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연구소 인턴 연구원 연진국. 의지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연진국에게 드디어 첫 임무가 떨어졌습니다.
“인턴 연구원님, 펀딩 탐구일지 한번 써보실래요?”
출근 첫날 클라우드인지, 크라우드인지 헷갈려 혼났던 연진국(도대체 어떻게 인턴 연구원이 된 거죠?)은 과연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연진국의 펀딩 탐구일지를 시작합니다.
나와 또래인 메이커가 펀딩을 열고 성공하는 모습이 잔잔한 내 일상에 물결을 일으켰다. 올해가 가기 전 프로젝트를 개설해야지, 작은 꿈이 생겼다. 아자자.
근데 뭐부터 해야 하지? 막막하다. ‘이거 개선할 수 없나?’,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불편이나 필요에 의해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펀딩 계획이 세워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의 펀딩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이 계획이 출발했다. 하지만 펀딩은 영어 공부 시작하듯 의지만으로 오픈할 순 없다. 아이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프로젝트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대형 공장을 가동하고 오랜 연구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사회초년생인 내가 진행하기는 어렵다. 개인도 할 수 있으면서, 남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프로젝트면 좋겠다.
펀딩 탐구일지 5일 차에서는 ‘이런 것도 펀딩 아이템이 될 수 있구나!’ 남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프로젝트 몇 가지를 기록해본다. (본격 연진국 사심 채우기 기록)
첫 번째 프로젝트,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
생활한복, 개량한복은 나 꼬꼬마 시절부터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반면, 요즘은 길거리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패션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 전통 복식의 색감, 문양, 선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지.
좋아하면 계속 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그렇지 않은가? 자랑도 하고 싶고. 첫 번째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의 메이커가 바로 그렇다. 아름다운 한국 복식을 제대로 파다가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해 펀딩을 열었다.
한국 전통의상을 담은 도록이 펀딩 아이템이다.
디자인 프로젝트팀 컬러메이드는 디자인 책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한 번은 프로젝트로 한국의 디자인을 담은 책을 만들었는데, 그때 한국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한국의 복식, 문양, 배색 등에 대한 메이커의 사랑이 시작됐다. 알면 알수록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것이라는 믿음 또한 생겼다. 그래서 메이커는 우리나라의 복식 아카이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프로젝트가 펀딩으로 이어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메이커처럼 펀딩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을까?
당의, 원삼, 노리개, 두루마기, 쌍지, 마고자… 우리의 복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몰랐다. 메이커 스토리에 무려 150종류의 복식을 색감, 형태, 소재 등으로 나누어 정리했다는 소개를 보고 알게 되었다. 메이커 정말 ‘찐’이군. 한 권의 박물관답게 언제 입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 풍부한 설명도 함께 책에 담겨있다. 우리 전통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려 도서로 임명할 수도 있겠구먼 생각이 들었다.
메이커가 정말 한국의 미를 사랑하는 사람임이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색감과 재질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숙련된 인쇄 전문가, 고화질 이미지, 고급 종이를 준비했다. 그리고 믿고 볼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박물관 자료만 활용했다. 진짜 좋아하니까, 가장 최고의 상태로 사람들과 나누고 싶으니까 디테일하게 신경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도 사소한 것까지 챙길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없는지 생각해봐야겠다.
두 번째 프로젝트, 남들이 숲을 볼 때 나무를, 땅을 보자
요즘 즐겨보는 뉴스레터가 있다. 식재료 하나를 주제로, 그 재료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깊게 파헤쳐 준다. 토마토가 주제라면 그 종류, 역사, 조리법 등.
두 번째로 기록하는 감매거진 프로젝트도 그렇다. 1년 만에 펀딩으로 독자를 찾아온 감매거진은 한 권에 한 가지 재료를 소개하는 원토픽 잡지다. 스스로 ‘건축재료 바이블’이라고 소개하는데 정말이다! 2017년 창간호인 목재부터 펀딩을 진행한 종이까지 19개의 건축재료를 낱낱이 팠다.
펀딩은 친환경과 탄소중립을 주제로 18호 목재Ⅱ, 19호 종이를 선보였다. 그에 더해 다양한 나무의 색, 결 등을 느낄 수 있는 10가지 목재 샘플러, 신문을 재활용해 만든 인센스 홀더, 접착제 대신 박음질로 마감한 한지 모빌까지. 친환경 굿즈를 함께 제공했다. 매거진 주제와 같은 지향점의 굿즈 덕분에 메이커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는 것 같다!
아이템이 좋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좋지 않다면 그건 좋은 프로젝트라 할 수 없다. 메이커, 즉 감매거진 편집팀은 펀딩을 준비하면서 20곳의 장소를 찾아가고 23개의 브랜드, 54명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덕분에 두 잡지에는 총 53개의 기사와 43가지의 재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건축 전반을 다루는 잡지는 많다. 메이커는 그 숲속의 나무에 집중했다. 숲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의 껍질과 잎, 나무가 서 있는 땅을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깐.
비록 창간호가 펀딩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는 작은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 작은 틈새. 메모!
세 번째 프로젝트, 대단히 미쳐있는 것의 힘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것의 선한 영향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학부생 시절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인 아미(ARMY)의 팬덤 문화와 BTS 세계관으로 학사, 석사 논문을 쓴 학우들을 본 적이 있다. 교수님도 이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팬덤 사이의 상관관계에 아주 큰 관심을 보이셨지.
누군가를 대단히 사랑하는 마음이 사회에 뜻깊은 일로 연결되는 것은 많이 봤다. 내 가수, 내 배우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하는 사례는 종종 있으니까. 그런데 학술 대회를 연다고? 그것도 국제 규모로? 이를 위해 펀딩을 연다고? 세 번째로 기록하는 BTS 국제 학술대회 &전시 투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BTS 국제 학술대회는 이 펀딩을 위해 만들어진 행사는 아니다. 2020년 런던에서 1회가 열렸고, 2021년 캘리포니아에서 온라인으로 2회가 열렸다. 이 프로젝트에 눈이 갔던 이유는 일명 덕질이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사람들이 모이면 네트워킹과 예술문화 이벤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밥 먹여주냐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공부도 하게 하고, 밥 벌어먹을 수 있게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 지금 세상이다.
펀딩으로 진행한 3회는 이전 회차와 달리 특별 미술 전시회도 열렸다. 미술 전시를 즐기는 BTS 멤버 RM의 가치관을 따라 기획되었다. BTS가 대중에게 전하는 7개의 키워드를 주제로 20여 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덕질이 문화예술 기획의 씨앗이 된다니! 아티스트에 대한 사랑, 이를 확장해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을 만들고 학문적, 실무적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이 움직임에 존경을 표한다.
나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이 사례를 보니 우리 팬들 한 번 뭉쳐서 세상에 의미 있는 점을 하나 찍어볼까 생각이 든다.
디깅? 펀딩으로 몰두하기!
기록한 3가지의 프로젝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단히 하나에 몰두한 사람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라는 것.
디깅 소비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가 소비에서 나타나면서 그 취향을 반영한 서비스나 제품이 인기를 끄는 소비 현상을 말한다.
펀딩은 이 ‘디깅 현상’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최적의 환경이다. 우선, 펀딩 세계에는 디깅러들이 많다. 메이커도, 서포터도. 그래서 디깅러 취향 저격 프로젝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어딘가에 존재하는 같은 취향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내가 만들면 된다!
찾아본 ‘이런 것도 펀딩이 될 수 있다고?’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내가 대단히 미쳐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 열정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 가능성을 따져봐야겠다.
해당 콘텐츠는 와디즈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