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Grab의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동남아 지역 여행을 다녀보신 분들은 아마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Grab은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배달,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남아시아 슈퍼앱입니다. Grab은 현재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8개국 500개 이상의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Grab의 4분기 실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2022년 4분기 매출: 5억 200만 달러(YoY 310%) (2022년 매출: 14억 3300만 달러(YoY 112%))
- 2022년 4분기 GMV: 50억 달러(YoY 11%) (2022년 GMV: 199억 달러(YoY 24%))
- 2022년 4분기 손실: 3억 9100만 달러(YoY 64%) (2022년 손실: 17억 4000만 달러(YoY 51%))
매출은 시장의 예측치를 상회했지만, EPS가 예측치에 조금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 날 시장에서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오늘은 동남아의 슈퍼앱 그랩의 4분기 실적과 사업부문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랩의 브랜드 스토리 (영상: 다이켄의 테크인사이트)
강력해진 플랫폼, 성장에서 내실강화로
Grab의 비즈니스 모델은 Platform/Marketplace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랩의 플랫폼 내에서 거래액이 증가할 때, 이에 비례하여 수수료를 얻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따라서 Grab은 비즈니스 지표 중 거래액, 사용자, 수익 그리고 인센티브를 주요한 사업적 지표로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인센티브와 관련된 지표를 자세히 봐야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인센티브는 에너지 드링크입니다. 단기간에 비즈니스를 각성시킬 때, 이만한 수단이 없습니다. 다만, 인센티브를 제외시키는 순간 그만큼 효과는 빠르게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경쟁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외하는 순간 플랫폼 참여자가 크게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은 인센티브를 통해 초기 사용자 풀을 확보한 후,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Dynamic Pricing 등의 전술을 활용하게 됩니다. 이후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이런 비용을 서서히 줄여가는 방식으로 인센티브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국내에서 쿠팡이츠가 라이더에게 큰 프로모션을 지급하면서, 라이더 공급 최적화를 위해서 직고용, 또는 이츠 플렉스라 불리는 배달 대행업체를 활용하는 등 것이 이런 인센티브 효율 극대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랩도 수익성을 위해 인센티브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전체 인센티브 지출이 YoY -29%로 21년 4분기 YoY가 102%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업부문별로 볼 때, 식료품 배달사업인 Deliveries 부문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Consumer Incentive: 소비자 인센티브는 Grab의 고객 유치 및 이탈 방지를 위해 제공되는 혜택입니다. 이는 할인 쿠폰, 적립금, 포인트 등의 형태로 제공됩니다. Grab은 이러한 인센티브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서비스 이용률을 증가시키고자 합니다. * Partner Incentive: 파트너 인센티브는 Grab과 협력사인 드라이버 및 판매자 등에게 제공되는 혜택입니다. 이는 수수료 할인, 보너스 지급, 광고 지원 등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Grab은 이러한 인센티브를 통해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고자 합니다. |
이렇게 인센티브를 효율화하는 동시에 거래액과 사용자는 YoY 10% 이상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가져갔습니다. 이를 통해, Grab이 플랫폼 구성원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높은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업부문별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배달부문
Grab의 배달부문 GMV는 전년동기 4%가 감소했습니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배달 매출은 2021년 같은 기간의 100만 달러에서 2022년 4분기에 2억 6800만 달러로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2022년 전체 연도 기준으로 349%가 증가했는데, 이것은 Jaya Grocer의 기여에 기인합니다.
Grab은 2021년 3월, 말레이시아의 프리미엄 식료품 시장에서 선두주자인 Jaya Grocer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Jaya Grocer는 말레이시아에서 12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프리미엄 제품과 신선한 식료품 등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수는 Grab이 음식 및 식료품 배송 시장에서 경쟁 업체인 Deliveroo, Foodpanda 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Grab은 Jaya Grocer와 연동하여 음식 및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Grab 앱에서 GrabMart 옵션을 선택하면 Jaya Grocer와 같은 다양한 상점에서 음식과 식료품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Jaya Grocer는 말레이시아 내 3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인터넷 사용자의 64%가 Covid 중 1번 이상 식료품 구매를 했지만, 이들의 온라인 식료품 거래는 전체 식료품 지출의 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온라인 식료품 구매가 증가한다면, 이에 비례해서 Grab의 Delivery 사업부문도 성장성을 가져가면서,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모빌리티
Grab의 모빌리티는 카카오와 쏘카의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택시, 대리운전 서비스와 함께 사용자가 차량을 필요한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전반적인 모든 모빌리티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수익은 2022년 4분기에 YoY 78%로 크게 증가했으며, 2022년 한 해 동안 YoY 40% 성장했습니다. 모빌리티의 강력한 성장에는 코로나가 끝나면서 지역 통근이 정상화되고, 공항 이용 증가를 통한 수요 회복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수요에 비례해서 드라이버 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에, 카풀 서비스인 GrabShare를 필리핀과 싱가포르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랩은 이륜차 운전자의 74%가 Grab 플랫폼에서 음식 배달과 운송(모빌리티) 업무를 모두 수행했으며, 이는 2021년 4분기 67%보다 증가한 수치라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내 한정된 라이더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중국이 3년 만에 단체 해외여행을 재개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관광객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Grab의 모빌리티 사업부문의 성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다만, 이륜차 운전자의 74%가 이미 음식 배달과 운송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할 때 얼마나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라이더 공급을 제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금융
Grab은 또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결제가 가능한 전자지갑 기능부터, 송금 서비스 기능을 지원합니다. 또한 대출, 보험, 투자 등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결제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페이처럼 Grab 플랫폼 내부에서 발생하는 결제뿐만 아니라, Grab 이외의 서비스에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Grab의 총 결제 금액은 Grab의 성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전자금융의 성장에 비례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의 수익은 2021년 같은 기간의 마이너스 100만 달러에서 2022년 4분기에 2,800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2022년 전체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6% 또는 185% 증가했습니다. GrabFinance를 통해 제공하는 대출 사업의 기여도가 높았습니다. 긍정적인 점은 분기 조정 EBITDA는 YoY 16% 개선됐습니다. 다만, 금융 서비스의 경우 기술 개발 및 규제 준수를 위해 준비하는 비용 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아직 적자 상태입니다.
다만, 대출 사업이 높을 경우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플랫폼 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자뿐만 아니라 라이더 파트너에게도 대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금융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그랩의 흑자전환을 만들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그랩은 흑자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엔 흑자전환에 실패했지만, 그랩은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내실을 다져가는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그랩이 2023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랩의 행보를 주목해 봅니다.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