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첫 오프라인 매장, 첫술에 배부를 순 없던 거겠지요
예상외로 조용했던 오픈
지난 9월 8일 마켓컬리의 첫 오프라인 공간, 오프컬리가 성수에 문을 열었습니다. 앱 밖으로 나온 컬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서, 오픈날 바로 방문해보았는데요. 방문하는 과정 자체가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우선 주로 사용하던 카카오 맵에는 정보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요. (9/13일 기준으로는 등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켓컬리의 메인 배너나, 네이버 브랜드 검색 광고 등을 통해 노출은 되고 있었으나, 문자나 앱 푸시 등으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진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주소 및 운영정보를 찾는 데 꽤나 애를 먹긴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프컬리 매장 또한 생각만큼 붐비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약 59평 규모의 주택을 꾸며 만든 공간인 데다가 그나마도 사전 예약 없이는 10여 평 남짓한 1층만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작은 규모이다 보니 너무 많은 고객들이 몰려도 문제였을 것 같았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홍보도 절제했던 것 같았고요. 일각에서는 이번 오프컬리 오픈을 상장을 앞두고 몸집을 불리기 위한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요. 직접 가본 오프컬리는 당장의 사업 확장보다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본 테스트 매장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실패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켓컬리가 오프컬리를 통해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아쉽게도 명확하게 느껴지는 바가 없었습니다. 마켓컬리 측에선 오프컬리를 “다양한 테마 관련 제품과 문화를 큐레이션 하기 위한 공간‘으로 정의하였고요. 특히 파트너와의 상생 관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확실히 내부 공간의 디자인 감도는 높았습니다. 마치 이케아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중해 겟어웨이라는 컨셉에 맞춰 잘 꾸며져 있었고요. 컬러와 패턴들이 어우러진 테이블웨어와 키친은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보기 커머스를 지향하는 마켓컬리답지 않게 식품이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올리브 오일과 와인 등이 쇼케이스에 진열되어 있긴 했지만 이를 맛보거나 경험해볼 수 있는 건 전무했고요. 가장 핵심 상품군인 신선식품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오프컬리에도 체험 요소가 있긴 했습니다. 미처 가보지 못했던 2층과 3층은 테마에 맞춘 체험형 도슨트가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아예 네이버 지도에선 오프컬리를 학원으로 분류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도슨트 프로그램은 인원도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추가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이럴 거면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오픈 키친 등을 대여하는 것이 어땠나 싶은데요. 실제 비즈니스 공간으로 역할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브랜딩 효과도 제한적인 오프컬리는 아무리 테스트라 할지라도 아쉬울 따름이었고요. 이케아조차 같은 성수동에 이케아 랩이라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할 때, 푸드 랩을 만들어 먹을거리를 제공하였는데, 도대체 왜 컬리가 그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는지 정말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실험은 이어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오프컬리의 실험은 이렇게 실패로 끝나는 걸까요? 다소 아쉬운 점들은 분명히 있었고, 그로 인해 성과가 기대 이하라 할지라도 마켓컬리는 끊임없이 오프라인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딩을 위한 목적으로도, 실제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오프라인 진출은 컬리에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첫술에 배부를 순 없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중에 가장 활발하게 오프라인 확장을 진행 중인 무신사조차 무신사 테라스부터,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엠프티에 이르기까지 계속 테스트하면서 실력을 길러왔습니다. 더욱이 오프컬리는 시즌제로 운영된다고 하니, 앞으로 계속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고요.
특히 주요 경쟁사인 오아시스 마켓, 정육각 등이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컬리 역시 상장만 성공한다면 대규모로 진출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인수하였듯이, 신선식품에선 결국 오프라인 접점에서의 경험이 중요하고요. 국내의 경우 배송 거점으로 활용도도 높은 데다가, 폐기율 관리 관점에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된 마켓컬리의 오프라인 도전, 앞으로는 더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