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바른 소리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바른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역대 왕들이 그랬고 대통령들도 그랬습니다. 오히려 직언을 하는 사람들은 신세를 망치거나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도 마찬가지죠. 바른 소리 하는 직원은 못 마땅합니다. 어떻게든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 예스맨들이 좋습니다.
어떤 사장은 바른 소리를 하면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회사 내에서 사장에게 감히 직언할 수 있는 직원은 거의 없습니다. 임원이나 팀장들도 사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은 회사에서 외로운 존재입니다. 모두들 사장 곁으로 모여들지만 허심탄회하게 사장의 고민을 이야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사장과 직원은 다른 존재입니다. 사장도 직원에게 모든 일을 이야기할 수 없고, 직원도 사장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만큼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사장이라면 자신에게 쓴소리나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참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직언을 해줄 사람이 없으면 회사의 의사결정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장이라고 해서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나요? 작은 실패는 경험이 되지만 돌이키지 못할 실패는 회사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결정 당시에는 잘 모릅니다. 잘못된 결정에 대한 결과는 한참 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이죠. 나중에서야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 사장도 많습니다. ‘그때 그 직원이 하는 말이 맞았네.’라고 생각하나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사장도 감정의 지배를 받는 인간입니다. 자신을 거스르지 않고 칭찬만 하는 사람이 예뻐 보입니다. 반면에 쓴소리 하는 사람에게는 반감을 느끼게 됩니다. 귀에 거슬리는 직언을 받아들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자신을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장은 귀를 닫아 버리고 ‘괘씸하다’라는 생각만 남게 되죠.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이 강한 사장일수록 직언을 듣기 싫어합니다. 직원들은 사장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 합니다. 아부 아닌 아부를 하게 되는 거죠. 제대로 된 사장은 아부를 싫어합니다. 문제는 사장이 그것을 아부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죠.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니 ‘사람 좋다’고만 생각하는 거죠.
바른 소리를 하면 그 직원을 포함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사장도 있습니다. 지인 중 1명도 직장 생활할 때 사장에게 직언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자꾸 직언을 하니 자신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무슨 의견을 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당신은 회사 편이야 직원 편이야?”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당장은 직원들을 편드는 것 같지만 회사의 장기적 측면에서 꼭 필요한 직언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좀 과하게 생각하면 ‘당신에게 무슨 이익이 있어?’라고 의심하는 것 같았을 겁니다.
악마의 변호인과 레드팀
사장은 마음을 열고 항상 직언과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장의 의견에 모두 찬성을 한다면 사장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의 의견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요?
예전에 가톨릭에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 임무는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들의 덕행과 그들이 기적을 행했다는 평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악마의 변호인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그 결과, 교황의 20년 남짓한 재임 기간 많은 수의 복자(1,338명)와 성인(482명)이 배출됐습니다. 이는 거의 2,000년 동안, 그보다 앞서 재임한 263명의 교황이 배출한 복자와 성인을 합한 것보다 많았습니다. 교황청이 ‘성인을 배출하는 공장’이 된 거죠.
미국에서도 냉전시대에 ‘레드팀(Red Team)’이라는 조직을 운영했습니다. 백악관 주요 회의 때 일부러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참석시켜 의견이 교차 확인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존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고 리더의 의견에 대해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 최종 결정에 심사숙고할 수 있었다는 장점은 있었습니다.
사장은 자신의 의견에 항상 찬성하는 예스맨들에 둘러 싸여 있으면 안 됩니다. 사장의 의견에 항상 찬성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나락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사장은 회사를 위해서 반대 의견과 직언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 여러 사람 의견을 듣게 되면 귀가 얇은 사장은 의사결정이 힘들 수 있습니다.
사장은 직원이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 진실로 회사를 위한 의견인 것인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불만 해소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직언으로 포장될 수도 있습니다. 항상 대안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하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윗사람을 비판하거나 설득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지금 그런 참모가 곁에 있다면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모든 사장들에게 직언할 수 있는 참모가 한 사람쯤 있었으면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