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인공지능 테크놀로지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오늘 날씨 알려줘’라며 어딘가에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불과 몇 년 전 이런 모습을 봤다면 신기하게 느꼈을테지만 이젠 꽤 익숙한 풍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거실 어느 공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스피커는 이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고 심지어 이름도 갖고 있다. 음악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날씨나 뉴스를 알려달라고 하면 그에 대한 답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AI 스피커의 이름을 불러대며 몇 가지 명령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못 알아듣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만 음성 인식과 명령에 대한 실행은 지금도 실현되고 있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하는 <빅버그, Big bug>라는 작품에서는 “프랑스와주 안경 어딨는지 찾아줘”라며 로봇에 명령을 내린다. 로봇은 집을 잠시 스캔한 뒤 소파 위에 있던 안경을 찾아 주인에게 건넨다. 주방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요리를 하고 있고 더러워진 거실 바닥 옆으로 로봇이 등장해 아주 깔끔하게 치워내기도 한다. 오드리 토투의 <아멜리아>, 시고니 위버의 <에일리언4>를 연출한 바 있는 장 피에르 쥬네(Jean-Pierre Jeunet) 감독이 연출한 SF 장르의 <빅버그>는 미래형 안드로이드와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를 소재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장 피에르 쥬네의 <빅버그>  출처 : 넷플릭스

 

 

이 영화는 2045년이라는 배경답게 미래형 테크놀로지를 가득 채웠다. 앞서 언급했듯 집안일을 수행하는 휴먼 안드로이드는 물론 임무가 각기 다양한 로봇들과 공존하며 살고 있다. 모두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혼자 살아도 부족함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만큼 북적거릴 정도다. 아무리 미래 배경이라지만 좀 과하지 않나 싶다. 한편 길거리에서는 대형 전광판이 인간들의 대화까지 탐지하고 분석해 그에 맞는 인터랙티브 광고를 송출하기도 한다. 사용자 활동 기반의 타깃 광고처럼 이 역시 일종의 미래형 광고 알고리즘인 것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애완동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생명체 복제 기술(Cloning)도 등장한다. 물론 현실에서의 복제기술은 생명 윤리와 안전에 대한 이슈가 있으니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귀엽다고 해야 할지 기괴하다고 해야 할지. 출처 : 넷플릭스

 

 

주인공 알리스는 할머니가 쓰던 책장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나름의 향수를 간직하며 살아간다. 테크놀로지 발전에도 일부만 수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신형 로봇이나 고도화된 인공지능도 아닌 일정 시간에 머물러 있는 기술 그대로에 적응하며 살던 그 어느 날,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를 관장하는 요닉스(YONYX) 시스템에 결함이 생기며 인공지능 반란을 목격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을 이처럼 인류에 대항하거나 공격, 또는 반란을 일으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종종 있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을 생각하면 사실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수준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향한 대규모 공격을 펼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는 전부 차치하고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자. 우리는 모바일에 탑재된 삼성전자의 빅스비(Bixby)나 SK텔레콤의 누구(Nugu) 그리고 아이폰의 시리(Siri)까지 무형의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비교되곤 했다. 삼성에서 구축한 빅스비는 갤럭시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비롯하여 냉장고, 인공지능 스피커 등 가전을 통해 연동되기도 한다. 결국 스마트홈을 이룩하는 IoT(사물인터넷)의 주된 기술로 자리한 셈이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말리부 대저택에서 몇 마디만 던지면 자비스가 알아서 작동해주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IoT 아파트가 건설되어 일부 세대는 스마트홈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AI 스피커가 어쩌면 그 출발점에 있을지 모른다.

 

 

애플의 AI스피커 홈팟 미니. 출처 apple.com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청취하기 위한 스피커에 음성인식 기술을 더한 디바이스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유저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더해진 것이라 AI스피커라고 부른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전자, SK텔레콤, 애플을 비롯하여 KT, 네이버와 카카오, 아마존, 구글 등 국내외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용자는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터치를 통해 디바이스를 작동시키지만 AI스피커는 음성으로 명령을 보낸다. 음성명령을 인식한 AI스피커는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빅데이터 안에서 사용자가 발화한 쿼리(query)의 적합한 답을 찾아 다시 내보낸다.

이러한 음성 기반의 플랫폼은 스마트홈을 포함한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한다. 음성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 플랫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 다양한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거실의 조명을 켤 수 있고 아침에 커튼을 열어 햇살을 맞을 수도 있으며 미리 정해진 온도를 제어해 집을 시원하게 하거나 따스한 분위기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아이폰에 탑재된 음성 인식 어시스턴트 ‘시리’를 통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술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확장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홈의 시작, 스마트 스피커(혹은 AI스피커)  출처 : the smart home spot

 

 

일부 기업들이 투자해서 만들어낸 AI스피커는 인공지능의 첫걸음이기도 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라디오에는 청취율이라는 것이 있고 그에 따른 광고들이 붙곤 한다. AI스피커의 경우 뉴스나 날씨, 노래까지 듣기도 하지만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수익적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다. 더구나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모바일에 종속된 디바이스라 그저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빅스비나 시리와 같은 모바일 어시스턴트는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2045년, 어떠한 테크놀로지가 세상을 바꿀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의 사물인터넷을 만물인터넷으로 확장시켜줄 출발점일지 모른다.

 

* 이 글은 단대신문 1495호에 실린 글입니다. 편집상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