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피자 주문받고 실수로 큰 피자 만든 사장님’이라는 한 피자 가게의 리뷰가 지난 여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감자 베이컨 피자를 주문했던 A 씨는 배달된 피자를 보고 황당했다. 주문과 다르게 사이즈가 큰 피자였고, 더 큰 문제는 누가 먹다 만 것처럼 몇 조각을 덜어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손님 주문을 잘못 확인하고 큰 사이즈의 피자를 만든 사장이 4조각을 빼고 배달했다는 사연 / 온라인 커뮤니티]

 

 

이에 A 씨는 “주문 잘못 보시고 큰 거 만들어서 그만큼 피자 조각 빼서 주시네요”라며, “새로 만들어서 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누가 먹던 거 받은 느낌 들었어요”라는 리뷰를 남겼다. (“실수로 큰 피자 만들어서…4조각 덜어내고 배달했어요” 재인용) 이 리뷰를 본 사장 B 씨는 “정말 미안하다. 다시 만들면 20분 이상 더 지체되니 어쩔 수 없었다”라면서도 “조각 피자도 파는데 그렇다고 큰 걸 보내면 손님께서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시키지도 않은 큰 피자 드리면 기분이 좋을까?”라고 반문을 했다고 한다.

어느 언론사에서 이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이런저런 내용으로 리뷰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고 정리되어 있다. 댓글을 단 사람들은 “주인은 고객들이 일반적으로 빅 피자를 주문하기 때문에 착각할 수도 있다”라고 하는 한편, “그렇다고 들어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구매자 기분을 알겠냐”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필자는 고객과 업주의 서로 다른 입장 간 이해와 소통 부족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사장이 배달 전 양해를 구했더라면 이런 공방은 애초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사장의 댓글을 보면 이 피자가게가 조각 피자도 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필자는 이 ‘조각’ 판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겠지만, 어느 순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조각 피자뿐만 아니라, 조각 케이크, 조각 투자, 심지어 임대업도 한 달 살기와 같이 조각조각 쪼개어서 수익을 나누고 있다. 이른바 쪼개기 경제, 즉 조각 경제(sculpture economy)이다.

왜 조각 피자를 팔까? 소비자는 왜 큰 케이크보다는 조각 케이크를 구매할까? 조각 피자나 조각 케이크의 맛은 차이가 없을까? 여러 궁금함이 있겠지만, 주로 여성 고객층에서 조각 피자와 조각 케이크 구매가 꾸준하다. 이 외에도 1인 가구의 증가로 1인 1식이 가능한 밀키트 식품 생산이 늘어나고, 한 끼 채소류나 한 끼로 해결될 다양한 식품 또한 많아지고 있다. 물론 1인용 반찬가게도 성행한다. 소비자는 반찬이 남으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주로 1~2끼 내에 해결한다. 여기에, 투자도 이제는 이른바 조각 투자가 열풍이다.

국내 조각 투자 시장은’17년 소개된 이래 부동산, 미술품 부문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20년을 기점으로 큰 폭 성장해 ’22년 초 기준 누적 공모 금액 약 2천억 원 규모(뮤직카우 제외)로 성장했다. 콘텐츠, 현물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가운데, 특히 미술품 조각 투자 규모는 ’21년 약 500억 원에 이어 ’22년 1천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의 조각 투자 운영 플랫폼은 음원 저작권료 참여권 조각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는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팬심 효과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가운데 투자자 간 거래를 포함한 저작권료 참여권 누적 거래금액은 3,399억 원 규모이다.

 

 

[금융위원회/연합뉴스]

 

 

이처럼 최근 2~3년 동안 조각 투자의 개념은 미술품 공동구매 등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후 부동산, 음악 저작권, 송아지를 대상으로 하는 ‘뱅카우(한우 농가가 약 2년간 송아지를 사육할 수 있도록 펀딩을 오픈하고 송아지가 성체로 자라면 경매를 통해 발생한 손익을 농가와 펀딩 참여자들에게 나누는 조각 투자 플랫폼)’ 등으로 투자대상이 급격히 확대되어 왔다.

‘22년 4월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각 투자의 개념을 정립했는데,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등의 신종 투자형’으로 정의했다. 나아가 조각 투자를 금융거래에 대한 실질적인 분할 및 민∙상법상의 적용을 받는 일반 상거래인 ‘분할공동소유’와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 ‘조각투자증권’으로 구분하기로 발표했다.

 

 

[온라인 쇼핑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비교(소비자인사이트)]

 

 

지난 2년 6개월 가까이 우리는 코로나19에 의해 엄청난 생활의 변화를 겪었다. 우선 거의 모든 직장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집 밖을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집토끼 생활로 인해 늘어난 체중을 홈트레이닝이라는 신종 운동 방식으로 해결했고, 여러 제약으로 외식을 할 수 없게 되자 배달의민족, 요기요 같은 온라인+오프라인 배달 플랫폼을 통해 입맛을 달래기도 했다.

이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소 나아져 언택트 생활이 줄어들고, 외부 생활은 마스크를 벗어도 될 정도로 안정적인 생활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실내에서는 코로나19 감염성을 조심해야 하고, 코로나19는 계속해서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는 코로나19 이외에도 감염병과 늘 동시대를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린다.

하지만 인간들 역시 고립과 단절에 대비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고, 또 그 삶에 적응하며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조해낸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구독 경제, 키오스크와 같은 IT 디바이스들은 코로나19 기간 삶을 영위하는 데 편의와 안전을 제공해 주는 주요한 도구가 됐다. 또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로봇팔 커피 제조기와 치킨 튀기는 로봇 등은 사람 간 접촉이 위험한 감염병 공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해주며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 중이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의 삶을 더욱 정밀하고 민감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지만, 문명의 이기가 가진 이중성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장애로 인한 불편 또한 경험하게 한다.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의 블랙아웃이다. 국민 메신저는 하루아침에 ‘국민 배신저(?)’가 되어버렸다.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삶을 사는 토대 위에 경제를 영위하게 된 소비자들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삶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즉 행복이나 가족, 건강과 같은 가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됐고, 이는 개인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19년과 2020년을 지나는 가운데 다양한 시장에서 어떤 검색어가 늘었을까?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검색한 사례가 전년도 대비 20% 늘었고, 인도에서는 이전 연도에 변화가 없었던 ‘재활용 방법’에 대한 검색이 25% 증가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재사용’에 대한 검색이 65% 증가했고, 필리핀에서는 ‘친환경 패키지’에 대한 검색이 125% 성장했다.

 

 

[출처: Google 데이터,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2019년과 2020년 비교]

 

 

싱가포르에서는 ‘할랄 식품 배달’이 140%, 일본에서 ‘채식 식사’가 150% 성장한 것을 보면 믿음에서 비롯된 가치 중심 소비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변화의 배경에 가치의 변화와 경제적 이유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존과 달라진 소비자들의 태도는 구매 결정과 브랜드 인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과 경제적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소비 열망이 커지면서 무분별한 구매는 실용성이 떨어지고 만족감도 주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의 가격과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제품과 자신의 실용적 구매에 만족감을 주는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누군가는 값비싼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여성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값을 지불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등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소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4가지 소비 트렌드 재인용)

특히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겠지만, 한국의 경우 코로나19는 건강에 대한 관심 역시 높여 놓았다. 그중에서도 농∙식품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인을 소비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건강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020년 29.1%에서 2022년 51.5%로 22.4% 증가해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먹거리를 더욱 중요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농∙식품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생산자들은 이와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며, 이에 맞는 마케팅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가격도 저렴하면서 별도의 남김 없이 낭비하지 않는 간편식 종류를 선호하며, 건강과 신선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상온 보관 제품보다 냉동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는 즉석국, 탕, 찌개 등 한 제품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원밀(onemeal)형’ 간편식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정책브리핑 재인용)

 

 

 [크리스마스 조각케익]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보면서 앞서 언급되었던 소비자들이 조각 피자나 조각 케이크를 선호하는 이유가 설명된 듯하다. 피자 6~8조각을 혼자서 먹을 수도 있겠으나, 무분별한 과식이나 구매는 실용성이 떨어지고 피자는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과식하게 되면 신체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게 되어, 자신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만족이 우선이라는 측면을 고려하고 조각 피자, 혹은 조각 케이크로 당장의 아쉬움만 달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매경헬스 재인용)

무리한 과식은 건강을 해치는 동시에 실리적이고 가치 있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들은 또 다른 부분에서도 실리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한다. 최근에 성장 중인 부동산, 미술품에 대한 조각 투자도 그러한 맥락이며, 임대업 시장에서 조각 임대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즉 기존 2년 단위의 임대 단위를 나누면 나눌수록 수익률이 대폭 향상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수익률도 최소 20% 더 얻을 수 있으니 집주인들은 안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조각 임대가 성장한 것은 한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머무는 ‘한 달 살기’가 트렌드가 되면서다.

신개념 플랫폼 ‘삼삼엠투(33㎡)’를 운영하는 스페이스브이 박○○대표(40)는 ‘삼성맨’ 이었다가 돌연 부동산 중개업소 보조원으로 직업을 바꿨다. 3~4개월을 일해보니 적성에 맞았고, 이에 2011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던 중 앞으로 단기 임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출장, 해외동포, 학업, 치료를 목적으로 한 달간 집을 빌리고 싶어도 매물이 없다”며 “이 부분의 수요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고 말한다. (“안 할 이유가 없다”…강남 집주인들 사이 입소문난 ‘이것’ 재인용)

2년 임대수요를 한 달 살기로 쪼개기를 해서 이른바 조각을 내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임대업인 셈이다. 단기 임대 시장은 철저하게 공급자(집주인) 우위 시장이다. 수요는 이미 충분했지만, 집주인들은 단기로 주택을 굴릴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연결하는 곳은 기존 부동산 중개소 뿐이라는 사실에 불만이 있었다. 임대 기간과 상관없이 계약 건수마다 부동산 중개소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야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삼엠투는 기존 부동산 중개소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 시스템을 갖췄다. 매물 홍보 대신 사고 관리와 정산에만 집중해 만일의 부동산 사기를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즉 복잡한 임대차 계약 과정을 플랫폼을 통해 단순화한 것이다.

집주인들 사이에서 이 플랫폼은 “공실률을 확 줄여준다” “수익률을 최소 20% 더 늘게 해준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익률에 대한 이점이 한 달 살기와 같은 조각 경제의 흐름에 일조한다. “조각 케이크는 자기가 좋아하는 종류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소비자처럼 딱 맞는 위치에 필요한 기간 동안 임대를 할 수 있고, 케이크의 여러 종류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것처럼 임대의 종류도 다양할수록 좋다.

 


 

MZ 세대는 ‘자본주의 키즈’라고 언급될 만큼 자본주의 생리에 익숙하고, 투자를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영끌’하지 않고는 시드머니조차 모으기 어려운 MZ 세대와 부를 물려받아 투자할 곳을 찾는 MZ 세대, 양극화된 두부류의 MZ 세대 모두 자신에게 맞는 투자처를 찾는다. ‘덕업 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이 일치)를 선호하는 MZ 세대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 사고 싶은 시계, 소장할 가치가 있는 미술품 등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조각 투자는 생활형 투자로서 소위 ‘입맛에 맞는’ 투자로 인식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와 일치한다면 소비가 아깝지 않고, 일상에서 소소한 행위를 통해 보람을 찾는다. 그만큼 MZ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소액의 자본으로 단기 고수익이 기대되면서, 좋아하는 가수, 현물 등이 투자대상인 조각 투자 열풍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규제 밖 ‘회색지대’를 축소하고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유도하되, 관련 업계와의 협의, 사례의 누적 관리 등을 통해 향후 수정, 보완될 수 있다”고 발표해 시장 발전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러한 부분을 본다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만, 현재 서비스 중인 플랫폼들은 사업구조에 따라 영향이 상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불안도 존재한다. 물론 법적인 부분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되어 자리를 잡는다면, 이른바 조각 투자가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연기금, 기관투자자 등 신규 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된다면 조각 경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조각 투자가 본격적인 경제규모에 편성되어 이른바 조각이라는 개념이 또 다른 선물 투자와 같은 제도적 장치에 의한 경제규모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조각 피자나 조각 케이크를 판매하는 것에만 익숙한 세대라면, 미술품을 조각 투자하고 심지어 송아지의 생육에 조각 투자를 한다는 부분이 아직은 어색할 순 있겠다. 그러나 시장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거대한 조각 경제가 형성되기 전 그것이 바로 기회임을 인지하고 마케팅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구독 경제 역시 코로나19 초기에 시작되어 지금과 같은 거대한 경제규모를 형성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