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중소기업 자금 유치 전략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하고 더불어 투자 시장도 꽁꽁 얼어 붙어 수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닥쳤다.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굴지의 대기업조차도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난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문제는 작금의 냉혹한 상황이 내년에 더 골이 깊어 진다고 하니 모든 기업들이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사태를 정부도 익히 인식하고 기업들이 온전하게 사업을 추구할 수 있도록 백방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은 확정이 되었고, 확정된 예산 용처도 거의 가닥이 잡혀 있는 상태이다. 예산 집행을 위해 정부는 부처별로 매년 초 종부 지원 과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까지 코로나로 비대면 정책 설명회를 했지만 신년에는 1월 중순(매년 이맘때 실시) 발표 계획을 잡고 있다.
필자도 창업을 하고 매년 상기 설명회에 직접 나가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어김없이 참석하여 회사에 도움되는 정책과 전반적인 지원 과제의 테마나 동향을 점검해보려 한다.
필자는 정부지원금을 토대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매진하는 동시에, 다음 단계의 지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정부 과제를 쉼 없이 찾아 나갔다. 그때 우리에게 포착된 것이 바로 중소벤처기업부의 ‘투자 멘토링 연계 과제’였다. 그 당시 투자 멘토링 연계 과제는 엔젤투자나 벤처투자를 5,000만 원 이상 유치한 업체들만이 지원할 수 있는 과제이다. 엔젤투자업체나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체들의 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 과제(투자와 상관없이 모두 지원이 가능한 과제)보다는 경쟁률이 낮아 선정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 결과, 우리는 투자 멘토링 연계 과제 자유 공모에 선정되어 2억 2,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이는 모든 스타트업이 설립 1~2년 차에 겪게 되는 자금 절벽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귀한 원동력이 됐다. 산술적으로 보면 엔젤투자 5,000만 원에, 정부 과제 2억 2,000만 원을 추가로 받게 되었으니 총 2억 7,000만 원이라는 자금 집행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필자가 경험한 창업 초기의 자금 확보와 투자 유치 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핵심: 투자유치 이전에 정부지원과제를 획득하는 것이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데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다.
법인을 내기 전, 정부 과제 정보부터 파악 -> 정부 과제 선정으로 3억 3,000만 원 지원금 확보 ->초기 자금 리스크 해제 -> (정부 과제 선정업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엔젤투자 5,000만 원 유치 ->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엔젤 투자 유치 자격으로 투자 연계형 과제 2억 2,000만 원 수주
즉, 창업을 하기 전 치밀한 준비로 정부 과제에 선정되어 자금 지원을 받고, 이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엔젤투자가 이뤄졌고, 이는 다시 엔젤투자나 벤처투자를 받은 업체들만이 제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투자 연계형 과제에 지원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쩌면 투자 연계형 과제는 일반 과제보다는 투자를 받은 기업들 대상이라는 한정된 조건이라서 그만큼 경쟁률도 타 과제 대비 낮다는 매력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사무실 무상 제공과 전문 멘토링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제도와 민간 보육 프로그램에도 병행 지원, 선발되었던 것도 이후 성장의 큰 디딤돌이 되었다.
결국 투자도 스케일업이 핵심이다. 한 번 win케이스가 나오면 계속해서 다음 과제를 연결하고 연결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투자 유치의 사다리를 타기 시작하면, 자금의 허덕임 없이 기술력을 높이면서 계속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핵심 기술을 통해 8건의 정부 과제를 수주했다. 이제 창업 7년 차이니, 매년 1건씩 크고 작은 과제를 따온 셈이다.
이렇게 투자가 스케일업 되려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년의 예비 창업자라면 부디 첫 단추만큼은 정부 과제로 꿰길 바란다. 조금 힘들더라도 법인 설립에 앞서, 치밀한 정보 확인과 준비를 통해 자금 부담의 리스크를 해제하는 것이야말로 성장을 일굴 수 있는 기반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난해 모 액셀러레이팅업체가 주관한 조기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 대상 투자유치 강의 행사에 필자가 ‘선배 창업자가 들려주는 투자 노하우’라는 주제로 강의 요청을 받았었다. 그날 30명 남짓 창업자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의 투자유치 경험에 귀 기울이며 메모하고 집중하였다. 내가 그날 그들에게 강조한 이야기는 간결했다. “여러분은 내가 했던 것처럼 초기 자금 확보를 위한 고민을 하시라. 당장 엔젤투자자나 VC를 만나기보다는 정부 과제지원제도를 공부하고 시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라고 수차례 강조를 하였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