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는 어떻게 변질되는가
한동안 금리가 오르고 투자 심리가 얼어버리면서 위기, 비상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익이 나오지 않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괴리가 점점 심해지는 기업은 당연히 사업 모델을 바꾸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지난 것이죠.
중요한 것은 ‘사업 모델‘을 바꾸는 것이지 실적을 쫓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뭔가를 더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는 약간의 개선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나의 거래가 발생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약간 개선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아예 고정비를 대폭 없애는 것으로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작은 개선이 필요한 게 아닌 큰 변화가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경직된 환경에 있는 조직일수록 이런 시기에 ‘숫자‘를 더 쫒습니다. 99%의 목표를 100%로 만들기 위해 매출을 짜내고 -100억 원의 이익을 -98억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리소스를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죠. 누군가 먼저 이런 단기적인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분위기를 만들었고 많은 구성원이 이런 분위기에 쫓기면서 누구 하나 이런 상황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획일화된 의견만 기업 내부에 가득해졌다면 정말 우리의 위기가 이런 외부 환경뿐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경영 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조직에서 만장일치라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투표는 아닐지라도 조직 내부에 만연한 분위기가 비판 없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집단 지성을 활용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 될 수가 없겠죠.
기업 문화도 망가집니다. 위기의 상황에 가장 위기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조직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숫자 하나를 더 만든다고 인재를 대우했던 방식과 분위기, 시장 외부를 바라보는 시간과 회의가 내부의 숫자를 엎는 데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면은 조직을 움직이는 엔진은 점점 멈춰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은 숫자를 보지 말자는 게 아니라, 99%를 100%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전략적인 큰 그림 없이 영업을 하는 기존 채널에 두 번 연락할 것을 세 번 연락하고, 영업시간을 10시에서 10시 30분으로 늘리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를 더 세분화하는 등 목적과 도구가 전도된 행동들이 이런 시도에 해당됩니다. 대화가 사라지고 동기부여가 사라지고 다음 커리어가 그려지지 않고 기획이 아닌 숫자만 득실대는 반복들은 아무리 유니콘 기업이라도 혈관이 경직된 노화된 기업으로 빠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금리는 다시 내려가고 수요는 다시 발생합니다. 그때 시장에 맞는 고객 경험을 다시 내놓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붙잡은 게 아니라 이미 고객 지갑에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내게 만들기 위한 프로모션과 가격 정책으로 최악의 고객 경험을 하는 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고객은 곧 대체재를 만나 떠나게 될 것입니다. 숫자만 쳐다보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과 배치되는 내가 원하는 것, 회사 높은 사람이 원하는 것을 계속 궁리하게 되면 비즈니스는 본질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고객을 쫒아야 합니다. 고객 경험에 더 매몰되어야 합니다. 실적을 바라보면 더 실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실적은 평소처럼 바라보고 이익을 만들기 위한 방안은 고객 경험과의 충돌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받아들여질 수준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글로 쓰면 당연한 이야기가 회의 때는 생각나지 않거나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면 이미 위기는 여기서 거대하게 정치꾼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