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 역시 적지 않은 ‘오해’를 만들어 내는 단어거든요. ‘진정성’을 ‘진심’ 같은 단어로 대치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이걸 브랜드가 아닌 개인에 빗대 보면 ‘노오~력’과 비슷한 말로 느껴집니다. 

 

 

타고난 능력과 노력 중에 뭐가 더 중요합니까? 

 

성공한 스포츠 선수나, 연기자 등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은 노력이 중요하다고 대답하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느냐, 능력만 갖고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사실 회사에서도 이런 말은 많이 듣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노력과 열정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거꾸로 묻습니다. 저분은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노력은 분명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진정성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마이클 센델(‘공정하다는 착각’) 교수가 말하듯이, 노력한다고 모두 마이클 조던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조던보다 더 노력한 농구선수도 있었을 거예요. 

 

 

진정성 없이 성공하진 못하겠지만,

진정성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실리콘 밸리에도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제품이 좋으면 성공한다는 착각을 한다고.. 하지만 성공과 실패엔 다른 요소들이 너무나 많이 끼어들게 됩니다. 

백종원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식당 창업 전에 성공한 가게 외에 실패한 가게에도 가보라고요 성공한 가게에 가보고는 내 음식이 여기에 꿀릴 것이 없을 것 같고, 더 친절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가격이나 입지만 잘 선택하면 무조건 성공이라는 꿈에 부풀게 되죠. 

하지만 실패한 가게들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맛이나 친절함이나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여긴 왜 장사가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딱히 답을 못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열심히 하는데, 왜 안되는 걸까요?  

 

 


 

 

1%의 매력과 99%의 노력 

 

우리는 성공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 브랜드들을 벤치마킹하면 우리도 성공의 방정식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모든 브랜드엔 그 브랜드만의 성공 비밀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브랜드 스스로도 정확한 이유를 모를 수도 있어요. 난 오직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굳건히 믿는 분들처럼 말이죠. 

앞서 식당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제가 식당 예시를 자주 드는 편입니다) 요즘 힙하다는 곳들을 가보면 도대체 여기를 왜? 싶은 곳들이 많습니다. 요즘 유명한 카페 노티드를 가본 분 중에도 너무 좋았다는 분들과 별로다라는 분들이 확연히 나뉘죠. 

또 치킨 3만 원 시대라고 분노하면서 개당 3만 원이 넘는 고든 램지 버거는 먹으려고 웨이팅을 합니다. 둘이 먹으면 10만 원이 훌쩍 넘죠. (햄버거만 먹을 순 없잖아요?) 하지만 고든 램지 버거는 여전히 예약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고 조만간 2호점도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든 램지 버거 (ⓒCATCH TABLE)

 

 

이 이해 안 되는 현상들의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전히 ‘진정성’에 답이 있나요? 디트로이트에서 먹어본 피자를 한국에 소개해보고 싶었다는 스토리(모터시티 바이 매니멀)가 학교 앞에서 몇십 년째 토스트를 구운 할머니보다 더 진정성이 있는 걸까요? 

이미 제가 생각하는 답은 이 글의 제목에 적어 놓았습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구요.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매력입니다. 물론 매력이 없으면 노력해봐야 소용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에디슨이 이야기했다죠?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원래 에디슨이 이 말을 한 의도는 1% 영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더군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겐 99%의 노력은 당연한 거지만, 그 노력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은 1%의 매력일 겁니다. 

 

 

‘매력’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최근 브랜딩(또는 리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들을 살펴보죠. 곰표, 빙그레, 시몬스 등은 그전에 가졌던 ‘인지’에 명확한 ‘개성’을 더했습니다. 오롤리데이나 29cm, 그리고 제가 자주 예를 드는 김창수 위스키 같은 곳들 보면 표방하는 바가 명확합니다. 파타고니아도 마찬가지구요. 

 

 

오롤리데이의 캐릭터 (ⓒ오롤리데이)

 

 

이런 개성은 왜 중요할까요? 많은 마케터 분들께 물어봤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마케팅 방법은 뭐냐구요. 대체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꼽습니다. 중요한 채널은 여전히 인스타그램이구요. (가끔 틱톡과 블로그를 꼽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개성이 있어야 마니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마니아들이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것이 어찌 보면 ‘진정성’입니다. 거짓으로, 억지로 만든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진짜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들이 스스로 확산하기 시작하는 거죠. 

앞서 ‘공감가치’를 이야기했습니다만.. 여기서 ‘공감’이라는 것이 꼭 대중적인 취향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나이키나 룰루레몬 같은 경우 이미 엄청나게 성공한 케이스고 초창기에 이런 취향에 집중했기에 좀 더 일반적인(그리고 광범위한) 취향과 결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라면, 좀 더 뾰족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빙그레나 시몬스가 처음에 ‘빙그레우스’나 ‘제품 없는 제품 광고’를 내놨을 땐 이질감이 강했죠. 빙그레 내부에선 회사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마니아들이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팝업 스토어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대중화가 되고, 이는 그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형성합니다. 

이 시그니처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식당의 예를 들자면, 힙한 가게들은 대체로 시그니처가 있습니다. 요즘 시그니처는 간판 보다, 때론 입지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인스타각이다싶은 것이 시그니처가 되죠. 

 

 

인스타각을 위한 시그니처 메뉴들 (ⓒ좌-을지로 미팅룸, 우-헤이웨이브)

 

 

이렇게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의해, 소비자들의 미디어를 통해 확산이 되기 시작합니다. 브랜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거죠. 이렇게 우리 브랜드만의에코 시스템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전 이것이 브랜딩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구요. 

 

 


 

 

좋든 싫든, 우리는 디지털을 활용한 브랜딩과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그럼 디지털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하죠. 흔히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만, 디지털은 모든 사용자가 연결이 되어 있기에 이들 사이에 확산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바이러스처럼요. 

이걸 위해 필요한 것이 개성이고, 이 개성을 지지하는 마니아들을 형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요식업에 종사하실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봤을 때,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라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우리 브랜드에도 힙한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에 해당하는 ‘필살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 시그니처에는 명확한 개성(개념과 이미지)이 있어야 하죠. 오롤리데이의 해피어를 상징하는 캐릭터처럼 말이에요. 과거엔 그런 시그니처가 주로 광고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특정 기간 집중적으로 예산을 태워 시청자에게 각인을 시켰죠.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 스스로 확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어떻게 차별화된 우리만의 매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공감하고, 확산시킬 것인가 등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S. 커버 이미지는 모터시티 바이 매니멀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최프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