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
‘조금 전에 제출했는데요?’
일을 하다 보면 우리 팀과 다른 팀의 업무 기록이 호환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는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문의사항이 있어 고객센터로 연락을 했지만 소통 이력이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혹은 다른 팀에서 담당하기로 했다고 생각해서 후속관리를 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방치된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을 겪다 보면 다른 팀이 이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혹은 고객과 어떤 내용으로 소통을 했는지, 일을 중복으로 처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생기곤 한다.
알고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각각이 호환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일이다. 각 팀마다 사용하는 툴이 달라서 처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기록해두었다 하더라도 어떤 툴을 사용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를 만나지 않으면 해당 사실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 너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개개인 간의 소통을 방해하여 갈등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일들이 스타트업에서 종종 발생한다. 회사는 고객이 이용하는 UI에 대해서는 전심전력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곤 하지만, 정작 실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미 기능은 추가해 두어 일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으니, 기능에 대한 수정은 다음에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이용하는 시스템만으론 업무 호환이 잘되지 않아 업무 상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고스란히 고객과의 소통 과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 소통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 내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대부분 각 부서의 필요에 의해 진행된다. 이때 각 팀의 솔루션이 제각기 만들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데이터들은 여러 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되고, 결국 데이터가 하나로 취합되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어떤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떤 정보가 최신의 정보인지를 확인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시스템에 입력된 정보의 무결성이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업무를 수행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직접 최신성 여부를 확인하는 수고스러움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기차처럼 줄줄이 늘어지게 되는데, 이런 비효율을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따라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확인에 소요되는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부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객과의 소통 이력을 기록하고 내부적으로 소통하는 업무 이력을 남길 수 있는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꼭 반영해야 할 기준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기준은 고객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셋업 하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움직이는 동선에 맞춰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각 시스템과 업무 기능을 연결하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전달해 줄 수 있다. 만약 고객의 동선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의 프로세스와 고객의 상황이 달라 고객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니즈를 캐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동선을 반영하는 경우, 고객이 어떤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직원이 해당 정보에 접근했을 때 마지막에 작성한 정보가 언제 작성되었고 누가 작성한 내용인지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필요하다. 또한 고객이 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가 존재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일과 그 일이 수행되었는지 여부가 1:1로 얼라인이 되어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각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가 자신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기준은 적합성 검증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업무를 할 때 확인 작업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수행 과정이 시스템에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배송과 관련된 정보라고 한다면, 택배사의 정보와 연동하거나 시스템 내에서 즉각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재화되어 있어야 고객이 배송 문의를 주었을 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찾아야 하는 정보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직원들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원활한 정보제공이 가능해진다’
각 조직의 프로세스에 맞게 시스템이 잘 설계되는 경우, 내부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담당자는 업무에 착수하기 전 어떤 업무가 수행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다른 팀과 소통할 때 필요한 정보만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소통 과정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보다 필요한 의사소통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정보를 찾아다니느라 허비하던 시간에, 서비스 개선 혹은 새로운 기능들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정보 시스템의 개선만으로 단순 정보를 위해 사용되는 시간을 본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이 본질에 더욱 집중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다른 한편으론 커뮤니케이션 발생에서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리스크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업무 과정에서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경우 대화 과정에서 누락된 정보가 있다면 다시 물어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소통한 내용이 휘발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와 재차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잘 설계되는 경우 이러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적합성 검토가 반영되는 경우, 직원들이 시스템에 입력하는 내용에 대해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령 물건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수치가 1부터 100까지라고 했을 때, 직원이 실수로 10,000을 입력한다면 해당 값이 정확한 숫자인지 확인하는 창을 띄우거나 입력할 수 없게끔 막아놓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리스크를 줄어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내부의 의사소통 과정을 활성화시킨다’
위에서 제시한 일련의 과정이 어렵다고 말하는 스타트업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수행할 일이 많다고 해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에 필요한 내용을 반영시켜주지 않으면 결국 직원들은 자신의 인력으로만 업무를 완성시키게 된다. 일이 간단한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만약 직원들이 이로 인해 압박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결국 퇴사를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자신을 갈아 넣어 업무를 수행했던 직원의 빈자리와 후폭풍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내부에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의사소통들은 결국 비즈니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직원들이 진행하게 된다. 일을 수행하기 위해 다루는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면 직원들의 입장에서 당연히 일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은 다른 것보다 우선적으로 배려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실무상에 겪는 어려움들을 최대한 반영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수행된다면, 일의 속도가 기존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또한 직원들도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업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게 되어 보다 필요한 일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회사뿐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들에게도 직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개선 과정이 반복된다면 직원들은 효과성이 필요한 일에 집중하면서도 리스크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본질을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열심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