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데이터와 전략의 관계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보낸 편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잠깐이었고 이후 다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므로 하고 싶은 일을 대부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전략 기획 업무를 하다 데이터 분석에 깊이 발을 들여놓으면서 지금의 제 커리어는 이 둘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에 했던 전략과 지금하고 있는 데이터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종종 생깁니다. 데이터가 없는 전략을 이제 상상하기 어려워졌고, 전략이 없는 데이터 분석 역시 생각하기 어려우니까요.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데이터와 전략 조직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여전히 전략과 데이터는 같은 조직이며 같은 목적으로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 커리어도 그렇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데이터는 전략의 재료가 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한 해결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표 설정과 대시보드 구축

 

사업을 기획하는 입장이라면 사업에 필요한 지표들을 모두 대시보드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으니까요. 사업에 필요한 지표를 가장 큰 매출과 이익부터 하나씩 이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지표로 쪼개어서 해당 로그를 찾아 대시보드로 나열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합니다. 계속 지표의 변경은 있겠지만 처음 잘 만든 지표의 하이어라키는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지표를 움직여야 하는지 보여 줍니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같은 지표를 움직이는 게 방법은 아니죠.

 

 

전략에 따른 목표 설정

 

어떤 광고 상품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최종적인 매출이나 이익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당장은 계약 당 단가가 높지 않더라도 광고 계약을 맺는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계약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계약에 어울리는 효용을 고객에게 제공하는지 지표를 보면서 어떤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어떤 포인트에서 개선을 이루면 서서히 단가를 높여가면서 비용대비 효율을 얼마나 제공하는지 측정하며 사업은 어느 순간 재구매율 상승을 저해하지 않는 단가 상승을 이뤄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모두에게 같게 적용될 수 없습니다.

광고 상품과 관련된 대시보드를 만들고 하이어라키를 구성해도 지금 출시하는 광고 상품이 시장 지배적인 입장에서 내놓는 것인지, 충분한 대체제가 있는 경우인지, 아예 새로운 것이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부터 해야 하는지에 따라 지금 현상을 나열한 지표 중 어떤 순서대로 선택적으로 늘려야 하는지는 놓인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 주는 것이 레퍼런스, 참고할 케이스 스터디 내용이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곳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데이터를 쌓아 머신러닝을 하듯 많은 케이스를 튜닝해서 나와 맞는 전략을 도출합니다. 일종의 거대한 가설이죠. 가설의 첫 검증은 내가 원하는 지표가 움직이느냐겠죠. 연결된 다른 지표에 어떤 영향을 주면서 목표하는 세부 지표가 움직이느냐를 봅니다.

 

 

통제 가능한 지표의 구분

 

하지만 모든 지표가 목표대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과거 데이터가 어느 정도 있다면 움직일 수 있는 지표와 그렇지 않고 일정한 패턴을 계속 유지하는 지표를 선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지표는 공급자가 수요자의 일방적인 수요에 따라 움직이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지표가 있는데 이런 지표는 목표에서 제외하는 것이 낫습니다. 커머스 내 쿠폰을 붙이는 광고를 한다고 하면 쿠폰의 금액은 어느 수준을 많이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쿠폰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고 판매하는 상품 가격대비 쿠폰 금액 비중은 일정 범위 내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단위 계약당 쿠폰 금액이 마구 증가하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지표의 설정은 통제 가능한 목표라고 하기 어렵죠.

 

 

액션 가능한 세부 지표 지향

 

또한 지표 중에서는 어떤 지표가 여러 지표의 관계 결과로 나타나는 것도 있습니다. 중요하게 다루는 어떤 지표는 여러 생성되는 요인들 몇 개의 회귀식으로 설명을 상당 부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죠. 그렇다면 통제 가능하지 않은 하나의 지표를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닌 실제 액션 가능한 설명 변수인 몇 개의 변수들을 통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매장 수 * 매장당 재고 * 매장당 회전율’이라는 공식으로 이뤄지는 매출 구조에서 이미 포화 상태인 매장 수와 더 늘릴 수 없는 매장당 재고를 높일 수 없다면 매장당 회전율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 과거 매장당 회전율과 여러 지표 사이의 관계를 토대로 사람이 이런 것을 하면 매장당 회전율이 정말 늘어나는지, 매장당 회전율을 늘리는 다른 요인이 없는지 통계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의 시작과 끝은 전략

 

만약 매장당 회전율을 설명하는 변수가 매장 주변 반경의 유동 인구, 매장의 영업시간, 매장의 체류 시간의 관계로 설명된다고 하고 그중에 매장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매장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은 데이터 밖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데이터를 끝까지 파고들면 답이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데이터 밖에서 아이디어와 트렌드가 답을 주게 됩니다.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어떤 배너의 클릭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게 문제인 플랫폼이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와도 그 자리에 클릭률이 낮은 것이 전체적인 전환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인 것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지면의 위치를 바꾸어서 전반적인 클릭률을 높이고자 합니다. 실험 전후의 결과는 데이터로 확실하게 바뀌었다 바뀌지 않았다, 더 나아졌다 그렇지 않았다를 밝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과거 패턴을 보여주는 데이터 밖에서 찾아야 합니다. 다른 곳의 사례에서 답을 찾는 것이죠.

전략과 데이터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전략이 데이터를 보는 부분을 심플하게 만들어줄 수 있고 데이터 분석 파편의 인사이트를 하나의 방향으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전략의 균형

 

하지만 데이터와 전략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회사는 드문 것 같습니다. 어떤 회사는 사실상 전략이라 읽고 직관이라 부르는 것들로 넘쳐나는 첨단 기업 이미지의 회사도 있고, 이런 회사의 표면상 이미지만 보고 전략 없이 데이터로만 끝까지 엄격하게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는지 모르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회사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둘은 만나야 할 지점이 필요한데 대부분 회사에서 이 두 조직은 만나지 않습니다. 데이터에게는 더 많이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고 전략에는 빠르게 가설을 검증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 내 권력관계에 따라 한 극단으로 치우치는 일이 잦은 것 같습니다.

추천이나 타겟팅처럼 데이터가 하나의 프로덕트로 회사 내에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을 때도 그렇습니다. 결국 어떤 지향점을 가진 추천이냐,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타겟팅이냐에 따라 데이터는 전략의 한정적인 기능에 머물러 탐색적으로 알게 된 좋은 기회들을 무시할 때가 생깁니다. 항상 기회는 변화의 작은 부분에서 발생하고 읽히는데 대부분은 지나가고 있는 현재 흐름의 뒷부분을 잡으려 하다 정체를 맞게 되죠.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최근에는 데이터 직무도 분화되고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조직 내에 생기기 시작했고 데이터를 다루는 전반적인 역량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이런 방향성에 대해 목소리가 있는 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짧은 지면에 담으려다 여러 이야기가 구겨져 들어간 기분이지만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터 기반의 전략과 기획에 대해 현재의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