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VR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때마다 지겨울 만큼 거론되어 왔던 게임과 영화가 있다. 완벽한 메타버스의 개념이 아닌 오픈월드(샌드박스) 유형이기는 해도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등을 게임 사례로 종종 언급해왔다. 미국의 10대들로 한정되었던 로블록스 유저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가상현실의 놀이터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크리에이티브가 가능한, 무한한 창작의 세계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야심 차게 연출한 <아바타> 그리고 오픈월드 게임을 배경으로 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프리가이>도 종종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이다. 지금도 메타버스와 관련된 영화를 검색하면 다양한 결과 값이 제시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을 결코 놓칠 순 없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출처 : 워너브라더스

 

 

2018년 개봉된 이 작품은 국내 약 225만 명을 끌어모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2045년이라는 배경과 막대한 상금이 걸린 가상 세계의 스펙터클한 퀘스트를 담은 영화의 플롯은 2011년 출판된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 작품의 내용을 옮겨온 것이다. 이 작품은 약 1억 7천500만 달러가 투입된 SF 영화로 배경은 2045년, 실제 개봉은 2018년, 영화 속 가상세계에 담긴 오마주는 거의 1980년대 캐릭터들이라 경우에 따라 괴리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은 시궁창 같고 모두가 탈출을 꿈꾼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도 그렇지 않을까. 설령 시궁창이 아니더라도 매너리즘에 빠진 현대인들 누구나 탈출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영화 속 주인공 웨이드 오웬 와츠(타이 셰리던)나 사만다 에블린 쿡(올리비아 쿡) 등 모든 사람들이 현실을 벗어나 탈출을 꿈꾸기 위해 가상세계에 접속한다. 우리가 인터넷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계정이나 게임 세상에 진입했을 때 사용하는 닉네임이 다양하게 존재하듯 이들 역시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타이 셰리던이 연기한 주인공 웨이드 오웬 와츠는 가상세계에서 불리는 이름은 ‘Z’다. Z의 일행은 무엇이든 가능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오아시스라는 곳을 탈출구로 삼는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현실의 웨이드를 대신하는 아바타 Z 역시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작품에서도 명확하게 ‘아바타’라고 표현한다.

영화 포스터에 짙게 새겨진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어 문구 중에서 ‘ONE’이라는 단어 안에 아주 작은 달걀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중에서는 ‘이스터 에그’라 말하는 이를 손에 쥐는 캐릭터가 오아시스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플롯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마치 숲 속에서 보물찾기 하는 모양새와 다르게 오아시스라는 오픈월드 세계에는 다양한 장애물이 등장한다. 쥬라기공원을 방불케 하는 티라노사우르스가 눈 앞에 나타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마천루 위에서 거대한 킹콩이 도로 위로 내려앉기도 한다. 오아시스 세계에 마주친 괴수들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45년이라는 배경에 올드패션에 가까운 과거의 괴수 출현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어쨌든 충분히 몰입감이 있고 때론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아시스에 등장한 괴수는 게임 속 몬스터와 다르지 않다. 출처 : 워너브라더스

 

 

사실 메타버스라는 세계관에서도 충분히 가능할법한 구성이다. 거울 세계라고 표현할 만큼 완벽한 판박이 수준의 현실을 구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도 메타버스이니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물론 작금의 시대에 구현되는 메타버스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애초에 메타버스라는 세상에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 기업들이 꾀하는 메타버스 기술이다. 현실의 메타버스 구현 역시 3D 그래픽 기술과 VR, AR을 융합한 혼합현실(MR)로 더욱 실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메타버스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대로 구현하고 이를 보다 효율적이고 확장된 세계로 들여다보는 개념 자체를 거울 세계라 말하는데 국내 게임 회사인 넥슨이나 컴투스 모두 이를 구현해내기도 했다. 여기에 라이프로깅(Life Logging)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냈으니 (감히 말해) 이를 궁극적 의미의 메타버스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이룩한 세상이지만 결국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영화 속의 오아시스 역시 2045년 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이뤄낸 가상 세계가 아니던가. 2018년 영화 개봉 당시에만 해도 그저 SF에 불과한 일들이었지만 4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메타버스를 이야기하고 있고 VR 테크놀로지 역시 고도화된 세상을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 메타버스는 영화와 다르게 매우 현실감 있는 요소들을 채워 넣고 있다. 

 

 

메타버스 서울시청. 출처 : 서울시청

 

 

실제로 우리나라의 은행이나 지방자치단체도 메타버스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고 메타버스 전용 서비스를 구현하기도 했다. 네이버 제페토나 샌드박스, 게더타운 등 기존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는 메타버스 서울시청을 구축해 포토존부터 시장실 체험, 시정에 관한 의견 보내기 등 다양한 옵션들을 부여했다. 경상북도의 경우는 ‘2022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부터 농특산물 홍보를 위한 ‘사이소 월드’ 등 메타버스 세계관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서비스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익숙한 UI/UX 수준의 세밀한 퀄리티까지는 아닐 테지만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메타버스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은행이나 공공기관, 자동차 제조사들이 메타버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다 더구나 암호화폐, 블록체인, NFT 등 가상 자산의 개념도 하나둘씩 퍼즐을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시궁창 도피를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메타버스는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의 메타버스를 언급하기에 매우 적합한 케이스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구현되고 있는 현실의 메타버스는 오아시스처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득 담아낸 메타버스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오아시스가 게임 요소에 가깝다면, 지금 구현되고 있는 메타버스는 비즈니스나 서비스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할법한 그림들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멀지 않은 근미래에 오아시스와 같은 세상이 열리면 현실과 메타버스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단대신문 1494호에 실렸습니다. 본문의 내용이 단대신문 편집상 글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