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의 가치와 효용성의 논란이 계속되자 PFP프로젝트는 방향을 전환해 PFP이미지를 멤버십권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첫 시작은 블루칩 NFT인 BAYC가 그들만의 파티와 혜택을 선보인 것이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 신세계의 푸빌라 소사이어티가 구매자의 등급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에서 누릴 수 있는 구매 할인, 발렛파킹, 라운지 이용 등 여러 혜택을 내세우며 PFP를 선보였습니다. 롯데에서 런칭한 벨리곰 역시 PFP보유자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상품 구매 기회 제공(벨리 세일)와 롯데월드에서 진행하는 벨리파티 초대 등 프라이빗한 행사에 초대하는 것을 주요 베네핏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PFP가 제공하는 배타적 경험은 제품의 특성을 분명하게 만들어주며 이 특성 혜택 덕분에 PFP의 콘텐츠 가치 전달과 구매 도달률은 상승하게 됩니다. 콘텐츠 경험자 역시 구성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물리적 공간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현상 이면의 부분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콘텐츠 경험자들에게 프라이빗함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우월한 경험으로 착각하게 합니다. 이는 배타적 성향을 부추기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유료 콘텐츠가 사회적 주류가 될 경우 콘텐츠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다양한 가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PFP가 주는 경험이 단순히 유희적 즐거움을 가진 것이면 다행이지만 지금의 흐름처럼 사회 시스템으로 결부되는 콘텐츠라면 소외계층과의 사회갈등도 심화될 것입니다. 이는 결국 빈부의 격차를 줄일 수 없고 크게는 인권의 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식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우리도 자본주의 구조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일원이 자본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의 필립 코틀러는 그의 주장과 상반되는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MIT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친 후 마케팅 이론을 구축하였습니다. 마케팅은 끝없이 생산되는 제품을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해 소비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자본주의 최전선에 있었기에 오히려 문제점을 더 깊이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가 가진 14가지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필립 코틀러 <자본주의가 가진 14가지 문제점>
1. 빈곤 해결책이 없다
2. 불평등이 심해진다
3. 생활임금은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진다
5. 기업이 사회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6. 환경과 천연자원이 남용된다
7. 경기순환이 불안정을 초래한다
8.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 채무 증가를 조장한다
10. 정치인, 기업이 시민 이익을 저해한다
11. 장기 투자보다 단기 수익을 선호한다
12. 품질, 안전 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
13. 국내총생산(GDP) 성정에만 집중한다
14. 사회적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필립 코틀러의 책 <다른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와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크게 엇갈리게 될 경우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갈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이끌어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물질적 재화에 대한 건전한 욕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도록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대두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전 연령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 때문에 기술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하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과 비사용자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지금의 작은 문제가 향후에는 개인정보 침해, 허위정보, 사이버 괴롭힘, 알고리즘 차별 등 심각하게 번지게 되며 양극화 확대, 고용과 직업의 불안정, 민주주의의 위기와 같은 문제는 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기술 확산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새로운 부작용과 숨겨진 그늘이 짙기에 기술 문화 형성 초기에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에도 더욱 복합적인 접근을 요구합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 주체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디지털 사회에 적합한 효과적이고 유연한 새로운 사회적 협약과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속도를 빠르기보다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디지털 환경에서 창의성과 기술혁신 시도를 가로막지 않으면서 개인과 사회를 보호하는 길을 찾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park.j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