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의 상장 실패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가 이 '뷰티컬리'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프리미엄 식재료를 엄선해 판매하는 컬리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상장용 서비스'라는 거였죠. 몸값이 10억원대에 달하는 모델을 기용했다는 것도 비판거리였습니다.
- "컬리도 변했다"…상장 행보에 등 돌린 충성고객 (비즈니스와치, 2023.01.07)
컬리는 작년 11월 뷰티 전문 버티컬 서비스 <뷰티컬리>를 출시했습니다. 출시 후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선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니가 나온 광고 영상은 1월 16일 기준 조회수 912만 회에 6.2천 개의 ‘좋아요’를 받으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장을 앞두고 흑자 전환이 중요한 시점에, 신규 서비스 홍보에 적지 않은 광고비를 지출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뷰티 쪽은 이미 올리브영 같은 ‘이미 너무 잘하는 강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뷰티컬리를 통한 성장가능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사업기획자의 시선에서 왜 뷰티였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자세히 뜯어보니 뷰티컬리도 나름대로 경쟁력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뷰티컬리가 어떤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 정리해봤습니다.
마켓 · 컬리의 유산, 고객 접점과 프리미엄 브랜드
우선 뷰티컬리는 마켓컬리의 여러 가치 있는 장점을 상속받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인지도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식품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J올리브영이 가지는 압도적인 경쟁우위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옴니채널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이라기에는 온라인을 잘하고, 이커머스라 보기에는 오프라인 역량이 뛰어납니다. 298만 MAU(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여주는 올리브영 모바일앱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289개로 확인되는 엄청난 수의 오프라인 매장과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은 이들의 고객접점 노출을 극대화합니다. 예를 들면, 아무리 뷰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서울을 조금 돌아다니면 지금이 올영세일 기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의 특성상, 다수의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한 것은 큰 경쟁력입니다. 직접 경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고객에게 자신의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체험시키고 싶은 사업자에게 올리브영은 훌륭한 판매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뷰티컬리는 이런 형태의 오프라인 접점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기반이 ‘식품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기에 올리브영과는 다른 형태로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컬리 앱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30만으로 올리브영 앱(323만)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다만 유사한 MAU여도 컬리의 사용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근본이 식료품 버티컬 이기 때문입니다.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1.5%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며, 이들의 온라인 식료품 구매 빈도는 월평균 5.1회에 달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컬리는 식료품 구매를 위해 월 5번 정도 결제의도를 갖고 들어온 고객들에게 그들의 뷰티 제품에 대한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고객은 스킨이나 로션 하나를 위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컬리에서 장바구니를 담다가 때마침 할인하는 화장품이나 필요한 화장품이 눈에 띈다면 컬리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된 ‘컬리’ 브랜드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컬리는 초기부터 최고 품질의 식품에 대한 깐깐한 큐레이션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컬리에 대해 비싸다는 이미지는 있어도, 컬리는 좋은 제품을 판다는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이런 이미지는 판매자가 뷰티컬리가 좋은 대안으로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패션, 뷰티 브랜드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팔기에,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이런 이미지 관리에 유통채널의 성격도 영향을 줍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창고정리’라고 써붙인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상품과 백화점에서만 판매되는 상품을 볼 때 느껴지는 차이가 유통채널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컬리는 이런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 포지셔닝 해왔습니다. 상품 페이지부터 모든 것을 ‘컬리스럽게’ 유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뷰티컬리는 기존 명품 뷰티 브랜드와 명품이 되고 싶은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뷰티컬리는 지난해 11월 그랜드 오픈에 맞춰 에스티로더, 맥, 랑콤, 라 메르, 비오템 등 백화점 1층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 대다수를 정식 입점해 선보였다. 여기에 설화수, 헤라 등 K뷰티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물론 논픽션, 탬버린즈 등 신생 럭셔리 브랜드와 프라다, 조 말론 런던, 아틀리에 코롱 등 퍼퓸 브랜드까지 1천여 개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 컬리, 뷰티컬리 오픈 후 명품 화장품 매출 3.2배 증가 (와우테일, 2023.01.10)
물류 경쟁력을 보여줄 때 – 풀필먼트
‘새벽배송의 선구자 컬리’는 높은 물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류라는 용어가 포괄적이지만, 다양한 물류 영역 중 컬리의 재고관리 및 보관 역량을 말하고 싶습니다.
컬리는 초기부터 신선식품을 취급했습니다. 미국기업 아마존이 창업 초기, 품질 차이가 적고 재고보관이 용이한 도서 판매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하드모드로 시작한 것이 컬리입니다.
식품이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냉동, 냉장, 상온 등 보관 조건이 다양하다는 점과 수요와 공급에 대한 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나와 가족의 입에 들어가는 식품이기에, 식품은 다른 어떤 제품보다 깐깐한 CS가 발생합니다.
화장품은 식품과 유사합니다. 보관 및 배송과정에서의 온도와 습도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급 화장품 브랜드라면 이런 재고를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배송하는 것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컬리가 가진 물류 경쟁력은 뷰티컬리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또한 컬리의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의 풀필먼트 사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 위축으로 ‘K-뷰티 시장’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화장품 사업자는 매년 15%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뷰티컬리는 컬리가 그들의 물류 역량으로 잘해낼 수 있는 영역이자, 동시에 화장품 사업자들에게 그들의 풀필먼트를 이용하게 만드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워라벨의 시대 라이프는 컬리, 워크는 헤이조이스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점, 물류 다 좋지만, 뷰티컬리가 잘되려면 우선 화장품을 고객한테 많이 팔아야 합니다. 컬리의 멤버십, 새벽배송 등 고객을 유인할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데이터를 만지는 사람으로 헤이조이스가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처럼 판매를 위한 수많은 기술이 있지만, 근원적으로 화장품을 잘 추천하려면 고객을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보여지는 것에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지, 그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지출할지 등 고객을 이해해야 적절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 조금 추상적입니다. 그렇다면 삶을 구성하는 요소로 나눠서 생각해봤습니다. 요즘도 끊임없이 언급되는 ‘워라벨’이 좋은 근거가 될 것 같습니다. 삶이 Work와 Life로 구성된다면, 그 사람의 생산활동인 일(Work)과 소비/여가활동(Life)을 이해한다면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우선 컬리는 고객의 소비생활과 관련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초기 컬리는 구하기 힘든 상품,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의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알뜰쇼핑’, ‘최저가 도전’ 등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가져오는 것에도 공들이고 있습니다.
상품의 구성이 다양해진 것에는 바스켓사이즈를 늘려서 물류비 효율을 내기 위한 측면도 컸겠지만, 데이터 측면에서는 고객의 소비데이터를 더 다채롭게 수집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가격대가 넓어지면서 ‘디저트류는 비싸게 구매해도, 일반 식재료는 저렴한 것을 선호하는 고객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처럼 고객의 소비패턴을 다양하게 분석하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그들이 인수한 헤이조이스를 활용한다면 고객의 생산활동에 대한 파악도 가능합니다. 헤이조이스는 ‘일하는 여자들의 라이프 성장 플랫폼’으로 여성 커리어우먼 대상으로 교육 제공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컬리의 헤이조이스 인수가 단순히 멤버십 락인을 위한 목적으로만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만약 컬리와 헤이조이스가 연계된다면, 컬리는 특정 사용자의 소비패턴과 함께 소득수준과 사회적 지위(어떤 직무의 몇 년 차인지), 자산규모(거주지가 어딘지 등)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커리어와 관련된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액티비티, 취미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면 컬리가 특정 사용자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써드 파티를 활용한 광고보다 퍼스트 파티로 확보한 고객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CRM 같은 마케팅 활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화장품 판매에 필요한 유의미한 고객 정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컬리는 분명 힘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또한 식품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 컬리가 광고 하나만 잘하고 다른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외형성장’은 불가능했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한 컬리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