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관련해서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필립 코틀러와 데이비드 아커의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나머지는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따라 다르게 추천하는 편이다.
마케터는 당연히 마케팅 관련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현업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다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케팅과 관련되지 않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가 입에 달고 사는 용어 중 하나가 ‘차별화’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할 것인가와 같이 말이다. 이 같은 논리라면 마케터도 스스로를 차별화해야 한다. 모든 마케터들이 읽는 마케팅 책만 읽으면 인풋에 있어서 차별화하기 힘들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결국 모든 정의는 ‘고객’이 그 중심에 있고, 고객은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이다. 즉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마케터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인풋이다.
인문학(Humanities)
인문학이란 인간 사회/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오늘날 인문학은 직업 교육, 수학 그리고 자연/사회 과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 대한 학문으로 정의되곤 한다. 인문학은 고대/현대 언어, 문학, 철학, 역사, 고고학, 인류학, 인문지리학, 법학, 종교학, 예술을 포함한다.
– wikipedia.com – * 본인 번역
관련해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정말 많지만 일단 딱 3권만 추천하고자 한다. (* 추천 책을 모두 원서로 읽어서 원서 제목도 병기한다.)
1. <The Story of Philosophy (철학 이야기)> – 윌 듀런트
철학책이라 바로 스킵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과거에 철학이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사람이라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철학 그리고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훌륭한 마케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철학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최진석 교수의 말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철학을 쉽게 얘기해본다면 아마 ‘전략적인 높이에서 하는 사고’ 정도가 될 것이다. 전략적 단계는 전술적 단계를 지배한다. 전술적인 단계보다는 전략적인 단계가 더 높다.
전략적인 사고란 이미 짜진 판 안에서 사는 전술적인 사고와 달리, 아예 판 자체를 새로 짜는 일이다. 판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판을 새로 짜는 일에 대한 사고가 바로 전략적이다. 전략적으로 형성된 판 안에서 다른 여러 가지 종속적인 변수들을 다루면서 하는 행동들을 전술적이라고 한다.
–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중 –
최진석 교수의 말을 마케팅에 적용해보면 철학적 사고를 하는 마케터가 판을 짜면 그렇지 못한 마케터들이 그 판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겠는가? 당연히 그 판을 짠 마케터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판을 짜는, 하나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마케팅은 자칫하면 쉽게 거짓말이 돼버리기 때문에 본인만의 철학으로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즉 철학은 선로를 이탈하려는 마케팅이라는 기차의 브레이크가 되어준다. 능력 있는 마케터일수록 그 마케팅의 파급력은 크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할 철학이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마케터에게 중요한 철학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이 윌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이다. 이 책은 플라톤, 칸트, 니체 등 대표적인 서양 철학가들의 철학을 그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양 철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철학가의 사상도 전후 맥락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마음에 드는 철학가 그리고 철학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에 대해 더 공부해보는 것도 본인의 철학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Exhlation (숨)> – 테드 창
소설을 재밌게 읽으려면 반드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 즉 내가 아닌 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마케터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마케터는 끊임없이 고객의 입장이 되어야만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설 중에서 테드 창의 <숨>을 고른 이유는 개인적인 기준에서 현재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상상력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테드 창의 작품을 SF소설이라고 규정하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SF라는 당분을 겉면에 바른 일종의 당의정 같은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시공간에 점으로 찍힌 인간에 대해 매우 깊게 고민하는 놀라운 상상력의 철학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재미로 보나 상상력으로 보나 철학으로 보나 모든 마케터에게 놀라운 자극이 될 것이다.
3. <Reductionism in Art and Brain Science(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 에릭 캔델
마케터는 끝없이 본질이 아닌 것을 제거해나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단 한 줄의 메시지, 단 한 장의 이미지 혹은 15초 남짓의 영상을 통해서 고객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만든 방식과 비슷하다.
다비드의 이미지를 상상했고, 대리석에서 다비드가 아닌 부분만을 깎아냈다.
– 미켈란젤로 –
이 책은 이렇게 최소한의 것으로 무언가를 정확히 표현해내려는 미술과 환원주의에 대한 책이다. 마케팅은 예술(Art)과 과학(Science)을 합친 영역이라고 하는데 이 정의에 따르면 마케팅의 예술적 부분에 도움이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더 정확히는 사족을 덜어내고 본질만을 추출하는 사고 그리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고를 강화시키는 책일 것이다.
이 3권의 책을 시작으로 여러분만의 인문학적 세상을 무한히 확장하길 기원한다. 또한 차별화를 넘어 온리원(Only One) 마케터가 되기를.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