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태와 입점 계약의 종류
부끄럽지만…나는 이커머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로 이커머스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플랫폼이나 경영진 회의에 들어가면 외계어같은 단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덕목이다.
예를 들어 상품상세페이지에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떤 내용을 표기해야 하는지, 장바구니를 기획할 때 왜 계산 방식이 상품마다 다른 건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커머스의 입점 계약 방식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많이 부족한 만큼 도메인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해왔고, 그 내용을 이커머스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정리해보려 한다.
이 모든 지식은 나의 온라인 스승! 기묘한 작가님의 책과 도그냥 작가님의 책을 참고하였습니다.
이커머스 입점 계약의 종류
솔직히 ‘계약’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살짝 겁을 먹게 된다. 사인을 하면 위험할 것만 같은 나의 작디 작은 심장… 이런 쫄보 심장을 지키기 위해, 무서운 단어는 빼고 아주 쉬운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멋쟁이인 나는 아주 예쁜 팔찌를 사람들한테 팔고 싶다. 그런데 나는 똥손 of 똥손이라 팔찌를 만들 능력이 안된다.
정말 다행히도 나에겐 금손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자기는 팔찌 만드는 게 숨쉬는 것 만큼이나 쉽다고, 나에게 팔찌 하나당 1000원에 팔겠다고 한다.
What a lucky! 친구에게 팔찌를 산 다음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친구한테 팔찌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직매입 계약
금손친구에게 1000원을 주고 팔찌를 산다. 그리고 나는 그 상품을 고객들에게 5000원에 판다. 이렇게 공급장로부터 상품을 매입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을 ‘직매입 계약’이라고 한다.
- 판매자 : 이커머스사
- 대금 지급 방법 : 판매 원가를 주고 매입
2. 상품판매 위수탁 계약
금손친구에게 “넌 팔찌 만들기만 해! 파는 건 다 내가 할게!” 라고 말하고 수익금을 일정비율로 나누자고 한다. 이렇게 이커머스가 상품을 판매하고 그 이익을 쉐어하는 계약 방식을 ‘상품판매 위수탁 계약’이라고 한다.
- 판매자 : 이커머스사
- 수수료 : 마진(판매가-원가)의 일부를 쉐어
[위수탁의 의미]
- 위탁 : 상품의 판매를 상대에게 넘김 (공급자의 상품을 이커머스사에 위탁)
- 수탁 : 상품의 판매를 상대로부터 받음, 맡음 (이커머스사가 공급자의 상품을 수탁)
3. 판매분 매입 계약
사실 이 팔찌가 몇개 팔릴진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 고객에게 주문을 받고, 그 다음 금손 친구에게 팔찌를 산다. 이렇게 주문을 먼저 받은 다음 공급자에게 상품을 매입하는 방법을 ‘판매분 매입 계약’이라고 한다.
- 판매자 : 이커머스사
- 대금 지급 방법 : 판매 원가를 주고 매입
4. 중개 계약
나는 금손친구와 고객들과의 거래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하고, 물건을 받아서 파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저 거래를 대행해주기만 하기 때문에 팔찌에 하자가 있다고 연락이 오면 “내가 아니라 금손 친구에게 직접 말해줘”라고 한다. 금손친구와는 팔찌를 팔아서 얻은 수익금을 나눈다.
- 판매자 : 공급자
- 수수료 : 최종 결제 금액에 대한 결제 수단별 수수료 or 판매된 최종 상품 가격 기준 카테고리별 고정 수수료
위 4가지 계약 방식 중 나머지는 판매자가 ‘이커머스사’인 반면 중개 계약만 판매자가 ‘공급자’이다.
판매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이커머스사가 신고해야하는 사업자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커머스사가 판매자인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를 해야하고, 상품공급자가 판매자인 경우에는 이커머스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만 신고해도 된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사업자 신고 종류]
- 통신판매업자 : 온라인통신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
- 통신판매중개업자 : 온라인통신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만 해주는 플랫폼 업자
대부분의 이커머스에선 한 종류의 입점 계약만 맺진 않는다. 어떤 판매자와는 직매입 계약을, 어떤 판매자와는 중개 계약을 맺는 등 한 회사 내에서도 여러 가지 계약이 존재한다. 그래서 보통 이커머스사는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 사업자 신고를 모두 한다.
이럴 수가! 팔찌가 너무 잘 팔린다!
이제 금손친구는 우리뿐만 아니라 쿠팡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서 큰 돈을 벌고 싶다. 그런데 쿠팡에는 손쉽게 들어갔는데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까다로운 입점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왜 이커머스사마다 다를까? 바로 이들의 ‘업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쿠팡은 오픈마켓이라 모든 판매자가 손쉽게 입점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오픈마켓이 아니라 MD의 심사 후에 입점이 가능하다.
우리가 느낌으로는 알고 있던 ‘오픈마켓, 종합몰, 소셜 커머스’라는 단어, 그리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버티컬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퀵 커머스’까지..
이커머스의 다양한 업태를 정리해본다.
이커머스의 업태
이커머스 초기에는 종합몰,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가 큰 축이었다.
1. 종합몰
오프라인 기반의 백화점이나, 대기업의 홈쇼핑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으로 주로 브랜드 상품이나 고가의 상품을 판매한다. 그만큼 상품의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입점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대체로 직매입 또는 위수탁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CS까지 종합몰에서 책임진다. 25~30% 정도로 수수료가 높으며, 예시로는 SSG몰, 현대H몰, AK몰 등이 있다.
2. 오픈마켓
Open + Market 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모든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입점해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칭하며, 중개 거래로 입점한다.
같은 상품을 여러 판매자가 팔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수수료는 10~15% 정도이며, 예시로는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이 있다.
3. 소셜 커머스
나는 소셜 커머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SNS 커머스? 근데 정확히 뭐지?’ 하고 헷갈리곤 했었는데 옥션(경매)이나 공동구매 형태로 서비스를 오픈했던 ‘쿠팡, 위메프, 티몬’을 지칭한다고 한다.
MD가 직접 고른 상품을 아주 큰 혜택으로 판매하는 등의 포맷을 가졌다.
그러나 쿠팡이 소셜 커머스에서 벗어나 오픈마켓을 선언한 것처럼, 현재는 삼사 모두 직매입과 중개 거래가 포함된 복합된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렇게 세 가지가 주축이었으나, 이제는 너무도 다양한 이커머스들이 등장해서 하나의 이커머스사가 하나의 업태를 의미할 정도라고 한다. 요즘엔 어떤 이커머스가 있는지 알아보자.
4. 버티컬 커머스
카테고리 킬러. 즉,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인테리어의 오늘의집, 패션의 무신사, 식품의 마켓컬리 등이 버티컬 이커머스에 해당된다.
5.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스트리밍과 이커머스의 합성어로,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쇼핑하는 커머스이다.
예전엔 TV로 보던 홈쇼핑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일방향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TV 홈쇼핑과 달리 고객이 질문하면 쇼호스트 또는 판매자가 바로바로 대답하는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큰 강점이다.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등의 많은 기업이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6. 퀵 커머스
요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커머스 분야이다. 빠르다는 의미의 퀵과 커머스의 합성어로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의 배송을 뜻한다. 배달 플랫폼은 물론 편의점과 대기업까지도 이 퀵 커머스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B마트 서비스를 오픈, 올리브영은 오늘드림 서비스를, 심지어 통신사인 KT에서도 유심을 1시간 이내로 배달하는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커머스의 입점 계약 방식과 업태에 대해 공부해보았다. 사실 이커머스 현업자조차도 각 회사마다 업태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서비스 기획자가 이 내용을 공부해야하는 이유는, 우리 고객들은 어떤 방식으로 누구한테 물건을 받는지, 그리고 내가 일하는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지를 알아야 탄탄한 기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렵고 공부할 내용도 많은 이커머스! 조금씩 공부하다보면 언젠간 만렙 서비스 기획자가 되겠지!
(혹시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쪼렙이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 )
쪼렙 서비스 기획자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