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기획하다보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등으로 시작하는 말들이 그렇다. ‘대체로’, ‘보통’과 같은 말들도 자주 한다. 경험에 의해서 혹은 연구에 의해서 우리는 정말 쉽게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말들도 한다. “이 기능으로 하자“, “화면 아래에 있는 CTA버튼 오른쪽 위로 옮기는 게 좋겠다.” 와 같은 말들. 정확한 이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그게 ‘편하거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한.테“
“나한테“라는 주어가 생략된 편안함은, ‘자신에게 편한 것’인지, ‘서비스를 이용할 사용자에게 편리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오히려 정말 불편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가 말하는 보통 혹은 일반의 정의는 본인에게 익숙한 것이고, 편안함의 정의는 본인이 느끼는 편안함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길고 지루한 대화의 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말을 스무 번 정도 반복하는 6시간짜리 회의를 경험할 수 있다. (6시간 동안 숟가락으로 이마를 때리고 싶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생각보다 일반적이지 않다.
혹시 개발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혹은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분이 만드는 서비스는 생각했던 것처럼 일반적이지 않다. 또 대부분의 사용자는 여러분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서비스 기획자라면, 이 사실을 깨닫는 게 1번이다. (나 포함)
왜 우리의 서비스가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 전에 일반적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먼저 이야기해 보는 게 좋겠다. 지금 당장 머릿속으로 소셜/커머스/기타로 구분된 서비스를 각각 3가지만 떠올려 보자.
나는 이런게 떠올랐다.
- 소셜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또뭐가있더라
- 커머스 : 쿠팡 / 배달의민족 / 또뭐가있더라
- 기타 : 토스 / 소모임 / 또뭐가있더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적은 거라 ‘또뭐가있더라’ 정도의 생각이 들어도 괜찮지 않나 싶다. 당장 떠오르는 앱들은 별로 없지만, 우리는 정말 무수히 많은 앱들을 사용하고 있다.
구글 검색으로 이런 자료는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Z세대가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분야별 앱의 갯수와 시간이 표시된 자료를 가져와봤다.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앱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 업종의 앱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사용시간이 높은 것은 유투브와 넷플릭스의 영향이 크다.) 근데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 자료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하고 싶었던 말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서비스는 저런 서비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아마도 저런 서비스가 아닐 것이다. 아니 비슷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분명 다를 것이다. 많이 다를 수도 있고,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아이템 혹은 기존 경쟁사의 기능을 개선한 서비스를 출시하고자 한다. 당연하다. 저작권 문제, 새로운 시장 확보, 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막대한 자본으로 기존 시장을 점유한 공룡들과 박치기해서 승리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더라도 반드시 독창적인 서비스 모델이나 전략을 가지고 있다.
사람인, 잡코리아 등으로 이미 포화상태였던 HR 시장에 등장한 ‘잡플래닛’과 같은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잡플래닛은 회사에 대한 실제 재직자의 익명 리뷰를 통해 재직자/구직자를 가리지 않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이를 기업의 채용품질 향상으로 연결시켰다. 덕분에 HR 시장에서 그들의 자리를 마련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늦게 등장한 원티드와 같은 서비스는 헤드헌팅을 부드럽게 다듬은 비즈니스 모델로 HR 시장에서 또 다른 파이를 가져갔다.
이런 서비스를 기획할 때 “일반적으로 이런 기능들은 여기에 배치하는 게 맞으니까 이렇게 해볼까?” 라는 황당한 토론이 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절대 1~2회로 끝나지 않는다.
리서치 > 가정 > 분석 > 반영 > 반복
일반의 함정. 거창하게 이야기 했지만, 서비스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IT업계 종사자 모두가 이미 겪어 본 경험일 것 같다. 가까운 직장 상사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코드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디자인 취향으로부터…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리서치 > 가정” 혹은 “가정 > 리서치” 그리고 “결과 분석“과 “반영“의 반복이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고 실험한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발견하는 대부분의 방법론이나 리포트도 사실은 이를 잘 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beyes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