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새로운 사업 매니징을 요구받게 된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종목과 상관없이 프로 스포츠에서 다음 시즌 선발로 나올 선수를 쉽게 맞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직전 스토브 리그에서 많은 지출을 하고 데려 온 선수는 어떻게든 다음 시즌 선발로 시작하게 됩니다.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일단 써야 하죠. 설령 감독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몇 경기 뛰고 난 다음 여러 가지 이유로 선발에서 내려오고 그전까지는 많은 기회를 보장받게 됩니다.
시작부터 스포츠 이야기를 한 이유는 사실 커리어 역시 그렇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평가 받고 가치를 연봉으로 환산받게 됩니다. 좋든 싫든 연봉은 현재 직장에서 나를 생각하는 수준, 가장 객관적인 지표입니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연령, 회사, 심지어 직업도 다르지만 하는 일의 성격이 비슷해지는 것이죠. 새로운 방식을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이 역할은 영향력이 너무 큽니다. 회사 사업 구조와 여러 사람의 커리어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비싸게 주고 고용합니다. 외부에서 온 경력직이 아니라고 해도 계속 그런 역할을 강요받게 됩니다.
경영 기획을 하는 사람은 신규 사업에 대한 손익을 매니징 해야 하고, 개발자는 여러 주니어 개발자들과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합니다. 데이터 분석가는 기존에 하지 않던 방식의 데이터 프로덕트를 만들어 내야 하고, 영업 담당자는 새로운 영업 채널을 뚫어내는 역할을 팀으로 수행합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결국 커리어의 방향성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 사분면과 같습니다.
커리어의 시작을 A, B, C 어디서 하는지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은 D의 역할을 강요받게 된다는 점이죠. 내 몸값이 오르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연봉이 올라갈수록 D가 될 준비를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커리어가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이어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하는 회사에 처음 주니어로 입사하면 보통 A 같은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기능적으로 빠르게 기존 방식을 기존 사업에서 하게 되는 경우죠. 손이 빠르고 도구를 잘 쓰는 스킬이 뛰어나면 주목받게 됩니다. 나만 잘하면 내 일을 인정받죠. 영업을 해도 내 목표를 기존에 선배가 하던 방식을 조금 바꾸어서 잘하면 인정받습니다.
회사에 따라 A에서 B로 커리어의 방향이 이동되는 시점이 옵니다. 기존에 내가 하던 것을 여러 사람을 봐주는 식이죠.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혁신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니까 옆 사람을 봐주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상사의 모습이죠. 하던 일을 하던 대로 관리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일을 혁신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직할 곳이 적어지고 시장의 평가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A 업무를 하다가 조직 이동으로 C의 역할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직무의 스킬셋을 그대로 가지고 신규 사업을 하거나 기존 스킬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 보는 것입니다. 신규 사업에 투입된 기획자, 개발자, 분석가나 기존 사업에서 다른 방식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고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면서 일을 점진적으로 바꾸고 직무와 조직의 성격도 재정의하는 타입입니다. 물론 리스크는 있습니다.
“잡부가 될 수 있습니다”
잡부는 혼자서 여러 일을 사람을 통하지 않고 몸으로 방어합니다. A에서 한 가지 스킬에서 탁월함이 있어서 C가 되었는데 새로 이것저것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규 조직에 사람이 부족하기에 여러 역할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높은 리스크를 가지고 높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죠.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경우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일하는 조직에서 잡부로 남는다는 것은 커리어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잡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D로 옮겨가야 합니다. 여러 일을 하는 신규 조직에서 혼자서 일하면 전문성도 옅어지고 성과도 내기 어렵습니다. A 단계에서부터 가장 탁월했던 스스로의 스킬 셋 하나를 깊게 유지하면서 다른 분야는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D로 옮겨가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B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D로 급진적으로 변화해서 연착륙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럴 상황도 많지 않습니다. B는 끓는 냄비 속에 있을 거니까요. B에서 어느 순간 뭔가 풀리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역량을 기준으로 업무 분배와 자율에 기반한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좋은 D로 향한다는 것은 좋은 방향성을 항상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D는 콘셉트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스킬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같은 지표를 놓고 기계적으로 이 지표가 늘어나니까 여기에 더 집중하자는 것은 콘셉트가 아닙니다. 데이터 안팎의 정보를 모두 고려해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포기하는 행동을 할지 전략을 정하는 것이 방향성의 핵심이죠.
A, B, C에 있는 상태라면 D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연습을 해야죠.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일하면서 만들어 봐야 합니다. 직무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딜 가든 회사는 D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스킬적인 업무는 저렴한 비용으로 하고 더 많은 사람의 스킬적인 능력을 키우는 역할을 맡는 게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회사는 생각합니다. 또한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역할이 아닌 새로운 돈벌이를 만드는 것이 비용대비 산출물이 높은 일이라 생각하기에 어느 조직이든 D 역할을 강요받게 됩니다.
현재 나는 커리어의 여정 중에서 어느 위치에 있고 다음 단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실제 업무에서, 경력 기술서의 키워드에서 잘 찾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