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퀀트 정호찬 마케터 인터뷰

 

 

많은 마케터 지망생들이 다양한 마케팅 유형에 맞춰 커리어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산업이 무엇이고, 그 산업에서의 마케팅 특성은 어떤지 자세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주류 및 담배 산업의 경우에는 법적 규제에 따라 캠페인 진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암호화폐와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에서는 언제, 어떻게, 어떤 규제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고요.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에서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정호찬 마케터는 이러한 규제 산업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정호찬 마케터에게 규제 산업에서의 마케팅 전략을 비롯해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커뮤니티 마케팅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크립토퀀트 정호찬 마케팅 팀장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및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크립토퀀트에서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정호찬입니다. 크립토퀀트는 온체인 데이터(On-chain Data)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약 200만 명의 투자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크립토퀀트에서 일하기 전에는 필립모리스, 쥴랩스, 페르노리카라는 회사들을 거쳤는데요. 필립모리스는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담배 브랜드 ‘말보로’가 굉장히 유명한 회사고요. 쥴 역시 미국을 기반으로 한 전자담배 스타트업입니다. 페르노리카는 ‘앱솔루트 보드카’,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 하드 리커를 선도하는 회사입니다.

 

 

Q. ‘온체인 데이터’가 낯선 독자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온체인 데이터가 무엇인가요?

 

온체인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술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기존 데이터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간단하게 비유해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은행 계좌에서 어느 은행으로, 언제, 얼마를 보냈는지 모두 열람 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그 은행 계좌가 누구 소유인지는 밝힐 수 없죠.

그러나 크립토퀀트는 특허 기술을 통해 중앙화 거래소에 있는 지갑 패턴을 분석해서 거래소가 보유한 지갑이 어떤 것인지, 주소는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저희 서비스가 ‘N번방 사건’의 범인들을 찾아내기도 했고,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전 리스크를 먼저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크립토퀀트 대시보드

 

크립토퀀트 비트코인 요약 페이지

 

 

Q. 그렇다면 크립토퀀트 마케팅 팀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크립토퀀트 서비스를 기관 고객과 개인 고객에게 알리는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업무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저희 서비스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시장 이슈를 분석해 인사이트 리포트를 작성하고요. 실시간으로 위험 상황이 생길 시 그 정보를 숏폼 콘텐츠로도 발송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이러한 콘텐츠를 발송하는 채널들을 관리합니다. 저희는 온드미디어 채널로 트위터와 텔레그램을 운영하는데요. 트위터는 국가별, 언어별 채널을 모두 포함해 약 75만 명의 팔로워를, 텔레그램은 전세계적으로 약 3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언드미디어 채널도 확산 중입니다. 크립토퀀트에서는 약 100명의 암호화폐 분야 애널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저희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생성하고 공유합니다. 미디어들도 저희 데이터를 인용한 기사를 보도함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트너십과 고객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주류, 담배부터 암호화폐까지 주로 규제 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 오셨는데요. 규제 산업에서의 마케팅은 일반적인 마케팅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업무적인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데요. 규제 산업에서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짤 때, 그 전략이 가능한지 법무팀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일례로 GWP(Gift with Purchase)나 번들 행사와 같은 마케팅은 일반 소비재에서는 흔하지만, 주류 산업에서는 어떤 제품을 제공하는지, 금액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에 제한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제품 가격의 몇 % 이상은 경품으로 줄 수 없다’라는 식이죠. 만약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광고 문구를 통해 음주를 조장하면 안 된다’라는 언어적인 제약도 있고요.

담배는 더 심합니다. 담배는 맛이나 향 같은 제품 특성을 홍보문구에 아예 쓸 수 없습니다. 할인 행사도 불가능합니다. ‘1+1’과 같은 형태도 담배를 일시적으로 할인해 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당연히 안 되고요.

다만, 암호화폐 분야는 법적 규제보다 플랫폼 내에서 자체적으로 규제하는 측면이 훨씬 큽니다. 2018년에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빙자한 사기 광고들이 구글을 비롯한 각종 플랫폼에서 굉장히 많았어요. 결국 어마어마한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이는 구글, 메타, 틱톡 등 대부분 플랫폼에서 암호화폐 광고에 대한 규제와 심사 절차를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별 규제 기준도 다양합니다. 크립토퀀트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로서 미국 내에서 타겟팅 광고를 하려면, 증권성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증빙을 해야 하고요. 이처럼 플랫폼별, 국가별로 규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광고를 집행하기가 어렵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 암호화폐 분야의 마케터로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마케팅은 산업별 고객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전 직장이었던 담배 산업의 경우 초기 고객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말보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평생 말보로만 피우기 때문이죠. 주류 산업의 경우 고객의 페르소나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했고요.

암호화폐 산업의 보편적인 고객 특성은 사람들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집한다는 데 있습니다. 광고는 보통 푸시(push)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암호화폐 산업은 필요한 정보를 리서치하는 것이 익숙한 풀(pull) 기반의 고객들이 많습니다. 금융 상품 고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주식 하는 사람들이 주식을 열심히 공부하듯이 암호화폐 분야 고객들도 어떤 프로젝트가 성장성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로드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초기 고객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바이럴이 굉장히 쉽게 일어납니다. 결국, 이러한 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어떻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크립토퀀트 정호찬 마케팅 팀장

 

 

Q.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향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크립토퀀트를 비롯한 시장의 마케팅 전략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크립토퀀트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자본력이 크지 않아 인건비 외 마케팅 비용은 별도로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통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데 주력했고, 그렇다 보니 전략상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물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던 곳들도 많습니다. 일례로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스포츠 구장 명명권 계약을 맺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기업들은 모두 암호화폐 거품이 꺼지면서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Q. 암호화폐 시장은 커뮤니티가 발달한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입니다. 최근 커뮤니티를 통한 마케팅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마케터로서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커뮤니티가 오가닉(organic) 하게 성장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먼저, 커뮤니티 구성원에 대한 베네핏이 확실해야 합니다. 커뮤니티원이 될 경우 어떠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킨다면 이용자들의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커뮤니티원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동기를 계속 주입시켜야 합니다. 중∙장기적인 마일스톤과 단기적인 로드맵 등을 알리는 것도 커뮤니티원이 활동을 꾸준히 하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더 많은 커뮤니티원을 불러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겠죠.

크립토퀀트의 사례로 설명드리자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블록체인 분야는 개인이 스스로 공부해 투자에 활용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하지만 온체인 데이터가 새로운 개념이다 보니 이를 활용하려는 기관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크립토퀀트 고객군을 살펴봤더니 기관의 서포트를 필요로 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니즈를 찾아볼 수 있었고, 이를 빠르게 파악한 덕분에 크립토퀀트는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커뮤니티를 업계 내에서 유일하게 갖춘 회사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크립토퀀트는 개인 투자자들의 분석이 유의미한 경우 주요 언론사에 해당 콘텐츠를 자동으로 발송하는 파트너십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크립토퀀트를 자신을 알리고 팬을 확보하는 등용문으로 활용하고, 저희는 이들을 통해 데이터를 홍보하는 커뮤니티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죠.

 

 

Q. 2023년 상반기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마케팅 전략 및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의 연장선상에서 커뮤니티 운영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지털 광고도 타겟팅이 굉장히 세분화됐다가 개인정보 수집 이슈 등으로 플랫폼들이 바뀌면서 변화하고 있잖아요. 마케터들도 예전처럼 매스하게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압니다. 그래서 서비스를 대변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가진 고객을 완벽하게 우리의 패널로 만들고, 이 사람들이 서비스를 확산시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행이 굉장히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방송에 나오면 이미 유행이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유행을 활용해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시도는 거의 안 합니다. 저는 마케팅에서 ‘사람들이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이 제품이야”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면 자연스럽게 고객군이 형성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마케팅 사례로 애플을 꼽는데요. 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훌륭한 마케팅 사례 중 하나가 인텔의 인사이드 캠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B2B 제품인 인텔의 그래픽 칩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인텔은 10년 넘게 인사이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인텔 인사이드 스티커가 있어야 더 빠르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켰고, 사람들이 몰랐던 불편함을 깨닫게 해준 거죠.

 

 

Q. 마케터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마케터로서’라기보다는 ‘크립토퀀트 마케팅 팀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인데요. 사람들이 컴퓨터를 살 때나, 화장품을 고를 때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삽니다. 스펙도 하나하나 따져보고, 시술도 해보고 하면서요. 그런데 투자할 때는 그만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아요. 친구 추천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보고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되는 돈을 투자하는데, 크립토퀀트를 통해 그런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모비인사이드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모비인사이드 독자라면 마케터를 꿈꾸는 분이거나, 이 직무에 매력을 느끼는 분일 텐데요. 어떤 직무를 선택하고 어떻게 커리어를 설계할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어떤 산업에서 마케터라는 직무에 어떤 역할이 요구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그 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재에서는 마케터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기술 분야에서 마케터는 서포트 역할이거든요. 진로를 선택할 때 산업과 그 산업 가치에 따른 마케터 롤을 고민하고 진로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