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성장, 성취감 그리고 전문성
최근 모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으나, 회사 방침 상 인터뷰가 어려워 불발되었다. 아쉬움이 남아 인터뷰에서 전하고자 했던 내용 몇 가지를 옮겨 적는다.
경제학 전공자인데 IT 세일즈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
본인의 브런치 <Job담> 시리즈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대학교 4학년 때까지 꿈이 자주 바뀌었고 스스로 영업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첫 회사는 케이블 방송사였고 처음 맡은 직무도 영업이 아니었다. IT 영업을 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 보니 우연(serendipity)의 작용이 컸다.
첫 직장에서는 도제식 교육 하에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었는데, 이로 인해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직장은 좀 더 주체성을 갖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작은 조직 위주로 알아봤고, 직원 수 100명 이하의 기업들만 찾았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들은 대부분 IT업계, 그리고 스타트업이 많았다. 우연히 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게시글을 보던 중 한 스타트업의 채용 모집 공고가 눈에 띄었고, ‘로켓에 올라타겠다’라는 마음으로 스타트업 영업직으로 입사했다.
당시 영업 직무를 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순전히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쓰게 만드는 일이 도전의식을 자극했고, 영업을 잘하면 마케팅이나 기획 등 다른 직무도 연계해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커리어의 이직 기준
공통 키워드는 ‘성장’이다.
2014년에 첫 취업을 한 일본 방송사는 취업의 ‘ㅊ’도 모를 때 재미라는 요소를 주로 보고 선택했다. 더 넓은 시장 경험을 할 수 있는 해외 취업의 매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체성과 유연함, 빠른 성장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1년도 안 되어 퇴사 후 국내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 직원 수가 30여 명이었는데, 약 2년 동안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며 회사와 함께 나도 크게 성장했다.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영업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또 최적화해가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2년 쯤 이렇게 업무를 하다 보니 나의 학습 커브(learning curve)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업에 대한 전문성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오라클에서 새로 부서를 만들면서 클라우드 솔루션 세일즈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다.
2016년 오라클에 클라우드 세일즈로 합류하고 나서 약 1년 간 밀도 있는 경험을 했다.
영업력이 강하다고 소문난 회사에서 수십 년간 쌓여온 영업 노하우, 비즈니스 체계를 익혔다. 덕분에 시장 전체를 분석하고 영업기회들을 분류하여 전략을 짤 수 있는 감을 익혔고 고객에게 접근할 때 적용 가능한 세세한 팁을 얻었다. 영업 대표로서 내부 컨설턴트, 기술지원 담당, 협업사 관계자 등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수 억짜리 제안을 하고 딜을 성사시키는 경험도 해봤다. 이전 직장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스케일과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세일즈 사이클(sales cycle)이 길다 보니 성공 및 실패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횟수가 적었다. 수 억짜리 제안이라 기본 영업 기간이 6개월 이상 걸렸는데, 더 많은 수주를 통해 경험을 쌓고 싶었다.
지금까지 익힌 노하우들을 더 빠른 주기로 적용하며 성공 경험을 쌓아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음 회사는 최대한 많은 수주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했고, 마침 구글 온라인 파트너십 그룹의 영업 직무가 눈에 들어와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고객이 100만~200만 정도 되는 큰 규모의 비즈니스였기에 수많은 고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후 약 3년간 한국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수 천 개의 (잠재) 고객사와 만나며 다시 한번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세일즈 업무가 주는 매력
- 성취감
- 다른 직무들보다 KPI가 명확하기 때문에 (숫자, 매출 목표) 목표 달성 여부도 파악하기 쉽고,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뿌듯함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대한 나의 기여가 이렇게 명확하게 보이는 직무도 흔치 않은 것 같다.
- 전문성
-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체계와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 년간 이런 경험을 쌓다 보면 자연스레 전문성이 쌓이게 된다. 나는 내년으로 영업 10년 차가 된다. 요즘 부쩍 여러 곳에서 상담 또는 커피챗 요청을 받으며 시장에서 10년 이상 B2B 영업을 꾸준히, 본인만의 체계를 갖고 해온 분들의 수(공급)보다 시장의 니즈(수요)가 더 크다는 것을 느낀다. 영업 직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다 보면 항상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배준현 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