냉동밥까지 필수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는 제품이다. 멜로우의 경우에는 3.5인용인데, 무게가 채 3kg가 되지 않지만 7종의 기능이 가능한 제품이다. 또 색상 역시 타깃 맞춤으로 어느 공간에도 잘 어울릴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해도 쉽게 질리지 않도록 화이트, 실버 2가지로 출시되었다. 이에 앞서 쿠첸은 역시 1인 가구를 타깃을 한 ‘1구 슬림 인덕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도 깔끔한 화이트 컬러에 책 보다 얇은 두께로 공간이 좁은 원룸에서도 충분히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3. 불필요한 패키지를 최소화
대한민국은 분리수거를 매우 잘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활용이 잘 된다고는 할 수 없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연간 960만 톤, 그러나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시설이나 여건의 문제도 있지만 제품이 만들어질 때부터 여러 재질이 섞여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패키지는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중대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필요한 패키지를 최소화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 라벨 프리
앞서 국내의 재활용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말씀드렸다. 특히 페트병의 경우는 분리배출부터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단순히 내용물만 비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뚜껑과 라벨을 분리해서 배출해야 하는데, 특히 라벨은 제조될 때부터 떼어내기 쉽지 않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알려지고 난 뒤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조 때부터 라벨 분리가 쉽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 많은 기업에서 라벨을 분리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불필요한 패키지 요소, 즉 ‘라벨’ 자체를 제외한 라벨 프리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로 음료에 이어 라벨 프리 제품 영역에서도 코카콜라가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 코카콜라는 2021년부터 코카콜라는 물론, 씨그램, 강원평창수 등 다양한 자사 제품의 무라벨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씨그램의 경우에는 국내 최초의 무라벨 탄산음료 제품이라고 한다. 더불어 지난해 2021년 11월에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코카콜라 특유의 병 디자인을 무라벨 버전으로 만들어 출시하기도 했다. 또 우리에게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으로 잘 알려진 광동제약 역시 최근 자사 차음료 라인업의 라벨 프리 제품들을 출시했다.
패키지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 단순함을 적용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LG전자는 전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참가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올해 LG전자의 출시 예정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특징 중 하나가 외관에서 물리적 버튼과 장식 요소들을 최소화한 미니멀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뷰티업계에서는 미니멀 스킨케어 ‘스키니멀리즘’이 유행이다. 스키니멀리즘은 스킨케어(Skincare)와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합성어로, 5개 이하의 제품을 사용하며, 꼭 필요한 최소한 단계의 스킨케어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시에 2개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고기능·다기능·다목적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더 간결하게, 미니멀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다. 미니멀 마케팅은 근래 주목받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지속할 수 있는 건강 관리 추구, 가치 소비 성향 등을 보면 잠시 유행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결국엔 나아가야 할 방향이 되어가고 있다.
따뜻한 봄날의 4월에는 마케팅 시장과 경제 상황에도 따뜻한 훈풍이 불길 바라며 엠포스는 또 다른 마케팅 트렌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다.
해당 글은 엠포스 디지털 마케팅 그룹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