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디어도 메타버스 세계로 이동하는가?
종이처럼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심지어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까지 혁신을 이루고 있는 마당에 뒤통수 튀어나온 흑백 브라운관 모니터는 사라지고 없는 ‘유물’이 된지도 오래다. 그러고 보면 플로피디스크부터 USB, 외장하드에 이르는 저장장치도 클라우드가 대신하는 시대가 아닌가. 인터넷 통신 역시 마찬가지. 5G를 넘는 네트워크를 이야기할 때마다 모뎀이라는 연결고리도 없던 그 시절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했을까 싶다. 바로 앞자리 혹은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조용히 키보드 소리만 내면서 메신저를 하는 풍경도 딱히 어색해 보이진 않는다.
시대가 변화하고 테크놀로지는 정말이지 눈이 부시게 발전을 이루었다. 전 세계 곳곳으로 인터넷망이 뻗어나가게 되면서 저 멀리 구석구석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전 세계를 지배했고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안착했다.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미디어를 접한다. 국회의원 누군가가 국회에서 발언하는 모습들이나 지극히 평범한 일상부터 열애, 결혼, 임신, 이혼, 사건/사고 등 연예인들의 수만 가지 가십까지 ‘뉴스’라는 콘텐츠로 만들어져 신문, 방송, 인터넷, SNS 등 다양한 영역에 뿌려지기도 한다. 유튜브나 틱톡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 역시 미디어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밈(meme)으로 탄생하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막강 트렌드로 확장되곤 한다.
‘미디어’는 트렌드의 변화와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맞춰 지금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테크놀로지라는 것이 결코 쇠퇴하는 것 없이 진보하는 것처럼 미디어의 영향력 역시 점차 거대해지고 있는 추세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 와중, 우리는 메타버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정부, 공공기관이나 기업들도 메타버스를 향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고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며 투자하고 있는 마당에 미디어 권력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언택트와 함께 크게 확장된 가상공간 속 미디어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면서 우리는 본격적인 비대면 라이프를 이뤄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강의나 입학식 또는 졸업식도 완벽에 가까운 언택트를 맞이하기도 했다. 때론 편하기도 하지만 때론 아쉽기도 하다. 실제로 순천향대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랜선 입학식(혹은 졸업식)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 모비스의 경우는 실시간 라이브로 랜선 여행을 진행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 미팅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이러한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의 래퍼인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은 에픽게임즈의 포트 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기도 했는데 무려 1천200만 명이나 이를 관람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1천200명’이 아니라 ‘1천200만 명’이다.
제페토(zepeto)에서 활동하는 유저들만 수억 명에 가까운데, 메타버스 1세대 크리에이터라 말하는 ‘렌지’가 이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월 매출만 무려 1억 원을 일으킨다고 한다.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로 발돋움한 플레이리스트(Playlist)가 렌지와 손을 잡고 업무 협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웹툰 기반의 IP를 끌어와 웹드라마로 확장하기도 했던 플레이리스트가 메타버스 인플루언서로서 절대자인 렌지와 협업하는 것은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 더욱 기대가 된다. 렌지의 경우는 아바타 의상 1천500여 벌을 제작하기도 했고 누적 아이템 판매량만 거의 100만 개가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 한정판 구찌백이 제페토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고 하니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아이템의 판매가 얼마나 대단한지 숫자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어스 2(Earth2)’를 통해 가상 부동산이 거래되기도 했으니 누군가에게는 정말 기회의 공간이 될법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이러한 가상공간에 애착을 갖고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메타버스연구원의 최재용 원장도 메타버스를 일컬어 ‘기회의 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가상공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금용, 기업, 교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메타버스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가 아닌가. 서울시도 시청 내부 공간을 메타버스 상에 구현하여 서울시민의 아바타가 진입해 가상의 공간을 활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냈는데 부천시나 경상북도, 서울디지털재단, 국민건강보험공단,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이 메타버스 공간을 열어두고 각 성격에 맞게 기능적인 옵션들을 구현해냈다. 기업적 측면에서 보면 현대자동차는 신차 발표회는 물론 체험관까지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했고 롯데건설은 채용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직방이나 컴투스, 넥슨 등 각 기업들의 오피스도 메타버스 상에 구현해 실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이렇게 보면 부의 이동 또한 메타버스를 향한다. 그러니 미디어의 권력도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이동하는 것 역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니 당연해 보인다.
메타버스와 혼합현실 미디어
메타버스는 물론이고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VR 디바이스 역시 불과 몇년전 조악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시대에 이르렀다. 불편하고 어지러울 뿐 아니라 화질의 퀄리티도 낮았던 VR도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VR과 메타버스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대표적인 VR 디바이스 ‘오큘러스’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면서 메타버스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2014년 오큘러스 인수 이후 각별한 애정과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게이밍 콘솔 오큘러스 퀘스트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후로도 고도화된 차세대 VR 디바이스를 끊임없이 공개해왔다. 기본적인 VR 기능과 더불어 증강현실 기능을 더해 소위 말하는 혼합현실을 구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손에 잡힐듯한 ‘3차원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실감 나는 콘텐츠를 몸소 체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VR 디바이스가 지금보다 강력하게 진화하면 모바일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VR 테크놀로지 역시 메타버스라는 세계와 이어질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이 메타버스에 녹아있는데 눈앞에서 보이는 풍경들이나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증강현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니 절대 동떨어질 수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메타버스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디어 창구가 새로운 개념의 트렌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콘서트’라는 콘텐츠를 소비했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메타버스 세계에서 소비하고 있는 중이다. 뉴스나 광고, 동영상까지 유저들이 몰리게 되는 메타버스 어딘가에서 콘텐츠가 돌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미디어라는 것도 이렇게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제페토에서 기회를 잡고 있는 사람도 있고 공공기관부터 기업까지 자신들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 또한 하나둘씩 이곳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 마크 저커버그가 손수 일궈낸 페이스북도 온라인 세계를 군림하던 절대적 SNS였지만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이는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트렌드의 급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 기름진 땅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공간을 확보하는 단순한 ‘토지’의 개념을 넘어 이제는 실제 거울 세계처럼 다양한 것들이 메타버스에 둥지를 틀고 있는 중이다. (‘거울 세계’든, ‘현실의 판박이’든) 그저 ‘완벽한 세계’라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줄곧 언급하는 미디어 역시 긍정이든 부정이든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 얼마 전 ‘메타버스와 미디어 권력 이동’에 관한 온라인 세션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팩트에 기반하여 작성하고자 했으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