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에 대한 정의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식하고, 기술해야 하는가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맡아 일을 합니다.
대부분 역할(꼭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일을 경험하고, 익히고, 배우죠. 그러다 보니 그 일에 갇히게 됩니다. 여기서 ‘갇힌다’는 표현은 일을 행위 중심적으로 익히고,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그 이상으로 일을 하기 위한 노력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한하게 됩니다. 자의로는 손해본다는 이유로, 타의로는 ‘나댄다’는 이유로 말이죠.
이러한 최악의(?) 상황 속에 오래도록 경험한 일은 다른 곳에 가서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반복되게 그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일 자체를 인식하는 수준과 내용이 깊거나 넓어지지 않는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선택을 해도 원래의 행위(?)를 뜻대로 펼치지 못하면 나랑 맞지 않다 혹은 스타일이 다르다 등의 말로 표현합니다. 일에 대한 불평불만만이 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일(Job)의 가치를 측정하는 눈이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일(Work)을 경험하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최소한 중간의 Task(일)로서 경험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이것 또한 충분한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숙고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연속되다 보니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일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은 행위가 핵심이 아닙니다.
그 일로 인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떤 영향력을 꾸준히 일정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해야만 하며), 그것이 얼마나 거래상, 조직상 중요한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판단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역할(행위) 보다는 책임으로, 발생시키는 가치는 내가 일을 하는 곳이 (1) 어떤 시장과 고객에게, (2) 무엇을, (3) 어떤 형태로 제공하고, (4) 제공하는 과정과 결과에 내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과, (5) 이를 충족하기 위해 실제 하고 있는 일(역할/행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나요? 혹은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과거에 했던 일을 근거로 하여, 그 일을 무엇을 기준으로 설명하는가(행위보다는 발생시키는 가치를 중심으로)에 따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나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당 관점(내가 일을 통해 발생시킬 수 있는 가치)을 처음부터 책임 또는 가치 중심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나의 전문성(가능성)을 설명하는 것이 구차하거나 비굴해지지 않습니다. 보다 심플해지고, 몇 마디 말 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진심 또는 진정성을 전할 수 있습니다.
일에 대한 폼이 갖추어진다는 것
결국, 내가 가진 일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며 만들어진 가치관을 보다 단단히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후에 리더 혹은 매니저로 성장했을 때, 그 자리에 어울리는 모습을 빠르게 갖추거나, 주변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실무는 잘하지만, 리더 혹은 매니저’의 자리에서는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내가 해왔던 행위를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리더 혹은 매니저의 역할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기술 기반의 직군 및 직무’일 경우 제한된 영역에서나 통하는 것입니다. 미용사, 요리사 등등을 말이죠. 그런데, 미용사, 요리사 등의 기술 기반의 직군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미용사 또는 요리사가 되는 것과 잘되는 미용실, 레스토랑 등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어떤 일을 하는 누구나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하게 되면 갖는 기회입니다. 성장은 어떤 수준까지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걸 처음부터 준비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 자세의 가장 기본이 되는 폼은 ‘일을 행위보다는 어떤 구조 및 관계 속에서 어떤 책임을 갖고 실제 일을 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맡고 있는 조직 내 포지션(책임과 역할)을 조직 안으로 관점보다는 시장과 고객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것입니다. 내가 속한 조직이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가 (1) 어떤 시장과 고객을 상대로, (2) 어디에 어떻게 제공되고, (3) 현재 이를 누가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4) 어떤 가치 및 영향력을 시장과 고객에게 주고 있으며, (5) 해당 활동이 어떤 부분에 비즈니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결국, 일에 대한 가치를 수시로 평가하며, 시장과 고객에 맞춰 조직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그 변화에 편승하여 내가 어떤 일을 준비 및 대비해야 하는지 등의 사고로 귀결되게 되어 있습니다.
일에 대한 생각도 폼입니다.
그 폼을 제대로 갖추면, 그다음부터 그 폼 때문에라도 어떤 회사든지 1) 가는 것도, 2) 가서 적응하는 것도, 3) 적응 이후에 기대하는 성과에 보다 빠르게 다다르는 것도, 4) 그 이후에 성과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모두 점점 빠르고 더욱 가파르게 성장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도 ‘할 수 있는 것’이 되는 것이죠.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