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to-Consumer
퍼포먼스 마케팅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퍼포먼스 마케팅은 숫자로 증명하며 인풋대비 아웃풋, 즉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사몰은? 본질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접점을 만들어 그들의 니즈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로 결국 미래의 방향은 자사몰을 키우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아무리 웹 3.0을 외쳐도 현재로서는 웹 2.0 플랫폼인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유튜브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난 1,0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페이스북 1세대로서 페이스북 호황기 때 D2C(소비자직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매체가 가진 효율이 높은 만큼 의존도가 높았고, 페이스북의 흥망성쇠에 따라 자사몰이 같이 흔들리는 경험을 많이 했다. 플랫폼의 진화에 맞춰 그에 상응하는 전략을 갖추려 영상팀을 세팅했다가 이미지 효율이 높을 때는 디자이너 숫자를 늘리는 등 조직 개편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비즈니스의 기본 덕목 중 지속가능성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뷰스컴퍼니 역시 여러 가지 해결책을 끊임없이 적용하며 성장 중이다. 우리가 자사몰, 올리브영, 이커머스, 홈쇼핑까지 각각 다르게 채널별 전략을 짜는 것도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구성된 것이다.
이전에 <아이유 크림으로 월 20억 매출내다가 망한 썰>에서 언급했듯 브랜드를 운영하는 건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적인 성과도 신경 써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으로도 분명한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 둘의 방향성이 전혀 다르기에 하루하루 ROAS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날도 일상이다. 매출이 높은 날은 기분이 좋았다가, 낮은 날은 파란색으로 도배된 주식시장을 마주한 듯 온몸에 우울감이 가득 찬다.
서두가 길었다. 우리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여러 가지 전략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락인
D2C를 가장 잘하는 브랜드를 뽑으라면 메디큐브를 들고 싶다. 그들은 고객 중심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뷰스컴퍼니와 초창기부터 함께 성장한 기업으로 그 누구보다도 미디어커머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메디큐브가 이를 위해 선택한 게 바로 멤버십 제도다. 최근 주력으로 밀고 있는 뷰티 디바이스는 제품 특성상 가격이 고가에 형성됐는데, 39,900원의 M-CLUB 멤버십을 제안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느껴지게끔 유도한다. 게다가 40,000원 페이백과 전 제품 50% 할인이라는 풍성한 혜택까지 줘 멤버십 가입을 통한 락인 전략을 실현한다. 이는 인포그래픽 정보뿐 아니라 구매 여정, 관심 상품, 만족도 등 고객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출처: 네이버 카페 ‘뷰마 – 뷰티마케터 스터디 & 양성 스쿨’ 이나영)
2. 카니발리제이션 방지
자사몰에서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여러 유통몰에 입점돼있어 자사몰에서 사야 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유통몰 입장에서도 이 제품을 밀어야 할 독점적인 이유가 필요할 거고, 자사몰 입장에서도 자사몰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할 거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인위시스를 들 수 있다. 올리브영에서 핫하게 떠오른 하이드라 앰플 시리즈와 원조 시그니처인 톤업크림은 자사몰에서만 판매한다. 그래서 올리브영 프로모션과 자사몰 프로모션을 따로 가져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 양쪽이 시너지를 내는 방법 또한 찾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외비.)
3. 외부 데이터 수집
뷰티업계에서 D2C를 잘하는 기업은 많이 없다. 과거 미디어커머스 시대에는 Before/After 방식을 통해 과장되게 풀었다면, 지금은 플랫폼의 효율 하락으로 외부몰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론칭 초기 브랜드의 경우 자사몰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데이터를 끌어 모을 수 있는 곳을 선별하는 것도 큰 팁이 될 듯하다.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업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곳은 역시 올리브영이다. 월 900만 명 정도의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요즘 롬앤, 아누아, 모다모다 같은 브랜드는 올리브영 영수증을 자사몰에 인증하면 자사몰 포인트로 쓸 수 있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어차피 올리브영 브랜드 세일 기간인 3, 6, 9, 12월에 1+1 이벤트를 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그 외의 겹치지 않는 달에 그들의 데이터를 갖고 오는 전략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4. 체류 시간 연장
체류 시간은 곧 매출 전환과 이어지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곤 하는데, 굳이 화장품이 아니어도 좋다. 요즘 떠오르는 플랫폼은 바로 올웨이즈다. 올웨이즈는 3.5%라는 최저 수수료만 받고 판매자와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쿠팡보다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이곳에서는 고객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다채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특히 재미있는 건 ‘팀 구매’ 시스템이다.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대신, 공동으로 구매할 사람을 모아야 해 판매차는 최소 기대치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 번은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테팔을 두고 9명이 모이면 테팔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 단기간에 구매력 있는 고객들을 사로잡은 사례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D2C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 웹 2.0 기반의 회사들이 불안정한 모습을 계속해서 내비치고 있고, 우리가 과거 CRM에 의존했듯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원리 원칙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다. 지난 10년간 굳건했던 파레토의 법칙을 기억하자. 20%의 충성 고객이 80% 이상의 매출을 책임진다. 결국, 재구매가 브랜드를 만들고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다.
박진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