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이후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세페이지 잘 만드는 법’에 대한 강의와 콘텐츠들이 넘쳐납니다. 그림이 그려지는 구체적인 카피, 시선을 사로잡는 인트로 설계, 문제에 대한 공감 유도, 은유와 비유를 활용한 컨셉팅, 타 제품과의 비교를 통한 차별화 강조…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가끔 이 방법론들을 맹신하고 이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보입니다.
- 제품이 많이 팔린 건 다 상세페이지 덕분이다
- 원래 안 팔리던 제품도 상세페이지만 바꾸면 매출이 뛴다
- 일단 결제를 일으키는 게 중요하니 불안감,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카피를 써야 한다
상세페이지를 브랜드 매출의 핵심이라고 착각하면 생기는 오해입니다. 강의를 팔기 위해 상세페이지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생긴 부작용이기도 하죠.
사업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입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로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수익을 내는 행위죠. 이 제품 안 쓰면 후회한다, 이 스킬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말로 제품을 한 번은 팔 수 있습니다. 잔뜩 기대한 고객이 막상 제품을 받고 그 말만큼의 효용을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고객은 우리 브랜드를 다시 찾을까요? 소중한 내 친구에게 추천할까요? 친구가 산다고 하면 오히려 이렇게 말하면서 말리지 않을까요? “나도 그 페이지 보고 샀는데 솔직히… 그냥 그랬어.”
한 탕 판매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를 생각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는 잠깐 매출에 기뻐하다가 서서히 죽어갑니다. 팔리는 상세페이지 스킬에만 집중하면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니까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등장해 반짝 재미를 보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브랜드들 중 이런 사례가 꽤 있습니다.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는 상세페이지’만’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시간의 90% 이상을 제품, 고객과의 소통에 쏟아붓고 남는 시간에 상세페이지’도’ 잘 만드는 브랜드죠. 짧은 시간만 사용해도 상세페이지를 잘 만들 수 있는 이유는 90%의 시간 동안 상세페이지에 쓸 말들이 이미 잔뜩 생겼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든 브랜드와 제품이 ‘고객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던 그 과정에서요.
이런저런 스킬을 공부해 봤지만 여전히 상세페이지가 막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참고할만한 몇 가지 팁을 적어봤습니다.
1. 부담을 내려놓고 시작하세요.
여러분이 열심히 고민해서 만든 제품의 성과가 상세페이지 하나에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상세페이지는 ‘한 번에’ 완성하는 게 아닙니다. 출시만 하고 사업을 그만하실게 아니라면 이후 반드시 개선 과정을 거치게 되죠. 여러분이 어디선가 본 ‘마음을 움직이는 상세페이지’는 이 과정을 이미 몇 차례나 거친 상세페이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번에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마인드를 가지면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스킬’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제가 당신의 삶을 뒤바꿀 엄청난 걸 보여드릴게요. 이거 진짜 무조건 사셔야 합니다.’라며 접근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사람 사기꾼 같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나요?
어차피 개선할 거니까 처음엔 대충 만들라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든 한 번에 많이 팔려고 지나치게 힘을 주지 말자는 것이죠. 고객 입장에서 이 제품이 가진 가치, 이 제품을 만든 과정, 이 브랜드를 만드신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여러분의 진짜 이야기니까 억지로 꾸며내거나 멋진 말을 생각해 낼 필요도 없습니다. 온갖 자극과 유혹이 넘쳐나는 이 시대의 고객들은 ‘제대로 된 제품’, ‘진성성이 보이는 브랜드’를 반드시 알아봅니다. 대충 쓱 보며 넘기는 것들은 많아도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으니까요.
2.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 마세요.
전문가의 피드백을 듣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피드백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우리 제품의 타깃도 아니고, 타깃 고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도 않은 누군가의 피드백은 그냥 참고정도만 하셔도 됩니다. 여러분이 정말 고객을 생각하며 이 제품을 만들었다면 여러분의 말이 대부분 맞습니다.
사실 상세페이지는 누구나 한 마디씩 던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남이 만든 걸 보고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것 같아요’ 같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같은 카테고리의 다른 제품은 이렇게 해서 대박이 났다’, ‘내가 상세페이지를 엄청 많이 보는데 이런 게 요즘 잘 먹히더라’ 이런 피드백을 던지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진짜 마케팅 전문가는 함부로 ‘조언’하지 않습니다. 타깃 고객에 대해 충분히 조사한 근거를 가지고 ‘제안’을 합니다. 특히 본인이 타깃 고객 부류에 속하지 않을 땐 더 신중해집니다. 실제 고객에게 노출시켜 보기 전까지는 전부 가설일 뿐이기에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도 않죠.
상세페이지에서 하는 모든 말은 결국 여러분이 지켜야 할 말입니다. 남이 한 말은 내가 지키기 힘듭니다. 오랜 시간 지킬 수 있는 내 브랜드의 말을 하세요.
3. 개선 방향은 고객이 알려줍니다.
상세페이지는 만든 이후의 개선이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 내놓은 상세페이지가 고객들과 마주하면 전문가의 말보다 더 정확한 개선 방향성이 잡힙니다.
판매가 잘 된다면
우리가 만든 제품이 고객에게도 필요한 제품이었다는 증거입니다. 충분한 피드백이 올 겁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면서 상세페이지를 개선하시면 좋습니다.
-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 수정
- 고객이 구매 전 꼭 인지해야 할 내용 추가
- 다수 고객의 구매 이유가 되는 소구를 먼저 배치
- 브랜드 톤앤매너를 지키면서 더 세련된 디자인 적용
- 실제 고객들의 리뷰글 및 제품 사용 이미지, 영상 추가
- 카피 퀄리티 개선 (영감은 고객 리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 프로모션 기획에 따른 배너 적용
제품 자체, 혹은 제품 이외의 서비스(예: 배송 등)에 대한 고객의 불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따로 파일을 만들어 히스토리 형식으로 기록해 두세요. 제품을 추가 생산할 때 적용할 유용한 가이드가 되는 것은 물론, 혁신적인 신제품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상만큼 판매량이 안 나오거나 아예 판매가 안된다면
‘실패’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매출 이외에 두 가지를 더 점검해야 합니다.
- 충분한 모수의 고객이 우리 상세페이지를 마주했는지 : 상세페이지를 본 사람이 몇 백 명에 불과한데 매출이 안 나온다고 한탄하시는 분들을 꽤 봤습니다. 몇 백명의 방문이 무의미하다고 할 순 없지만, 실패를 단정 짓기엔 충분하지 않은 모수입니다. 몇 명이 봐야 충분한 건지에 대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최소 3,000~5,000명의 방문 기록은 확보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상세페이지를 본 사람 중 다수가 우리의 타깃 고객이었는지 : 몇 천명이 보더라도 우리 제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봤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상세페이지 안에는 우리 타깃 고객을 위한 말만 잔뜩 쓰여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올바른 고객을 데려오고 있는지는 디지털 광고 매체의 타깃팅, 광고 소재, 그 외 다양한 추적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상세페이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선 작업을 시작합니다. 간혹 썸네일 사진 한 장 바꾸고, 인트로 부분 조금 바꾸는 걸 A/B테스트라며 진행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유입이나 체류에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전환’을 늘리기 위한 테스트라고 볼 수 없습니다.
타깃 고객은 그대로 두고, 그 타깃 고객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상황 자체를 다르게 구성해 썸네일과 상세페이지 전반에 적용해야 합니다. 필요한 상황이 달라지면 강조해야 할 제품의 장점도, 제품을 통해 얻게 될 가치도 모두 달라집니다. 고객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와 그에 따른 페이지 구성이 모두 바뀌어야 테스트에 의미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런 테스트는 의도와 기획을 모두 기록하면서 진행해야 추후 불필요한 테스트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페이지가 몇 억을 벌어들여도 그게 상세페이지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와 제품을 만든 대표님과 직원분들의 노력 덕분이죠. 잘 맞아떨어진 고객 타깃팅도, 광고 소재에 쓰인 메시지도, 브랜드의 취지에 공감해 열심히 지인에게 소개한 고객분들도 한몫했을 겁니다.
상세페이지는 브랜드가 해야 할 수많은 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만드는 것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죠. 상세페이지에서 한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피드백을 새겨듣고,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면 이 질문이 다시 나오지 않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게 브랜드의 일입니다.
단순히 상세페이지를 ‘사람들을 끌어모아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고객과 만나 진행하는 10분가량의 대면 세일즈라고 생각하고 접근해 보세요. 우리가 백화점에 가서 만나는 직원의 역할을 온라인에서는 상세페이지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백화점 직원을 만났을 때 기분 좋게 쇼핑을 하시나요? 어떤 직원을 만났을 때 또 그 매장에 방문하고 싶으신가요? 상세페이지에 이런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상세페이지입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