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 지나고 깨달은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
세상엔 다양한 기획자들이 있다. 경영, 전략, 마케팅, 브랜딩, 상품 등. 그 뒤에 기획자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이면 얼추 잘 어울린다. 서비스+기획자는 그 말 그대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그리는 사람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서비스 기획자는 사업의 내용을 파악하고, 여러 유관 부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필요한 기능을 정리하고, 개발자에게 전달할 설계도를 그린다.
7년의 커리어 내내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 최근 IT서비스 기획자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다. 주제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 이 이야기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서비스 기획자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전에 서비스가 대체 뭔지부터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다소 복잡할 수 있어 예시를 통해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보려 한다.
장소는 목적에 따라 설계된다. 그래서 장소만 단독으로 중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경기도 안양에 우리 집이 없다면, 경기도 안양은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장소가 된다. 반드시,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서비스는 장소다.
팔고 있는 것 (쇼핑), 경험할 수 있는 것(엔터테인먼트), 생존과 사회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금융, 의료 등)과 같이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들이 중요하다. 이런 목적은 모두 콘텐츠다.
즉, 장소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며, 서비스는 콘텐츠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밥을 먹으러 갔다, 진료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굳이 콕 짚어서 이렇게, 맥도날드를 갔다. 정내과를 갔다. 용아맥을 갔다 와 같이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곤 한다.
밥은 맥도날드에서도 먹을 수 있고, 롯데리아에서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표현한 걸까? 진료는 정내과에서도 받을 수 있고, 김내과에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표현한 걸까?
단순히 좀 더 잘 구분하기 위한 용도라 하고, 마무리 하기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어 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목적이 있지만 유한하다. 장소 또한 유한하지만 이를 단순히 땅과 건물 따위로 정의해버린다면, 무한히 다양하고 넓게 느껴진다. 이렇게 무한한 장소 중 특정된 장소 하나를 유난히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 대체로 가까운 곳이어야 하고, (관심사)
- 대체로 트렌디해야 하고, (브랜드)
- 대체로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UX)
이 외에도 많은 다양한 요소들이 장소를 특별하게 만든다.
어떤 목적은 정말 고유한 한 장소에서만 이룰 수 있다. 그야말로 특별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장소보다는 중요한 것은 여전히 목적이다. 이미 목적을 이루었거나, 더 이상 그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장소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에펠탑에 가고 싶던 사람 A가 있다. A는 에펠탑 관광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다! A는 에펠탑이 지겨워질 때까지 (얼마가 걸리든) 머물다가 돌아왔다. 이제 A에게 프랑스는 이미 다녀온 여행지가 된다. 물론 다시 가고 싶을 수는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할 이야기다.
에펠탑이라는 고유의 랜드마크, 프랑스 파리라는 고유의 장소 또한 목적을 이루고 나면, 적어도 한 개인에게는 그 효용을 다하고 만다. 그렇다면, 장소는 필요 없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장소가 없다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서비스와,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은 얼핏 동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위 이야기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서비스와 콘텐츠가 어느 정도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유튜브에 취직한 서비스 기획자는 모두 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만 기획할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유튜브는 동영상 스트리밍을 메인 콘텐츠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맞다. 그러나 기능은 트위치에서도 제공한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자는 동영상 스트리밍을 위한 서비스 기획에서 멈추지 않고, 유튜브와 트위치를 위한 기획을 해야 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고유한 이름을 가진 각자의 서비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 후원’과 같이 고객이 직접 이해할 수 있는 기능을 기획하는 데서 시작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로 하여금 효과적으로 동영상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설계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영업 담당자가 효과적으로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자는 뭘까? 여전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첫 문장에서 내린 정의와, 내용을 모두 읽고 마지막에 내린 정의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beyes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