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업무 내용을 다 공유했는데, 제대로 공유가 안 되었다며 답답해하는 팀장을 본 적이 있는가?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공유해달라는 건지 그 감이 잡히지 않아서 본인도 답답했던 경험이 있는가? 이렇게 업무 현황을 공유할 때, 그리고 상사의 의사결정이 필요해서 이를 컨펌받을 때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한 번 풀어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업무 내용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역으로 팀장/상사/의사결정권자가 대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들의 상황은 어떤지부터 파고들어 본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인해 팀장의 매니지먼트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생산성을 신경쓰는 사람은 팀장과 팀 전체의 업무 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그 비법은 공유받는 사람의 상황을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크게는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보았다.
- 현황을 공유/보고하는 상황
- 어떤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컨펌을 받아야 하는 상황
그리고 각 상황에서 팀장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위주로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풀어본다.
팀장의 상황
팀장은 수십 가지 업무를 보고 있다. 그가 케어해야 하는 팀원이 5~7명이 되고 각각의 팀원이 수행하는 업무 종류가 3~5가지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그가 컨트롤해야 하는 업무는 수십 가지에 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 본인이 맡은 실무 또한 해내고 있다.
A라는 프로젝트를 얼른 끝내 놓고, B라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봐야 한다. 각각 프로젝트의 배경도 다르고 기한도 다르며, 진척 상황도 다르다. 팀장은 B라는 프로젝트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었는지 잠깐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그러다가 C라는 프로젝트로 넘어간다. 다시 C라는 프로젝트는 지금 상황이 어땠는지 떠올려본다. 그 일을 몇십 분 단위로 계속 반복한다.
팀장은 그 와중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고민할 시간은 현저히 부족하다. 당장 보고받은 내용을 보고 빠르게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그가 결정 내릴 때까지 실무자는 대기하고 있게 된다. 그런 안건이 여러 개가 밀려있다. 때문에 실무자가 보고한 내용만 보고서 빠르게 히스토리와 현황을 떠올리고, 의사결정을 ‘지금’ 내려야 한다.
이런 팀장을 위해서 우리는 다음 요소를 포함하여 보고하는 게 좋다.
현황 공유 시에 포함해야 할 요소
“전체에서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괜찮은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 그게 전체 일정에서 어느 정도 진행된 건가?
- 그 상황이 어떤 영향으로 이어지는가?
-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건가?
- 앞으로 남은 일정이/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 그래서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게, 도와줘야 하는 게 무엇인가?
의사결정권자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위 물음들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말하면 된다.
잘못된 현황 공유의 예시
지금 당근을 썰고 있습니다.
– 전체 상황에서 어느 정도 진행된 건지 알 수가 없음.
– 이제 당근만 썰고, 냄비에 다 넣고 10분 정도 끓이면 끝납니다. (O)
지금 당근이 다 떨어져서 요리를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 전체 상황이 어떤지, 당근 없이 진행할 수는 없는지 판단할 수가 없음.
– 당근을 빼고 끓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게 심각한 상황인 건지를 알 수가 없음.
– 지금 당근만 썰고 냄비에 넣어 10분만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없어서 구해올 때까지 멈춘 채로 고객을 15분 이상 기다리게 하거나, 당근을 빼고 끓여야 합니다. (O)
현황 공유의 예시
–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지금 당근이 다 떨어졌습니다.
– 그게 전체 일정에서 어느 정도 진행된 건가?
지금 당근만 썰고 냄비에 넣어 10분만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없습니다.
– 그 상황이 어떤 영향으로 이어지는가?
지금 당근만 썰고 냄비에 넣어 10분만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없어서 구해올 때까지 멈춘 채로 고객을 15분 이상 기다리게 하거나, 당근을 빼고 끓여야 합니다.
–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건가?
지금 당근만 썰고 냄비에 넣어 10분만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없어서 구해올 때까지 멈춘 채로 고객을 15분 이상 기다리게 하거나, 당근을 빼고 끓여야 하는데 당근이 없어도 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
– 앞으로 남은 일정이/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지금 당근만 썰고 냄비에 넣어 10분만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없어서 구해올 때까지 멈춘 채로 고객을 15분 이상 기다리게 하거나, 당근을 빼고 끓여야 하는데 당근이 없어도 그럭저럭 먹을 만해서 지금 끓여서 먹어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 그래서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게, 도와줘야 하는 게 무엇인가?
지금 당근만 썰고 냄비에 넣어 10분만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없어서 구해올 때까지 멈춘 채로 고객을 15분 이상 기다리게 하거나, 당근을 빼고 끓여야 하는데 당근이 없어도 그럭저럭 먹을 만해서 지금 끓여서 먹어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혹시 당근 구해올 수 있으면 베스트인데 다른 팀에 당근 없을까요?
위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현황을 공유할 때는 의사결정권자가 다음 정보를 잘 습득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중요한 건 “전체에서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괜찮은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떠한 의사결정/컨펌을 받을 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의사결정/컨펌을 받을 때 포함해야 할 요소
- 어떻게 진행되고 있던 건인가? (어떤 맥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가? 배경과 맥락이 무엇인가)
- 이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건인가? (Ex. 전체 비용이 얼마인가? 어느 정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가)
- 그렇게 진행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가?
-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각 선택지에 무슨 장단점이 있는가?
- 다른 더 좋은 대안이 있지는 않은가, 다른 대안을 찾아보았는가?
의사결정권자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어떻게 진행되고 있던 건인가?
“뭐야 이거 갑자기 뭐 튀어나온 거야. 이게 무슨 프로젝트 건이었지? 전에 봤던 거 같은데 이게 무슨 내용이더라”
이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건인가?
“이거 내가 좀 자세히 봐야 되는 건인가, 대충 봐도 되는 건인가? 중요한 거면 좀 고민을 더 해봐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가?
“나중에 무슨 일 터지는 거 아니야? 제대로 검토한 거 맞나? 문제 터지면 나중에 더 큰 일인데”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각 선택지에 무슨 장단점이 있는가?
“답이 이거뿐인가? 더 좋은 답이 있는 거 아닐까? 불안하다. 이걸로 결정하려면 어떠어떤 점을 비교해봐야 하지?”
다른 더 좋은 대안이 있지는 않은가, 다른 대안을 찾아보았는가?
“이게 베스트 맞나? 다른 거 충분히 검토해본 거 맞으려나? 찾아보면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의사결정/컨펌 요청의 예시
당근 30개를 A마트에서 추가 구매하려고 해요. 진행해도 될까요? (X)
– 어떻게 진행되고 있던 건인가? (어떤 맥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가? 배경과 맥락이 무엇인가)
– 감자탕 프로젝트에서 당근만 넣고 끓이면 되는데 당근이 다 떨어졌습니다. 당근 30개를 A마트에서 추가 구매하려고 하는데 진행해도 될까요?
당근 30개를 A마트에서 추가 구매하려고 해요. 진행해도 될까요? (X)
– 이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건인가? (Ex. 전체 비용이 얼마인가? 어느 정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가)
– 당근 30개를 A마트에서 추가 구매하려고 해요. 개당 n원이라 총 200만 원 정도인데 진행해도 될까요?
당근 대신 오이를 써도 될까요? (X)
– 그렇게 진행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가?
– 당근 대신 오이를 써도 될까요? 그렇게 하면 납기는 맞출 수 있는데 맛이 더 떨어질 수 있어요. 다만, 그래도 고객에게 큰 차이는 없을 수준일 거예요.
당근 대신 오이를 써도 될까요? (X)
–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각 선택지에 무슨 장단점이 있는가?
– 당근 대신 오이를 써도 될까요? 당근을 쓰려면 15분 기다려야 해서 납기가 늦어지는데, 오이를 쓰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대신 맛이 좀 더 떨어질 수 있어요. 다만, 그래도 고객에게 큰 맛 차이는 없을 수준일 거예요.
당근 30개를 A마트에서 추가 구매하려고 해요. 진행해도 될까요? (X)
– 다른 더 좋은 대안이 있지는 않은가, 다른 대안을 찾아보았는가?
– 당근 30개를 A마트에서 추가 구매하려고 해요. B마트는 00원이라 더 비싸고 C마트는 00원인데 더 멀어서 오래 걸리더라고요. A마트는 어쩌고저쩌고 하니 A마트에서 진행하면 어떨까 해요.
요약
[ 현황 공유 시에 포함해야 할 요소 ]
“전체에서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괜찮은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 그게 전체 일정에서 어느 정도 진행된 건가?
- 그 상황이 어떤 영향으로 이어지는가?
-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건가?
- 앞으로 남은 일정이/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 그래서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게, 도와줘야 하는 게 무엇인가?
[ 의사결정/컨펌을 받을 때 포함해야 할 요소 ]
- 어떻게 진행되고 있던 건인가? (어떤 맥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가? 배경과 맥락이 무엇인가)
- 이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건인가? (Ex. 전체 비용이 얼마인가? 어느 정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가)
- 그렇게 진행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가?
-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각 선택지에 무슨 장단점이 있는가?
- 다른 더 좋은 대안이 있지는 않은가, 다른 대안을 찾아보았는가?
글을 마무리하며
업무 보고 수준과 방식은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서 발전시키기 꽤나 어려운 업무 분야 중 하나다. 대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는 건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이를 알려주기도 어렵다. 공식적으로 매뉴얼이나 기준을 정해놓자니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할지도 난처하다. ‘템플릿/양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런데 대체 위 내용을 어떻게 템플릿으로 표준화할 수 있을까? 사안에 마다 완전히 달라질 텐데. 그래서 이 글을 썼다.
내 생각에 중요한 건 두 가지 포인트다.
하나는 팀장의 매니지먼트 비용을 실무자가 ‘인지하고 있느냐‘이다. 실무자 본인이 쓴 메시지 하나하나, 보고하는 표현 하나하나가 팀장의 매니지먼트 비용이다. 팀장의 매니지먼트 비용은 팀 전체의 생산성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왜냐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팀장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여러 실무자들의 업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팀장의 머릿속에서 출발하여 보고 방식을 역기획하는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잘 정리된 방식이 아니라, ‘팀장’이 봤을 때 필요로 하는 요소가 들어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 적은 내용들도 사실 사안마다 필요한 요소가 다를 것이고, 자기네 팀장 성향 마다도 다를 것이다.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내 팀장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워낙 어려운 분야이지만 그래도 이 글이 참고가 되어, 어떤 식으로 보고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산업/업무 분야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름 범용적이고 쉬운 당근(?) 사례를 들어보았다. 그래도 무리 없이 이해되리라 믿는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들을 잘 찾아나가시길 바란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