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배워야 잘 배운 것일까
배움은 우리에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면서 사교육을 통해 배움을 진행했고 배움을 하고 있으면 배우지 않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만족스러운 경험들을 하면서 배움에 대한 여정은 더 강화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배우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한 때 배우면서 일하는 게 신선하다는 식으로 미디어에서 다뤄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배우는 것은 알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쓰고 나서 어색할 정도입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싶으면 악기를 배우면 되고 어떤 분야가 궁금하면 책을 사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배움 자체에 대한 강박은 배움 자체에 우리를 내모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누구는 퇴근하고 데이터 관련 수업을 듣는다고 하고 누구는 자격증을 이번에는 취득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훌륭하지만 그 이후 몇 년이 지나 그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보면 이 공부는 마치 어딘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마음 저 먼 곳에 저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공부를 하기는 했는데 삶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물론 배움은 자기만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배움의 동기 자체가 몸 값을 올리는 것이라면 어떤 것을 지금 내가 배우는 것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계발의 끝이 누군가에게 ‘몸 값 상승‘이며 그것을 만들기 위한 ‘이직‘이라면 무엇을 공부할지는 목적만큼 명확해야 합니다. 단순히 지금 이게 유행이라며 우르르 다니는 것은 피곤하고 돈만 나가는 일만 될 수 있죠. 순수하게 ‘알고 싶다’가 공부의 목적이 아닌 분들을 위해 돈 되는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핵심은 배운 것을 일에 어떻게 적용했느냐
몸 값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공부라면 공부만으로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 것입니다. 이력서에 어떤 학원에서 뭐 배웠다는 것이나 전일제가 아닌 대학원에서 무언가를 수료 혹은 석사를 취득했다는 것은 면접관에게 비용만큼 강한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주변에서 대학원을 파트타임 등으로 하는 친구들이 대학원 과정 이후 이직을 ‘더’ 잘한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공부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면접에서 추가되죠. 석사는 석사의 수준에서 질문을 하고 경쟁을 하니까요.
이직을 하면서 몸 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배운 것을 회사 프로젝트로 옮기고 그것으로 매출이나 이익, 효율, 신규 사업 개발 등의 결과가 명확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 하나에 대해 기승전결로 말하기 위해 배움이 앞부분에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배울 주제도 초점을 좁힐 수 있습니다. 회사 업무, 지금 하는 일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죠.
오퍼레이팅 효율 높이기
가장 쉬운 것은 배운 것을 써먹으면서 오퍼레이팅의 효율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예측을 하거나 데이터를 더 잘 뽑거나 수기로 했던 대시보드를 자동으로 한다는지 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관리직들은 결국 숫자를 다루거나 새로운 기획안으로 사업을 만들어 가는 데서 회사에 기여하는 포인트가 발생합니다. 숫자를 잘 다루는 데 도움을 주거나 기획을 임팩트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겠죠.
한동안 많은 직장인들의 저녁과 주말 시간을 가져간 프로그래밍, 예를 들어 파이썬을 통한 데이터 핸들링을 배운다면 이것의 결과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지금 업무에서 그걸 적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업무 + 파이썬 배운 것‘ 은 1 + 0 = 1과 같은 효과를 주지만 ‘지금 업무 + 파이썬 배워서 새로 만든 업무‘는 1 + 0.2 = 1.2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데이터를 다루는 것을 배웠다면 가장 쉽게 업무에 적용할 분야는 예측입니다. 기존에 주먹구구로 했던 단순한 월말 예측, 연간 예측 등을 앞으로 남아있는 이벤트 기반으로 예측하거나 예측해야 할 지표의 과거 회귀 모델을 만들어 적정한 기댓값이 각 이벤트마다 어떻게 되는지 예측을 하면 주먹구구보다는 더 잘 맞출 것이고 예측과 실제의 차이를 보면서 더 나은 예측 방법을 모색하면 예측의 성과는 향상될 것입니다.
물론 예측을 한다는 게 일을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측을 통해 다음 프로세스에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액션을 해야 가치가 만들어지죠. 매번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던 매출액을 보다 정확한 월말 매출액 예측으로 부족한 매출을 월 중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다면 목표 미달 매출을 만들기 위해 어떤 액션을 해서 실제 목표 매출을 맞출 수 있었고 매출 성장이 얼마만큼 이뤄졌는지 이력서에 쓸만한 회사에 돈 되는 결과를 만들어 보는 것이죠.
기존에 마케팅 효율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상황인데 이번에 배운 데이터 핸들링 내용을 적용해서 어떤 지표를 KPI로 삼아야 하는지 혼자 정리해보았고 몇 개의 프로모션들을 혼자 정리해 가면서 효율이 나는 프로모션과 신규 고객 유입이 높은 케이스가 정리되었고 해당 내용을 미팅이나 보고서로 만들어 회사 내 조직을 설득해 프로모션의 현황부터 프로모션 방법을 바꾸어서 효율과 구매 전환, 신규 고객 획득이 높아진 사례를 만들었다면 관련 직무로 이직할 때 분명 돈 되는 한 줄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시장 창출, 사업 개발
오퍼레이팅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주니어 혹은 시니어 일부 레벨에서 커리어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더 연차가 높아지면 결국 조직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오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기 때문에 배움의 초점도 달라져야 합니다. 10년 이상의 커리어가 이미 있지만 이제 배운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월말 예측을 더 정교하게 했다고 해서 그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프로세스 변화로 만든 실적의 크기와 관련이 있을 테니까요. 오퍼레이션 정교화로 큰 숫자를 실적으로 만들 수 없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공부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공부는 사업을 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굳이 배우는 시간을 구분할 필요가 없이 늘 안테나를 켜고 배우고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사업과 관련된 배움은 어떤 스킬 셋을 요구하기보다는 현재 업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고 고객을 둘러싼 상황이 거시적으로 어떤지 보는 게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만들어지는 배움이 어떤 수업을 통해 박제된 지난 케이스를 마주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케이스들을 살펴보고 그 현상 이면의 한 단계 더 들어간 레이어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지금 어떤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지 회사에 기획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사업을 리드하면서 커리어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경력이 쌓이면서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직무에 따라 지금 하는 이야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적인 감각, 사업에 대한 이해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요구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가까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커리어 단계와 배움의 엇박자
배움에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눈 몸 값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배움에 대해 정리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아래 케이스들은 다시 한번 지금 하는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 하는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스킬을 낮은 레벨로 배우고 있습니다.
- 적용할 용기와 생각은 없지만 ‘배우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전문 분야를 배우고 있습니다.
- 커리어를 많이 진행했지만 새로운 전문 분야에 대해 알고 싶어 배우고 있습니다.
- 이직을 하기 위해 책 읽는 모임 등 네트워크 참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하면서 생기는 생각이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배워서 그 덕분에 몸 값을 올려서 이직을 하게 되었는지, 어차피 이직을 할 것인데 그냥 마음의 안정을 위해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인지는 ‘지금 업무 – 배운 것 – 새로운 업무‘의 관계가 말로 설명이 가능한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꼭 다 설명되는 좋은 커리어고 설명이 안되면 망했고… 이런 게 아니란 건 잘 아실 겁니다. 퇴근하고 피곤한데 자신과 싸우면서 덜 효율적인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해주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