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물류 산업의 ‘핵심 키’
- 코로나19팬데믹, 온라인 거래 급증에 스마트 물류 부각
- LG CNS, 비전 기술 및 딥러닝 알고리즘 택배 분류하고 물류 검수
- 수요 예측 등 AI 활용 혁신 업체들만 생존 가능할 것
코로나 팬데믹은 화물 및 운송 업계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운송과 물류에 드는 시간 및 비용 절감과 업무 단순화, 그리고 프로세스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공장, 창고 등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공급망 이슈라든지, 구인난, 증가하는 각종 비용에 흔들리지 않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안도 끊임없이 모색중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화물/운송 업계에선 AI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점차 많은 물류 업체가 단순히 CRM(고객 특성에 기초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 지원, 평가하는 경영 기법)을 넘어 오차범위를 0%대로 유지하는 AI 모델을 도입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 조성에 나서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쳐에 따르면 글로벌 운송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AI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5억 2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6년엔 448억 858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물류 환경 변화
2020년부터 촉발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각국 공장은 셧다운되고 생산 지연과 중단을 반복했다. 현지 방역 사정에 따라 선적 일자를 못 맞추거나 코로나 확산국에서 귀항하는 선박의 접안이 일정 기간 제한되기도 했다. 물류 현장엔 물동량의 감소와 운송 지연, 검역에 따른 시간과 비용 상승 등도 잇따랐다.
미국의 경우 막대한 지원금을 풀면서 실업급여가 일할 때 받는 급여보다 많은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일터로 나가지 않는 노동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산업 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업들은 인재 유치와 기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급여 인상을 단행했고, 이 또한 비용 증가라는 악재로 돌아왔다.
이와 더불어 비대면 수요 증가로 온라인 유통 시장은 유례없는 활황을 맞았다. 이같은 트렌드를 놓칠 리 없는 유통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다양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론칭했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 더 편하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택배, 화물 물동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배송업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온라인쇼핑 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11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된 소비자들이 그 이전의 소비패턴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뉴노멀 시대’에 얼마나 준비돼 있냐는 것이다. 지금만 해도 배송 물량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정확한 배송을 원하는 등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만 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운송과 물류 분야에서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이 향후 배송 산업의 존폐를 결정할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물류 운송의 디지털 전환, AI 혁명은 현재 진행형
물류 및 화물 산업은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물류 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은 수년간 강조돼 왔다. 그러나 산업 특성상 다양한 나라의 선사와 트럭 운전사, 화주와 창고, 통관 중개인 등과 엮인 복잡한 시스템 탓에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 물동량 증가 등 물류 혁신을 위해 디지털 역량을 앞세운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을 기존 물류 산업에 접목하면서 물류 프로세스 및 비용 효율화를 이끌어 내려 힘을 쏟았다.
이른바 ‘바다 위 우버’라고 불리는 플렉스포트(Flexport)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화물운송 예약 서비스와 프로세스 자동화로, 전체 운송 소요 기간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의 1만여 명의 고객에게 해상, 항공, 철도, 트럭 등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온라인 화물 가격 견적 서비스 기업인 프레이스토스(Freightos)는 화주나 포워더로부터 견적 요청이 오면, 운송업체로부터 받은 화물 운송 계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운임과 배송 옵션을 실시간으로 추천해 준다. 일일이 포워더들과 전화나 이메일로 견적을 받으며 비교해야 했던 불편을 해소한 것이다.
늘어난 물동량을 보관하는 창고에 자동화(warehouse automation)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오펙스(OPEX)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로봇 소형 물품 분류 시스템 ‘슈어 소트(Sure Sort)’는 학용품, 잡화 등 다양한 제품군이 기기에 들어가면, 물품을 스캔한 기기가 사용자가 설정한 정렬 빈(Bin)에 차곡차곡 담는다. 하나하나씩 손으로 분류해야 했던 작은 아이템까지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분류하는 데 최적화된 장비이다. 오펙스에 따르면 최대 5파운드의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상품들을 시간당 2400개의 아이템을 분류할 수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해운 물류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 SDS가 대표적이다. 삼성 SDS의 디지털 포워딩 서비스 ‘첼로 스퀘어’는 화주가 배송하고자 하는 화물 종류, 중량, 출발지와 도착지, 운송 일정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해상/항공 구간의 즉시 견적을 제공하고 운송비용과 시간을 비교해 준다.
화주는 첼로 스퀘어에서 운송 중인 화물의 실시간 위치나 이상 상황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운송이 완료되면 첼로 스퀘어가 여러 물류 실행사의 청구 명세를 자동으로 정산해준다. 이후에는 물류 데이터 분석 기반 리포트를 제공해 향후 물류비 절감 방안 등을 분석할 수 있다.
택배사 “효율 올리자”, 물류센터에 인공지능·로봇 도입
국내에서도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 발달과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물동량이 늘자 국내 택배사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물류 시설 자동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반복적인 작업과 체력이 많이 드는 업무를 기계가 도맡으면서 업무 효율을 올리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국내 최초로 물류센터에 첨단 기술 도입을 마쳤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무인운송 로봇(AGV, Automatic Guided Vehicle)’ 자동화 센터에서 풀필먼트(Fulfillment, 통합물류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AGV는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 정보에 따라 상품을 피커(Picker·집품을 하는 사람) 앞으로 자동 운반한다. 기존에는 피커가 직접 다 골라 담아야 했다. 롯데택배는 택배 포장도 자동화 라인을 구축해 효율을 높였다.
네이버는 CJ 대한통운과 함께 물류 수요 예측 AI 모델 ‘클로바 포캐스트’를 구축했다. 클로바 포캐스트는 특정 판매자의 네이버 쇼핑 주문량을 하루 전에 예측하는 AI 모델이다. 클로바 포캐스트가 계산한 예측치는 CJ대한통운이 물류센터 인력 배치를 조정하는 데 활용된다. 다음날 주문 예측치를 확인해 이에 맞춰 적정 인력을 미리 확보하고 배치하는 식이다.
로지스팟은 빠른 물류 서비스를 위해 디지털 화물 운송 플랫폼을 개발했다. 화물 운송 차량 배차를 쉽고 편리하게 요청하는 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화물 차량 실시간 위치 정보, 운송데이터, 정산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과 화물 차량에 정보를 제공하고 최적의 운송 방안을 컨설팅하고 있다.
“물류 작업 선별과 검수, 비전 기술로 정확도 99% 넘는다”
LG CNS는 자동화에서 한 단계 올라선 물류 센터의 지능화를 위해 AI 화물 분류, AI 피킹 로봇, AI 물품 검수 등 3대 AI 솔루션 사업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AI 화물 분류 솔루션은 단순 반복적인 사람의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 LG CNS의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 대형, 중소형, 이형(異形) 등 세 가지 박스를 99.8%의 정확도로 자동 분류한다. 이 솔루션은 물류센터 내에 컨베이어 벨트가 나눠지는 지점에 적용돼 물류센터에 입고되는 상품의 분류 작업 효율을 높여 준다.
AI 피킹 로봇 솔루션은 로봇이 사람과 같이 상품을 집어 나르기 위해 필요한 AI 기술이다. 카메라에 찍힌 2D·3D 이미지를 기반으로 상품의 크기, 수량, 상태를 분석하는 AI가 최적의 좌표를 계산해 로봇이 상품을 정확하게 집어 나를 수 있도록 해 준다. 상품을 나르기 위한 로봇이 ‘손’이라면 이 솔루션의 AI가 ‘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아시아 최대 규모에 달하는 중부권 물류 센터에 도입한 시스템이 바로 LG CNS의 AI 화물 분류 솔루션이기도 하다. AI 인식 분류 시스템과 5면 바코드 스캐너, 물량 분산 최적화 시스템 등이 적용되면서 하루에 150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LG CNS의 AI 물품 검수 솔루션은 상품의 바코드를 일일이 찍어 확인했던 물품 검수 작업을 자동화한다. 물품 검수는 상품을 배송하기 전에 주문에 맞게 구성됐는지 점검하는 절차다. 이때 상품의 바코드가 훼손됐거나 보이지 않는 각도에 있으면 인식이 어려워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데, AI 물품 검수 솔루션은 바코드가 보이지 않아도 다각도의 상품 이미지를 학습해 0.1초 만에 상품을 인식한다.
LG CNS는 국내외 20여개 설비·자동화 기업과 손잡고 고객사 상황에 맞는 맞춤형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노르웨이 스마트 물류 창고 업체 ‘오토스토어(AutoStore)’와 손잡고 롯데마트의 경기 의왕 물류센터와 부산 물류센터에 해당 설비를 도입했다.
수요 예측 등 AI 활용 혁신 업체들만 생존 가능할 것
물류 운송 산업은 이른 시일 내에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가 예견된다.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운송 시스템(ITS), 5세대 이동통신(5G) 등 스마트 운송 물류 인프라를 뒷받침할 통신 기술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운송과 물류 산업의 스마트화는 ‘단순히 기술적 발전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게 맥킨지의 설명이다. 핵심은 로지스틱스(원료 준비, 생산, 보관, 판매 등 전 과정에서 물적 유통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적 시스템) 분야에서의 인공지능(AI)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달렸다.
미국 아마존은 물류 분야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업체로 꼽힌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를 고객 데이터에 접목해,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고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배송을 미리 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업을 운영하며 획득한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에 별도로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수요-예측’ 모델을 활용한 사례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재고관리를 적시에 운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AI가 물류 부문의 공급망에 접목된다면 물류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기존 물류 업계가 해결하지 못했던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셈이다. 또 업무의 자동화에 따른 속도와 정확성 향상도 기대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다양한 운송 물류 프로세스에서 자동화 및 최적화를 구현하고 수요 예측에 도움을 줘 불필요한 비용 지출도 막을 수 있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관건은 AI다. 미국 포브스는 “물류 운송 분야에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향후 급변할 수요 변화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업체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교한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한 물류 업체들만이 향후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