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중소기업에서 가장 고민스럽고 정답이 없는 문제가 ‘인사평가’일 것입니다. 아니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죠. 얼마 전 카카오 직원들이 자사의 인사평가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여 이슈가 된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초 구직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열에 여섯은 ‘인사평가가 불합리’하다고 답했습니다. 인사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결과에 불만족하고 있다는 뜻이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사장들은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헷갈립니다. ‘인사평가를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인사평가의 실체
규모가 작은 회사의 사장은 인사평가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낍니다. 거의 모든 직원들을 잘 알고 있어 본인의 판단과 권한으로 보상과 승진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늘어나면 사장 혼자서 다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인사 체계 및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이때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제도를 구축해서 운영하려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서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각각의 상황은 다르지만 직원들이 평가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필자도 어떤 회사를 가든 인사체계와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고 인사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불만과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인사평가를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필자가 경험한 회사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었으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조직 구성이 인사평가를 할 만큼의 인원이 되지 않습니다. 인사평가 이론대로라면 S, A, B, C, D등급으로 나누어 적정비율로 평가를 배분해야 합니다.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한 팀의 인원이 팀장 포함 3명인데 어떻게 평가가 가능하겠습니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나 해당 팀장에게는 적당히 평가하라고만 했지요.
그리고 회사 내에 인사평가에 우호적인 사람이 없습니다. 평가자인 윗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그냥 쪽지에 1등부터 10등까지 써주겠다고 합니다. 인사평가를 하더라도 대충 평가하고 결괏값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평가를 과외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자 교육은 더욱 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도 냉소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 시키니까 억지로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사장이 인사평가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며 인사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승진 때 인사평가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사장이나 임원이 추천하는 사람이 승진하게 됩니다. 외부의 청탁 인사나 낙하산 인사도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몇 가지 문제를 말했지만 담당자조차 자괴감을 느끼는데 어떻게 직원들에게 인사평가의 합리성을 납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대다수의 인사 담당자는 인사평가의 결과가 부정확하고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렇다고 인사평가를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회사가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하는 겁니다. 다른 대안을 제시하려 해도 마땅한 대안이 없고 경영진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도 없는 거죠.
경영 컨설턴트도 이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BSC, KPI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왜일까요? 거의 모든 회사들이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운영하거나 채택하려 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수요가 많은 겁니다.
* BSC(Balanced Score Card): 조직의 비전과 전략목표 실현을 위해 4 가지(재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관점의 성과 지표를 도출하여 성과를 관리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으로서 단기적 성격의 재무적 목표 가치와 장기적 목표 가치들 간의 조화를 추구
*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개인, 팀, 회사의 성과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핵심지표. 계량화, 수치화를 필요로 함
인사평가의 문제점? 그래도 해야 한다
각종 실증연구를 통해 성과주의 인사평가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줄 세우기식 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사평가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평가의 결과만 중시하다 보니 이기주의가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표 달성에 매달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요청을 무시하게 됩니다. 요즘은 다른 사람, 다른 팀과의 협업이 중요한데 장애물이 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자신이 맡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주의가 분산되는 것이죠. 회사의 이익이나 제품 중심이 아닌 인사 평가의 목표를 중심으로 업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업무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내지 않습니다. 애사심도 떨어지게 됩니다.
세 번째는 동료나 상사에 대한 불신이 생깁니다. 평가 결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서로가 불필요한 갈등을 보입니다. 돌려막기식 평가 방식으로 인해 상사에 대해서도 실망을 느낍니다.
네 번째는 ‘성과 위주로 보상하면 회사의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회사의 의도와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수리회사의 정비공들에게 개인별 매출 목표를 할당하게 되면 불필요한 수리를 권하는 경우입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시행한 제도로 인해 사회적 비난을 받고 회사의 이미지가 실 추될 수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반드시 공정하거나 객관적일 수 없고 모두가 만족할 수도 없습니다.
인사평가의 문제점들로 인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될까요? 답은 ‘그래도 해야 한다.’입니다.
평가 제도가 없는 것 역시 직원들의 동기를 낮추는 요인이 됩니다. 사장의 독선적 판단에 대한 불신, 잘 보이기 위한 사내정치, 관리자의 편애, 주먹구구식 운영에 대한 실망 등으로 직원 불만이 더욱 가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인사평가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평가 기준과 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 낫습니다. 또 인사평가 자료는 향후 직원들의 발전을 위한 근거 자료가 됩니다.
평가 기준을 마련한 후 개선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결과 중심보다는 직원의 성장과 과정 중심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인사평가에서는 평가 그 자체보다 피드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피드백을 통해 직원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는 서로가 피드백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만큼 어렵습니다. 피드백이 중요하고 어려운 만큼 회사는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당장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직원의 성장을 중심으로 인사평가의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장의 생각 전환이 중요합니다. 눈앞의 성과만을 강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죠. 사람을 성장시키는 전제조건은 ‘기다림’입니다. 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가 가져올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단순히 결과로만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