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플라이’, 운전 습관부터 도로 환경까지 데이터화 한다
“스탠바이, 카메라, 액션!”
숨죽인 긴장감이 가득한 촬영장 내 스태프들의 시선은 카메라 앞에 선 광고모델을 향했다. 조명이 집중된 무대 뒤 한쪽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촬영을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광고 PD였다. 지난 몇 개월간 스토리보드를 기획하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뒤 마침내 광고주의 승인을 얻었기에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었다.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토리 자체의 훌륭함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이 스토리를 어떻게 인상 깊게 들려줄 수 있는지, 어떻게 그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광고 PD는 영상 메카니즘의 완벽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스토리보드의 장면과 메시지를 현실에서 표현하기 위해서 촬영, 조명, 테크닉, 필터사용 등의 촬영 기법과 조명 설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PD는 제작 현장에서 제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많은 참여자들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승인된 아이디어도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누군가 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며 작품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관계자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끊고, 발전적인 의견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참 어렵지만 이게 PD가 하는 다양한 역할 중 하나이다.
그렇게 광고촬영이 끝나면 보정과 편집을 거쳐 방송에 내보낼 최종본이 나오게 된다. 그가 촬영장에서 지켜보았던 제작과정의 결실인 최종본을 건네받을 때면 이전에는 설렘과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점차 공허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나 텅 빈 사무실 불을 끄고 자리를 나설 때면 최근 그를 괴롭혀온 불편한 질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힘들게 기획하고 제작한 광고도 결국 잊힐 텐데 과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자 복잡한 고민은 머릿속 한쪽으로 밀어두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늦은 밤 촬영을 마친 제작진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는데 그곳에서 그는 충격적인 얘기를 동료에게서 듣게 되었다.
“PD님, 지난번 미팅했었던 광고주 중 타이어 유통회사 기억하시죠?”
“아, 기억하죠. 그 업계에서 매출이 급격하게 올랐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데 그 매출의 비결이 글쎄..”
당시 제조사 중심의 타이어 시장에 타이어 전문유통업체가 등장하더니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덕분에 사업 초기 시장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객들의 항의가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매장을 방문하면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이어 교체를 시작하거나 고의로 타이어와 림을 훼손하여 유상교체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역시 평소 집과 가까운 지점에 방문하여 타이어를 교체한 적이 있기에 이러한 실상은 충격을 넘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래, 어쩌면 이거야말로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일지도 몰라!’
평생을 광고쟁이로 살 줄 알았던 윤종국 대표는 그때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렸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광고를 내려놓고 미지의 세계인 타이어 시장에 뛰어들기로 말이다.
타이어의 시작
타이어는 3만여 개의 자동차 부품 중 하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자동차의 하중을 지지하고, 노면에서 발생되는 충격을 완화하고, 동시에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되는 자동차의 구동력과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노면에 전달한다. 그래서 아무리 값비싼 자동차라고 해도 타이어가 없으면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와 타이어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되었을 거로 생각하는데 사실 타이어의 역사가 더 길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로버트 윌리엄 톰슨이 개발한 바퀴용 고무가 역사상 최초의 타이어로 알려졌는데 이때가 1847년이다. 최초의 자동차로 잘 알려진 칼 벤츠의 자동차가 1886년 등장했으니 자동차보다 타이어가 먼저 인류 역사와 함께 발을 맞춰온 것이다.
고무에 공기를 불어넣은 타이어를 최초로 개발한 인물은 존 보이드 던롭이다. 던롭의 본래 직업은 수의사였다. 하지만 아들이 딱딱한 바퀴의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며 부상을 당하자 푹신한 바퀴를 만들어주려고 발명한 것이 최초의 공기입 타이어다.
던롭이 개발한 자전거 타이어를 자동차에 이식한 인물은 프랑스의 앙드레 미쉐린과 에도알드 미쉐린 형제다. 사실 던롭의 타이어는 본드를 사용해 휠에 접착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를 불편하게 여긴 미쉐린 형제는 손쉬운 탈부착이 가능한 자전거용 타이어를 1891년 개발했다.
1912년에는 굿리치가 타이어의 내구성을 10배 이상 향상한 카본 블랙(Carbon Black)을 발명해 차량과 함께 타이어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타이어의 색상이 지금 우리가 익숙한 검은색이 된 것이 바로 이때이다. 이후 타이어는 목적에 따라 보다 다양한 형태로 거듭 발전하였다. 그리고 자동차의 대중화와 함께 전 세계 타이어 시장 규모는 어느새 150조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타이어는 단순히 검은색 고무로 만든 것 같지만, 지면과 바로 접촉하는 부분은 내마모성이 강한 고무를 사용하여 타이어 내부를 보호하고 외부 충격과 타이어 수명을 늘린다. 타이어의 바닥면을 트레드라고 부르는데 저마다 무늬가 조금씩 다르다. 타이어 트레드는 그루브, 블록, 사이프로 이루어졌다.
그루브는 트레드에 세로로 길게 파인 홈을 말하는데 조종안정성, 견인력, 제동성 등의 기능이 있다. 그루브의 폭이 넓을수록 빗길에서 주행성능이 좋아지지만, 너무 넓으면 제동력과 코너링 성능이 약해진다. 블럭은 트레드에서 볼록 튀어나온 곳을 말하며, 타이어의 견인력과 제동력, 코너링 성능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블록이 크고 블록 간 거리가 넓은 트레드일수록 오프로드 성능이 강한 RV차량용이고 블록이 세밀하면 일반 승용차 타이어이다. 마지막으로 사이프는 트레드에서 가늘게 파인 선들을 사이프라고 부르는데, 사이프가 많고 촘촘할수록 빗길이나 눈길에서 접지력이 좋다. 이처럼 타이어 트레드에 따라 용도, 성능이 달라지며 제동성, 가속성, 승차감 등 타이어의 주행성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타이어 적시 교체의 중요성
타이어는 운전 중에 마모될 뿐만 아니라 자연적으로 노화되는 몇 안 되는 차량 부품 중 하나이다. 공기압 부족, 고온, 자외선, 오존 노출, 광택제, 세제, 왁스 등 다양한 요소가 타이어의 노화를 촉진한다. 또한, 타이어의 주원료인 고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성을 잃는 경화현상은 피할 수 없다. 마모와 노화로 수명이 다한 타이어를 적시 교체함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안전이다. 영국에서 폐타이어 34만 본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3%가 타이어의 마모 한계(1.6mm)를 넘겨 교체되었다. 그 말인즉슨, 도로에 운행 중인 차량 10대 중 3대는 타이어 교체 시점이 지나 잠재적 위험을 지니고 있다. 타이어는 사고 시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단일 원인이다. 마모도가 1.6mm인 경우, 시속 80km의 속도로 젖은 노면을 주행 시 제동거리가 새 타이어보다 14.7M나 더 길다. 이와 같은 타이어 불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평균 치사율은 9.4%로 일반 교통사고보다 4배 높다.
두 번째는 환경이다. 아직 교체 시점에 다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체되는 타이어가 30%에 달한다. 타이어 과잉 교체로 인해 유럽연합에서만 1억 2,500만 본의 타이어가 추가로 생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900만 톤의 불필요한 탄소가 배출되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흡수량’에 따르면 50년생 소나무가 연간 흡수할 수 있는 탄소는 약 4.9kg이다. 따라서 900만 톤의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50년생 소나무가 약 18억 그루가 필요하다. 전 세계 연간 타이어 생산량이 25억 개에 달하는데 적시에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3억 본 이상의 타이어 생산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이다. 최적의 시점에 교체가 이루어지는 타이어는 전체의 41.3%에 불과하다. 타이어 교체 중 15%가 편마모로 인한 것인데 평소 편마모만 관리해도 불필요한 타이어 교체를 줄일 수 있다. 타이어 편마모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운전자의 주행 습관과 주행 환경이다. 운전 미숙으로 보도블록에 타이어가 짓눌려 손상될 수 있으며 포장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주행하며 타이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차량의 무게가 네 바퀴에 고르게 분배되어야 하는데 외부 충격에 의해 중심이 뒤틀려져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며 편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타이어의 마모도가 점진적으로 진행이 되고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많은 운전자들이 타이어의 교체 시점을 놓친다.
타이어를 적시에 교체하지 못하는 이유
최고의 자동차 드라이버들이 경쟁하는 모터 레이싱에서 경기 중 차량이 피트로 들어와서 멈추었다가 다시 나가는 것을 피트스톱이라고 한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들은 왜 굳이 그런 수고를 하는 것일까? 피트스톱을 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타이어 교체이다. 경기 중 타이어는 극한의 상황에 노출이 된다. 경기에 따라서는 완전 새 타이어를 끼고 경기를 시작해도 타이어 펑크 같은 사고가 발생할 정도이다.
또한, 완주를 한다고 해도 급저하된 퍼포먼스로 인한 랩 타임 손실이 타이어 교체를 위한 피트스톱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능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포뮬러 1을 비롯한 국제 경기는 드라이버의 안전을 위해 타이어 교체를 하도록 최소한의 피트스톱 횟수를 규정에 강제한다. 이처럼 운전에서 타이어 교체는 안전과 퍼포먼스적인 측면에서 무척 중요하다.
국내 타이어 유통시장은 복잡한 구조와 비상식적인 관행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타이어 교체 권유를 단순히 불편한 것을 넘어 불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자의 83%는 스스로 타이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반수의 운전자가 타이어 점검을 못하는 이유로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전체 타이어 시장의 67.3% 이상을 브랜드 직영점과 대리점 그리고 할인매장이 과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쟁이 비교적 덜하다. 판매처마다 가격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과잉 정비로 인해 고객의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다. 타이어 관련 소비자민원평가에 따르면, 타이어 공기압 체크를 위해 매장을 찾았다가 휠, 라인 등에 이상이 발견됐다며 멀쩡한 타이어를 교체받았다는 민원이 주를 이뤘다. 이외 펑크 수리를 위해 매장을 방문했는데 교체 아닌 수리는 받지 않는다며 탈부착 비용을 요구받았다는 민원도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횡포에 맞설 대안으로 온라인 구매가 있지만, 예상보다 성장이 더디다. 온라인에서 타이어를 구매하면 가격은 저렴하지만 어쨌거나 전문 설비가 있는 장착점을 방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다시 과잉 정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폐단을 고려하면 타이어를 교체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30% 이하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이어 방문장착 서비스, ‘타이어플라이‘의 시작
국내 타이어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블랙마켓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무척 제한적이다. 방법을 찾기 위해 윤종국 대표는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며 의견을 구했지만 국내에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는데 그의 이목을 집중시킨 흥미로운 사업이 있었다. 바로 타이어 방문장착이었다.
사람들이 이전에는 식사는 식당에서 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지만, 이제는 음식을 배달시키는 것이 일상화된 것처럼 타이어 관리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 바뀔 것이라고 봤다.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직원이 찾아간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에 분명 수요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뿐만 아니라 매장운영과 재고를 최소화하면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타이어 방문장착 서비스 ‘타이어플라이’가 시작되었다.
‘타이어플라이’는 대대적인 홍보 없이 초기 고객들의 호응과 추천으로 고객을 점차 늘려갔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를 이뤘다. 가처분소득이 높은 이들은 주로 수입차를 운전한다. 다만,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도심 내 정비소를 방문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타이어플라이’는 타이어 관리를 위해 방문은 물론 타이어 교체 가격까지 저렴하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어플라이’ 서비스 초창기부터 이용해 온 한 고객은 한남동에 거주하며 4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매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썸머용 타이어와 윈터용 타이어 교체를 의뢰한다. 이처럼 두 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계절에 맞춰 타이어를 교체하는 고객들이 ‘타이어플라이’에 대한 만족도가 유독 높았다.
고객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고민하다
‘타이어플라이’의 서비스 초창기에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사업모델로 삼았다. 타이어 관리 서비스를 받아본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기에 꾸준히 서비스를 알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타이어의 구매 주기가 4년이다 보니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더라도 4년 후 재구매 시점에 다다르면 이전의 서비스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꾸준한 매출을 위해서는 신규고객 유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타이어 교체 프로모션을 기획하였다. 타이어 점검 및 교체를 할인가에 진행한다는 전단을 단지 내 배포하고 주민들의 신청을 기다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민들의 서비스에 대한 문의는 가물에 콩 나듯 무척 저조했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한 탓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당장 타이어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이어플라이’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기존 타이어 유통업체들 역시 타이어 방문관리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타이어플라이’와 같은 소규모의 스타트업이 하는데 사업의 규모와 자금력에서 월등히 앞선 중견기업들이 앞으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을 지나칠 리 없었다.
‘어쩌면 이게 한계인지도 몰라.’
‘타이어플라이’의 윤종국 대표는 이제 겨우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데 훨씬 더 크고 안정적인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자 앞이 깜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큰 기업들과 경쟁은 승산이 없어 보였다. 고민 끝에 사무실을 부동산에 내놓고 힘들게 준비한 플라잉트럭도 매물로 내놓았다. 그리고 거래처를 비롯한 사업 관계자분들에게는 사업을 접겠다고 차례로 알렸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의 타이어플라이의 운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착잡한 심정을 억누르고 윤종국 대표는 사무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타이어플라이’의 지난 여정을 돌아봤다. 그렇게 사무실 짐을 정리하던 중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모션 기획서를 발견했다. 당시 도심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차주들을 대상으로 타이어의 상태를 안내하고 마모도가 심각한 경우 타이어 교체를 권장하였다. 당시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호의적이었는데 프로모션이 끝나고 장부와 교체된 타이어 갯수를 세어보니 윤종국 대표와 임직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구매 전환비율이 무려 25%에 육박했다. 타이어 마모로 인해 교체를 권한 4명의 고객 중 1명이 타이어를 교체한 것이다. 당시 주유소에서의 고객들의 호응이 시발점이 되어 대규모 아파트단지 프로모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주유소와 달리 아파트에서 진행한 프로모션의 결과는 참혹했다. 서비스 직원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교체하는 타이어가 다른 것도 아닌데 왜 이처럼 상반된 성과가 나온 것일까? 윤종국 대표는 깊이 고민한 결과, 두 가지가 다른 것을 깨달았다. 바로 접근하는 고객과 접근법에 차이가 있었다.
주유소에서는 타이어의 마모가 심한 고객에게 마모의 정도를 설명하였다면 아파트에서는 주차된 차량의 차주들에게 가격을 앞세운 프로모션을 안내한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스웨덴의 마케팅 학자인 리처드 노만이 최초로 제창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은 고객이 종업원이나 기업의 특정자원과 접촉할 때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고객의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말한다. 주유소에서의 ‘진실의 순간’은 바로 고객이 자신의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의 마모도를 직면하게 될 때였다. 타이어의 마모가 심각해 이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였을 때 대부분의 고객들은 타이어 교체를 고려하였다. 이를 통해, 객관적인 고객의 타이어 상태를 기준으로 타이어 관리 서비스를 권할 때 ‘타이어플라이’가 가장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출이냐 아니면 성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편, ‘타이어플라이’를 이용해 본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가 입소문으로 퍼지자 기존 타이어 유통업체들도 타이어 방문관리 서비스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소규모의 스타트업이 하는데 사업의 규모와 자금력에서 월등히 앞선 그들이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문 차량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지점부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타 기업들이 제작한 차량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낮은 천고를 고려하지 않아 주차장 입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타이어플라이’의 이동방문장착차량(플라잉트럭)은 차고가 낮고 상승탑을 이용해 주차장의 상황에 맞춰 진출입 및 작업이 가능했다.
‘플라잉트럭’의 유연한 접근성 덕분에 쿠팡배송차량의 차량관리부터 LX 국토정보공사, 기업은행 등 기업 임직원 차량의 윈터타이어 교체/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의 타이어방문장착 서비스를 독점으로 대행하고 현대모비스의 브링앤티서비스의 타이어부분 서비스를 독점으로 제공하게 되었다. 윤종국 대표는 플라잉트럭을 추가로 확보하여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플라잉트럭을 늘리면 당장은 매출이 늘겠지만, 그에 따른 부대비용 역시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더욱 효율을 높여 기존 타이어 유통업체들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할 독점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타이어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데이터로 관리한다면 일회성 구매가 아닌 평생고객관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타이어를 무작정 교체하라고 떠밀고 홍보하는 기존의 업체들과 달리 타이어의 상태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적정 교체시기를 알려준다면 타이어 교체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데이터를 통한 고객관리가 핵심
국내 타이어 시장의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소비자의 정보 부재에서 시작된다. 타이어를 잘 몰라도, 시간이 없어도, 정비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타이어를 관리하고 최적의 시점에 교체할 수 있도록 타이어 관리 시스템을 선보이기로 하였다. 소비자에게 객관화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스스로 정비소의 과잉정비에 대응하고 심각하게 마모된 타이어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가 바로 SBOT(Sensor Board On Tire System)이다. 외관은 과속방지턱과 유사하지만 기계에 내장된 3D카메라와 센서로 타이어가 지나기만 해도 mm 단위의 마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과속방지턱을 대체하거나 주유소와 식음료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설치된다면 고객들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고객이 주문이 준비되는 동안 타이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은 덜 지루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MTUS(Measuring Tires Using Smartphones)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및 영상을 AI를 활용하여 타이어의 패턴과 마모도를 측정한다. 카메라의 자동 초점 조절 기능을 활용하여 더욱 정밀한 마모도 측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SBOT와 MTUS에서 수집한 타이어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앱이다. 이를 이용하면, 차종, 타이어 모델/사이즈, 타이어 마모 상태, 편마모 유무, 신품 타이어 대비 예상 제동거리, 예상 교체시기 등 타이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필요시 동일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유사 패턴/동일 사이즈의 다른 브랜드 타이어도 별도의 검색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격과 제원을 확인 후 구매할 수 있다.
기존의 매장은 직원의 권유가 타이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이제는 고객이 독자적으로 타이어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고객의 운전 습관과 도로 환경마저도 데이터화한다
‘타이어플라이’는 앞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장기적 고객관리부터 타이어의 마모상태를 통해 고객의 평소 운전습관마저도 파악할 계획이다. 타이어 마모 상태는 운전자마다 다른데 바로 운전 습관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타이어 중앙 부분이 유독 마모가 심하다면 핸들을 급하게 조작하거나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어 양옆 모서리가 마모가 심한 경우는 대부분 무리한 코너링을 하며 차량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며 적정 수준 이상으로 마모가 된 경우이다. 타이어의 일정 부분이 집중적으로 마모되었다면 평소 급발진, 급제동하는 습관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이외 평소 핸들을 급하게 조작하면 대각선 형태의 마모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빗길이나 눈길 위를 달릴 때 미끄러운 도로 환경으로 인해 급히 핸들을 조작할 때 발생한다.
이처럼 운전 습관 이외에도 타이어의 마모와 수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도로(道路)’이다. 인류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전거 등 모든 지상의 이동수단들이 도로 위를 다닌다. 도로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국가마다 도로환경이 가지각색이다.
유럽의 경우, 불규칙할 수밖에 없는 화강암벽돌 도로와 좁고 굽이진 골목길이 많다. 오랜 시간 다져지면서 외관으로는 평평하게 보일 수 있는 도로지만 자잘한 요철이 많은 것이 유럽,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지의 도로다. 최근 세계 경제의 신성장 동력 및 이머징 마켓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각 국가의 영토가 광활한데다, 기후조건 그리고 경제력의 축적 규모 등이 아직 도로를 완벽히 정비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도로는 비포장 도로다.
국내를 비롯 대부분의 산업국가에서는 도로 포장재로 아스팔트를 활용한다. 아스팔트는 1854년 ‘파리’에서 최초로 도로에 사용되었으며, 자동차가 실용화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도로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자동차의 ‘공기 고무 타이어’는 고속주행을 가능케 하였고, 이는 편평하고 부드러운 아스팔트 도로와 궁합이 잘 맞아 고속도로의 폭발적인 증가에 큰 기여를 하였다. 자동차 타이어는 건조한 아스팔트는 물론, 흙길, 도로 위의 작은 돌, 빗길, 눈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하게 되기에 환경에 맞는 마찰력과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 맞춤형 타이어 평생관리 서비스를 꿈꾸며
1908년 미국 포드 자동차는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가져온 차라는 평가를 받은 모델 T를 출시했다. 통산 1,650만 대가 생산되어 세계에서 4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 당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를 일반 국민들에게 보급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1920년대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1920년대 미국의 도로는 포드 모델 T로 채워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포드 자동차는 모델 T의 성공에 심취한 나머지, 소비자들은 더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모델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무시하였다. 반면, GM은 전문적인 모델 디자인 개발 과정을 도입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차종을 각각의 가격에 맞는 브랜드를 제공하며 포드를 제치고 미국 시장을 차지하게 되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고객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높아진 눈높이로 인해 기존의 제품이나 판매방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면서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생존을 넘어 성장할 여지가 크다.
자동차가 운행되는 도로환경은 각각 다르고 운전자의 운전습관도 제각각인데 제조사는 표준화된 타이어만 제공하고 있다. 마치 이전의 포드자동차가 모델 T만 집중적으로 생산하여 공급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4차 산업혁명은 시장이 원하는 더 나아가 개별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어플라이’는 스타트업이 실현하기에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개인 맞춤형 타이어 평생관리를 달성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미래로 발을 내딛고 있다. 앞으로 SBOT와 MTUS의 보급을 통해 소비자들이 타이어의 상태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데이터 수집에서 그치지 않고 분석을 통해 개인별 운전습관과 자주 이용하는 도로환경을 고려한 맞춤타이어를 제작할 계획이다. ‘타이어플라이’가 타이어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 및 분석하는 데이터 기업이 되면 개인 맞춤형 타이어 평생관리 서비스의 현실화는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