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숙현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실장
신사동 가로수길은 전 세계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는 ‘핫 플레이스’입니다. 서울에서 슈퍼카를 구경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죠. 이런 장소에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너드’들이 떴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인디게임쇼 ‘버닝 비버’가 개최됐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1회를 맞는… 그러니까 처음 열린 버닝 비버는 스마일게이트가 게임 개발 저변을 확대하고 창의, 창작,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는 페스티벌입니다. 그런데 왜 스마일게이트는 강남 한복판에서 핫플레이스라는 장소에서 게임쇼를 연 걸까요?
행사를 총괄하는 오숙현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실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퓨처랩은 뭐하는 곳인가요?
A. 오숙현 실장: 스마일게이트에서는 여러 사회공헌 재단이 있는데, 그 중에서 퓨처랩은 특별히 청년 게임 창작자를 지원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Q. 버닝 비버는 올해 처음으로 열립니다. 어떤 행사인가요?
A. 오숙현 실장: 스마일게이트가 인디 창작자를 지원한 건 2012년부터예요. 당시 스마일게이트 멤버십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인디 게임 창작자를 돕고 있어요. 근래에는 스토브인디를 통해서 지원하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 버닝 비버는 완전히 새로운 쇼가 아니라, 그동안 해온 일들을 한 데 모아 보여주는 쪽에 가까워요.
그간 스마일게이트가 지원한 팀도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인디게임 씬에 있는 분과 오래도록 인연을 맺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유저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인디게임을 단순히 한 번 플레이하고 마는 콘텐츠가 아니라 함께 향유하는 문화로 바라보도록 하는 게 큰 목적이었어요.
공간을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게임 시연 외에도 ‘버전 0.0.1’이라는 기획전시가 있어요. <메탈릭 차일드>나 <던그리드> 같은 유명 인디게임의 프로토타입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의 오디오 코멘트도 만날 수 있고요. 게임은첫 개발 단계부터 계속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그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에요.
사실 게임이 게임으로 보여지고, 창작자들은 가려지고는 하는데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생각인가 들어 보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알려주는 기획 전시예요.
Q. 버닝 비버의 뜻이 궁금합니다.
A. 창작자들을 어떤 단어로 묘사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호랑이도 아닌 거 같고, 토끼도 아닌 거 같고. (웃음) 그러다가 수달이나 비버 쪽으로 오게 된 거죠. 저희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비버가 자연에서 자기 힘만으로 자기 힘의 몇 십 배에 달하는 댐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인디게임 창작자들이 바로 그런 일을 게임 생태계에서 하고 있잖아요?
게임 생태계라는 게 대형 게임만으로 유지되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 자기 만의 댐을 짓는 개개인들을 조명하기 위해서 비버를 선택했어요. 또 그 분들의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버닝’을 그 앞에 붙였고요. 현장에 온 참가자들은 모두 비버라고 불러주고 있어요. 오전에 <로스트아크> 금강선 디렉터가 다녀가셨는데, 여기에서 그 분은 금 비버인 거죠. (웃음)
Q. 버닝 비버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됐나요?
A. 온·오프라인 행사를 겸하고 있어요. 가로수길 현장에는 80개의 게임이 일요일까지 계속 전시됩니다. 그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있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버전 0.0.1’도 전시되고 있어요.
본 행사 이후에는 인디게임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입니다. 창작자들에게 개발일지가 중요한 이유나 유명 기업에서 이펙터로 일했던 분이 인디게임 개발에 뛰어든 사연 같은 것들이 공유될 예정이에요. G식백과의 김성회 님이나 궤도 같은 유명한 인플루언서분들이 각자의 주제로 강연을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전행사로 게임잼도 개최했어요. 아마추어 개발자나 프로 개발자나 리프레시가 필요한 시점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모여서 영감을 확 보여주는 창작 게임잼이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스토브인디 온라인 전시에서 지금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150개의 게임이 온라인에서 전시 중이에요. 메타버스로 만들어진 ‘버닝 비버’ 모습도 볼 수 있고요.
Q. 왜 가로수길에서 이런 행사를 열기로 하셨나요?
A. 문화 행사로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커다란 컨벤션 홀에 들어가기 보다는 비정형적으로 인디 문화를 보여주는 장소를 찾았어요. 그러다 찾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게임 전시는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서 이루어지는데 비버들이 사는 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요. 참가자들이 새로운 공간에 왔다는 감각을 주기 위해서 여권을 나눠주고, 보딩패스도 들어있어요.
몇몇 창작자분들은 “버닝 비버가 ‘너드 어택’이 아니냐”라고 하면서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가로수길이 원래 패션의 거리인데 무거운 백팩을 맨 개발자 군단이 가로수길에 우루루 나타났다는 거죠. “가로수길이 깜짝 놀라겠다”라면서 말이죠. (웃음)
Q. 이 행사는 일회성 행사인가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요.
A. 롱 텀으로 갈 것 같고, 내년도 개최도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는 거의 한국 팀 위주로 전시가 구성됐는데, 멀리 봤을 때 아시아 수준의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꾸준히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제 개인의 생각은 아니고 그룹 전체가 인디게임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인디 생태계에 기여하려고요.
Q. 게임 행사를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버닝 비버의 출품작들이 다른 게임쇼에 나왔던 게임들과 많이 겹치는 듯합니다.
A.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래도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게임을 선보이고 싶고, 기회를 받지 못했던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거의 유일한 선정 기준이 있는데, 미출시 게임이거나 출시 1년 이내의 게임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어요. 또 온라인에서는 최대한 많은 팀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했고요. 그렇다고 해서 스마일게이트에서 개별 게임의 우열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배치되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골고루 골랐습니다.
Q. 우열을 가르지는 않지만, 별도의 어워드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A. ‘비버 피처드’라고 해요. 이 곳은 ‘비버 월드’라는 세계관이 있는데, 창작자들이 전시를 할 때 ‘입주증’을 받았어요. 모두 비버 월드의 ‘비버’가 되었고, 그래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죠. 매일 전시가 끝난 뒤 ‘비버들의 밤’이 열려요. 여기서 서로의 게임을 해보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비버들이 ‘올해의 버닝 비버’ 게임을 직접 뽑는 겁니다. 별도의 외부 심사나 관객 평가 없이, 철저히 비버(창작자)의 시선으로 이루어지는 투표입니다. 총 7개의 ‘비버 피처드’를 선정하게 됩니다.
Q. 참가 비용도 전혀 받지 않고, 오히려 비버들이 묵을 호텔까지 잡아주셨다고요.
A. 저의 입에서 말하기는 조금 그런데, 굉장히 ‘혜자스럽게’ 준비한 행사예요. 부스 비용은 전혀 없고요. 현장을 준비하는 목요일부터 호텔을 지원해드렸어요. 그곳에서 머물면서 편안하게 전시하고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비버 타운’ 입주증과 웰컴 키트를 제공해드렸고, 별도의 전용 라운지에서 휴식도 할 수 있어요. 3일 동안 3끼 식사와 무제한의 간식을 드리고 있습니다. 창작물만 가져오면 3일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죠. (웃음)
Q. 그렇다면 저도 제 입으로 여쭤보기 ‘그런’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퍼주면 스마일게이트는 뭐가 남나요?
A. 서두에 말씀을 드렸듯이 저희는 (사회공헌) 재단이에요. ‘하나를 줬으니까, 하나를 받겠다’라거나 ‘하나를 줬으니 10개를 받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아요. <로스트아크>나 <크로스파이어>가 계속 잘 되려면 게임 생태계 자체가 건강해야 해요. 그리고 인디게임 개발자분들이야말로 그 역할을 일선해서 해주고 계시죠. 그 분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드리고 싶어요.
Q.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치기 전에 창작자와 관람객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A. 이렇게 처음 열리는 축제에 기꺼이 함께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희(스마일게이트)도 어떻게 보면 한 종류의 비버예요. 이 생태계와 세계관 안에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내년에 또 함께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첫 해다 보니까 저희가 하고 싶던 모든 것을 다 소화하지는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피드백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