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Make Better Choices in Work

 

 

 

 

어느 순간부터 ‘자주 실패하세요’, ‘실패를 자주 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라는 말이 무책임하게 들렸다. 실패를 정의하는 기간과 기준, 범위도 제각각. 심지어 이런 말은 실패 후 큰 성공을 경험한 사람만이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패하라는 말에 책임감이 뒷받침됐으면 했다. 실패는 할 수는 있지만 실패에서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걸까.

올해 겨울 이 물음에 답해줄 책을 만났다. Decisive: How to Make Better Choices in Life and Work, 스탠퍼드 대학교의 조직행동 교수이자 동생과 <스틱>을 집필한 칩 히스의 <후회없음>이다. 기대감 없이 책을 펼치고 10페이지 안에 밑줄을 칠 문장을 만나지 않으면 덮겠다는 의지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한 달간 붙잡고 있었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문장들을 밑줄 치며 곱씹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책은 실패를 절대 하지 않는 법이 아니라 일과 삶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세스다. 2022년 내 선택의 방해 요인은 무엇이었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어떤 프로세스를 갖추며 대응할 것인지 1년을 돌아보며 12가지 챕터로 회고해보았다.

 

 


 

 

1. 결정을 가로막는 4가지

 

아메리카노와 플랫화이트 중 무얼 마실지 고민하는 것부터, 이직과 퇴사는 물론 연애와 결혼까지 삶은 결정의 연속이다. 인간은 불안전한 뇌를 가지고 있고 직감적으로 행동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결정을 가로막는 4가지>

  • 편협한 사고틀: 선택지를 너무 좁은 틀에 가두고 이분법으로 바라본다.
  • 확증 편향: 상황을 속단하고 그 믿음을 뒷받침할 정보만 찾는다.
  • 단기감정: 순간의 감정에 의해 선택한다.
  • 과신: 앞으로 미래를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각자 실패했던 에피소드를 말할 때면 늘 나오는 프로젝트가 있다. 그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4가지 요소가 전부 해당했던 것 같다. 모두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해진 채로 업무가 정해졌었고 그 순간부터 정해진 답에 이유를 끼워 맞추는 형식이 돼버렸다. 프로젝트 타임라인도 매우 촉박해서 순간의 직감으로 결정하는 순간이 있었고 KPI에 대해 과신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내가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이었다.

첵에선 더 나은 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선 장애물 4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 편협한 사고틀: 더 나은 선택지를 탐색하고 넓힌다.
  • 확증 편향: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 단기감정: 직감으로 사고를 흐리지 않고 결정과 거리를 둔다.
  • 과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잊지 말고 틀릴 때를 대비한다.

 

처음부터 정답을 정해놓고 사고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떤 과정으로 결과에 가까워질 것인지, 모두가 생각하는 목표가 동일선상에 있는지 물어가며 선택지를 탐색해야 한다. 이미 실행 중이더라도 이게 최선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단계별로 점검해야 한다. PM은 그 역할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프로젝트가 실패임을 어떤 시그널로 측정할 것인지, 실패했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실패를 어떻게 성공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꿀 것인지 큰 그림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챕터 11에서 더 자세히 설명된다.

 

 

2. 편협한 사고틀에서 벗어나기

 

올해 10월 이직을 하며 거의 5년 만에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날이 주어졌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휴양지로 떠나거나 서유럽을 택했다. 여행지를 고민하는 시간만 3주가 넘게 걸렸는데, 이유는 추천 받은 휴양지와 서유럽에서 머물러있는 내 생각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선택지도 훌륭한 여행지이지만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내가 편협한 생각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땐 1)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2) 선택지를 백지화하고 3)한 걸음 물러나서 편협한 사고틀을 알아차리라고 한다.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했다.

 

  • 가고 싶은 여행지가 아니라 삶에서 원하는 건 무엇인지
  • 원하는 걸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는 어디인지
  • 만약 서유럽이 아니라 다른 곳을 간다면 그 기회를 잃어도 괜찮을지

 

질문에 답을 하니 내가 원한 건 관광 명소와 휴식보다도 사회의 배움이 절실했다. 행복 지수가 높고 놀라울 정도의 교육 환경을 갖춰 행복해지는 방식이 한국과는 많이 다른 덴마크 코펜하겐을 택했다. 편협한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본질적으로 삶에서 원하는 것을 답하니 내가 택한 여행지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 통틀어 최고의 여행지와 배움을 경험했던 놀라웠던 여행 후기는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3. 멀티트래킹

 

디자인을 하나만 가진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곧 자기 자신으로 여기고, 디자인을 여러 개 가진 디자이너는 디자인과 자신을 분리한다. (Scott klemmer)

 

조직에서는 멀티트래킹을 하기 어렵다. 여러 선택지를 고려할수록 시간이 지체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리더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서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따지는 경영진일수록 결정이 오히려 빨랐다고 한다. 경영진은 선택지를 비교하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면 하나에만 집착하지 않고 입장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실패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여러 개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처음 시도하는 영역일수록 ‘다해보자’ 마인드로 접근했다. 대신 무겁지 않고 가볍게, 그리고 하나씩 성과를 보며 빼가는 것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맡게 됐을 때도 있었다. 고민이 들어 한 동료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둘 다 해보고 결정하세요.’라고 조언해 줬다. 맞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닌 조금은 힘들지만 둘 다 해보는 방법을 택했고 그 덕분에 두 가지 프로젝트의 장/단점을 동시에 고민하며 내가 더 해결하고 싶은 성격의 문제, 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삶에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상황을 만날 때는 사실 ‘둘 다’가 정답이 아닌지 묻는 대담성이 필요하다. 둘 중 하나 대신 둘 다 할 방법을 찾자.

 

 

4. 같은 문제 해결자 찾기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과학자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유추(analogy)다. 실험을 하다 부딪히는 문제는 좁은 유추와 넓은 유추로 사고를 전환한다고 한다. 좁은 유추는 현재 하는 실험을 비슷한 대상을 다른 실험과 비교하는 것이고, 넓은 유추는 같은 계통에 속하지만 다른 대상에 관한 이야기로 실험으로 넓힌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 A라는 기획을 하며 비슷한 B와 비교해 개선점을 찾아내고(좁은 유추), A를 성격이 전혀 다른 알파(α) 기획과 엮어 생각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출(넓은 유추)하는 것이다. 좁은 유추보다 넓은 유추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여러 시도가 필요하다. 이럴 땐 넓은 유추로 문제를 해결해본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일을 경험했었던 업계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이트를 청취한 것도 큰 도움이 됐고, 일을 하다 막히는 구간이 있으면 업무를 해본 분들께 직접 페이스북 메시지, 이메일 등을 보내 질문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90% 이상 답변이 왔고 감사하게 모두가 내 일처럼 조언해 주셨다. 이때 중요한 점은 문제를 해결한 방식을 문서화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문제를 해결해본 사람을 만나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아예 다른 조직의 구성원을 만나보거나 내가 당면한 문제의 큰 흐름을 타본 분까지 탐색해 본다. 이렇게 될수록 문제를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가령,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 비슷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넘어 플랫폼을 만들어본 사람까지 확장해보는 것이다.

 

 

5. 생각을 뒤집기

 

협업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의견도 다양해지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팀원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에서는 이 역할을 ‘악마의 변호인’이라 지칭하는데, 악마의 변호인은 내 의견대로 일을 진행했을 때 우려되는 점과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내 의견을 더 경청했고 깊이 고민한 사람임을 나타낸다.

반대되는 의견을 듣게 되면 내 직감과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가령 내가 ‘A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선, X 마케팅을 해야 해’라는 의견에 X 마케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반대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한 X가 아닌 Y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반대 주장을 하는 B 팀원이 있다고 해보자. 이럴 땐 X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럼 A의 유입이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X만 고집하고 상대는 Y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A를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논의하면 사고의 틀이 달라진다. 본능적으로 내 생각을 뒷받침하려 하지 말고 비판을 꼭 필요한 기능으로 이해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올해 난 악마의 변호인을 자처하는 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알기에 존경하게 되었다. 나 또한 다른 팀원을 위해 건설적인 반대를 더 습관적으로 말해야겠다.

 

 

6. 줌아웃-줌인

 

선택을 검증할 때 내가 직면한 선택을 먼저 거친 사람들의 경험에서 배울 점을 찾거나(줌아웃), 직관을 걷어내고 구체적인 질감을 찾는(줌인) 두 가지 방식이 있다.

CRM마케터로 일하던 나는 회사에 CRM 외에 다른 일이 중요해지고 이를 전담할 사람이 필요했을 때 병렬적으로 업무를 몇 달간 진행했었다. 모든 업무가 우리 회사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함께 바라볼 수 있지만 두 업무는 접근하는 방식과 성과를 보는 목표, 지표가 달랐다. 동시에 일하며 혼란에 빠진 적도 몇 번 있었다.

올초 나는 CRM에서 다른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다. 바로 앞서 말한 병렬적으로 했던 그 업무의 연속선상에 놓인 일이다. 선택의 기로에 있던 가운데, 나는 운이 좋게 리더 덕분에 줌아웃-줌인으로 내 선택에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리더분과 대화를 통해 새로 맡게 될 일의 현실적인 관점을 부여할 수 있었고(줌아웃), 직관을 걷어내고 이 일을 잘하기 위한 기저율을 검증(줌인)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미리 경험한 리더를 만나 업무를 비교적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7. 우칭하기 (To move or slide a small amoun)

 

우칭의 뜻은 큰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번 작은 실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머리부터 들이밀지 말고 발가락부터 담가보면서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 우칭은 어떻게 보면 CRM 마케팅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올해 DA 매니저분께서 먼저 발의해주셔서 RFM 업무를 함께 고민한 적이 있었다. RFM은 비즈니스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우리 비즈니스만의 RFM은 무엇인지 찾기 위해 자주 논의했다.

 

  • Recency : 얼마나 최근에 구매했는가
  • Frequency : 얼마나 자주 구매했는가
  • Monetary : 얼마나 많은 금액을 지출했는가

 

사실 RFM을 우리 프로덕트에 맞게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른 비즈니스 RFM을 찾아봐도 우리가 같은 RFM 결괏값을 갖게 될 거라는 확신도 갖기 어려웠다. User Journey의 터치포인트를 잡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 구좌씩 여러 메시지로 테스트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는 DA분과 함께 우칭하며 작은 실험을 반복했고 실제로 3개월이 지나 지표가 오르는 결과를 만들었다!

 

 

8. 단기 감정 극복하기

 

10-10-10

지금 하는 결정이 10분 뒤, 10개월 뒤, 10년 뒤 어떻게 느껴질까?

 

책에서는 단기 감정 극복법으로 10-10-10을 사랑 고백과 연결해서 설명한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건 어렵다. 근데 고백하고 10분 뒤까진 부끄러울 수 있지만 10개월 뒤, 10년 뒤에는 어떻게 느낄까? (상대가 멀쩡하다는 조건하에) 그때 왜 고백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인간은 현재의 감정에는 강렬하고 예리하게 느낀다. 하지만 미래 감정은 어렴풋하기에 단기 감정이 내 결정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일도 단기 감정이 날 사로잡고 있는데 책에서는 2가지 방법으로 조언해 준다.

 

  1. 문제와 멀리 떨어져서 거리를 둔다.
  2. 내가 직면한 문제가 친구가 겪었다고 생각해 보자.

 

1번은 말 그대로 생각을 단절하는 거다. 한 번은 일을 감정적으로 느껴 고통받던 시간도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만든 콘텐츠에 악플이 하나 달렸던 적이 있었는데 주말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니 그 악플이 내 눈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오후에 친구랑 갔던 카페에 움직이는 조형에도 악플이 둥둥 떠다녔다. 이게 3개월이나 지속됐다.

꼭 부정적 감정이 아니더라도 직면한 문제를 하루종일 안고 있는 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단기 감정이 날 잠식하면 모순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하기에 점점 두려워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거리를 둘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잠시나마 딴생각을 하면 바로 코에 물이 들어가는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하는 시간 동안은 온갖 생각을 단절하며 감정에 균형을 찾았다.

또 다른 방법은 내가 하는 고민을 친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내 고민을 할 땐 여러 가지 변수가 머릿속을 날아다녀서 제대로 된 결정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조언할 때는 단기 감정이 무시되고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 더 현명하고 대담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9. 핵심 우선순위 정하기

 

우선순위는 어떻게 결정할까? 일과 삶의 중요도와 현재의 상태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지는데, 이게 참 모호하다. 돌이켜보면 난 우선순위를 딱히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책에서 핵심 우선순위의 진짜 속내는 감정이라고 한다.

온갖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걷어내면 핵심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남는다. 우선순위는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내 감정을 존중하며 선택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가치, 목표, 열망 같은 것이다. 감정을 질문으로 표현하면 ‘나는 어떤 동기로 움직이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로 귀결된다.

당장 나에게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솔직히 대답을 못하겠다. 아직 살 날이 100년 정도 남았고, 삶에 우선시로 두는 가족, 건강, 행복, 사랑, 휴식, 일 등이 순위를 매기지 못할 정도로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본질에 다가가도 우선순위는 늘 어렵다. 왜냐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까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드물고, 우선순위를 정했지만 따르지 못하게 되는 일도 잦다. 책에서는 이럴 때 덜 중요한 것을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주니어일 땐 모든 일을 잘해야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강박이 있었다. 콘텐츠 마케팅을 할 땐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넘어 영상을 촬영과 심지어 편집, 후보정까지 모두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이 많아질수록 일을 위임하는 것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내 본업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것을 지금은 잘 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 되묻고 생산적 멈춤(Productive interruption)을 의식하자.

 

 

10. 미래를 위한 지지대 설정하기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을 회고할 때면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지표가 몇 배로 더 개선됐을 텐데..’라고 과거의 선택에 큰 아쉬움을 가질 때가 있다. 사전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등이 울리듯 미리 가늠했더라면 추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일을 기획하고 시작하기 전에 이 일이 아주 잘 됐을 때와 최악의 상황일 때의 양극단을 그려보는 방법이 있다. 광고를 집행한다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광고가 성공했을 땐 트래픽이 몰려 프로덕트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해두어야 한다. 초당 몇 명의 유저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한지 미리 파악해두거나 물량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반대로 광고가 처참하게 망했을 땐 망해가는 시그널을 어떤 기간으로 볼 것인지, 망하는 시그널이 포착된다면 2차 액션으로 어떻게 광고를 개선할 것인지 준비하는 것이다. 이 모든 시나리오가 준비된다면 광고의 성공 유무와 추후 액션까지도 유리한 판을 짤 수 있다.

양극단으로 업무를 고려해야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면 최선의 추측에만 갇히게 된다. 사실 이런 경험도 아주 잘 됐을 때와 최악의 상황을 각각 경험해보고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또한 상상해보기 어렵다면 4번의 같은 문제 해결자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11. 인계철선을 마련하기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일에 몰두하고 애정을 쏟아낼수록 내 생각을 마냥 긍정 회로로 두어 일이 잘못됐을 때 다시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일을 적당히 몰두하고 적당한 애정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기간과 경계를 두는 방법이 있다.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일인데, 기획하는 단계에서 계속 규모가 커졌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적이 있었다. 그때 리더가 해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우선 이 업무의 승패를 판가름할 데드라인을 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한 노력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를 두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1. 데드라인 정하기
  2. 일의 경계 두기

 

데드라인과 경계는 일을 진행할 때 좋은 가이드가 된다. 새롭게 도전해보는 일에도 안전한 기간이라는 울타리 안에 위험을 한 번쯤 감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계를 두어 일정 범위 이상의 리소스가 들어갈 때 스스로 캐치하는 것이다.

리더는 위기와 기회를 민감하게 포착하면서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팀원이 필요하다. 도전은 계속되지만 그때마다 최소한의 기한, 그리고 경계를 알리는 알림 신호를 습관화하고 싶다.

 

 

12. 프로세스를 신뢰하기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집중해서 읽은 챕터다.)

 

만장일치, 다수결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직장에서는 최고의 선택이 나오지 않으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최선의 결정도 공정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당장엔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일할 수 있다. 결과는 다르더라도 프로세스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의견이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진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땐 나와 다른 의견을 낸 팀원에게 왜 내가 주장하는 걸 꼭 해야만 하는지 그 근거를 설명하기에 급급했었다. 챕터 1에서 말한 확증 편향으로 나를 몰아간 것이다.

책에서는 일을 결정할 때 협상을 거치고 절차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모든 사람이 선택을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교섭하고 사람들이 의사결정이 옳은 프로세스였다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절차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아래 방법이 있다.

상대가 나와 다른 주장을 했을 때,

 

  1. 가장 먼저 상대의 의견에 동의한다.
  2. 상대가 주장한 것보다 훨씬 요약해서 설명한다.
  3. 상대는 내가 경청하고 있다고 느끼며 긴장을 푼다.
  4. 상대의 의견에 대한 장점과 내 의견의 단점을 말해주며 상대에게 안도감을 준다.
  5. 상대가 안도감을 느끼면 상대의 결정에 어떤 결점이 있는지 짚어서 말해준다.

 

생각해보면 위처럼 커뮤니케이션했던 분들과 의사결정을 했을 땐 회의가 끝나고 찝찝한 감정이 없었다. 리더와 팀원 사이에서도 본인의 의견에 자기비판을 편안하게 했던 리더는 팀원에게 안도감을 줬다. 이런 프로세스는 늘 최고의 선택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확신을 가져다주고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힌다.

 

 


 

 

책에 있는 대로만 한다면 모든 결정력이 개선되고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지만, 또 후회되는 선택을 하게 된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하지만 12가지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확신이 생긴다.

연차가 쌓일수록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주변을 설득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신뢰감 있게 행동하는지가 나의 레퍼런스, 그리고 성과로 연결될 것을 잘 알고 있다. 신뢰의 프로세스로 옳은 선택과 가까워질 때 성공과 가까워질 수 있다. 2023년엔 더 과감해지고 싶다.

 

 

김이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