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시간도 리소스다.
일의 능력을 기르는 과정을 건물의 벽돌을 쌓아 가는 과정으로 비유해본다면 벽돌을 쌓기 위해 맨 처음 평평하고 단단한 땅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도 없이 벽돌을 쌓다 보면 벽돌이 무너지거나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단단한 땅을 가지는 방법은 회사에서 알려줄까? 절대 아니다. 회사는 돈을 주고 나를 고용한 입장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단단한 땅을 가진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인턴이나 신입이 아닌 이상 회사에서는 땅을 고르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신입과 경력직 중 특히 신입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얻는 역량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업무 스킬셋과 협업 스킬셋이다. 업무의 스킬셋은 인턴 경험이나 전공, 외부 교육을 통해 원하는 배움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협업은 실제로 동료들과 일하며 쌓을 수 있는 능력이기에 처음부터 완벽한 협업 능력을 갖추기란 어렵다. 나 또한 여러 회사를 다니며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해보며 여러 시행 착오를 겪으며 실수를 복기하고 성장했다. 그러기에 협업은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실수/개선/해결책을 일궈 나가야 한다. 스스로 자아성찰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협업의 기본은 동료가 되어 보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내가 동료의 상황이라면 동료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 A님이 쓰는 업무 용어를 사용해본다.
- A님이 최대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잘 요약한다.
- A님이 찾기 어려운 부분은 먼저 찾아서 같이 공유한다.
동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쌓다 보니 협업을 왜 잘해야 하고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 나만의 정답과 해결책을 알아갈 수 있었다.
협업 왜 잘해야 할까?
- 마케터는 혼자 일할 수 없다.
- 마케터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
- 혼자 일하면 큰 성장을 만들기 어렵다.
협업, 어떻게 잘해야 할까?
다양한 협업을 위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 일을 하기 위해 동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좋은 동료들과 일해보는 경험도 일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접근해본다.
- 동료의 일을 돕는다.
- 동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
- 동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협업에 중요한 6가지 요소를 정리해보았다.
1. 함께 결과물을 그리려는 태도
하면 좋은 일은 너무 많다. 하지만 회사는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 기업은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액션 중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가장 임팩트를 가져다주는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의 문제가 무엇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웠던 가설,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동료와 자주 공유해야 한다. 일의 가설과 목표 없이 그저 해야 하는 업무로 동료를 설득하면, 설득 되기도 쉽지 않고 일이 되지 않았을 때 일의 문제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특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리가 하는 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모두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내 머릿속에 있는 걸 타인이 100% 이해하는 건 어렵지만, 최대한 이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완전한 공유가 필요하다. 이를 미팅을 통해 설명하든지 문서에 작성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과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큰 그림을 전달하고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초반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업을 잘한다고 느껴졌던 동료가 있다면 그가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떻게 말하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그들의 협업 습관을 카피해보자. 함께 협업하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거나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협업에 대한 리뷰 시간을 가져본다. |
2. 내 일만이 아닌, 동료를 위한 공유
공유는 내가 갖추려는 협업 스킬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공유의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공유라는 행위에 스스로 고착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과거엔 공유를 너무 자주하는 동료가 일하는 것을 티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 저렇게까지 본인이 하는 일을 계속 알리는 걸까?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때 공유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공유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내 일의 문제를 깨닫고, 그 후로는 공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동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프로젝트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 중간중간 공유는 필수다. 변경되는 사항이 많아질수록 내 머릿속엔 흐름이 있지만 동료들은 정리해주지 않으면 큰 그림의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꽤나 주입식(?)처럼 공유가 필요하다. 또한 어떤 단계에서 누구에게까지 공유해야 하는 기준도 스스로 잘 마련해야 한다. 변경되는 지점이 있다면 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동료, 팀 단위를 생각해서 적극 알려야 한다.
공유도 어떤 형태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도 동료에게 빠른 이해를 전달할 수 있다. 내용의 기승전결이 있고 데이터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면 문서로 정리해서 링크를 공유한다. 형태에 따라 문서화/시각화/스프레드시트 형태를 유연하게 활용해보면 좋다. 나중엔 업무 형태만 익혀도 어떤 형태로 공유할지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공유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니 동료들의 공유가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동료는 시간을 써서 내 리소스를 절약해준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것도 본인의 능력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공유를 내 능력 알리는 용도로 잘못 활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일을, 그리고 앞으로 우리 회사를 위해 공유는 협업의 핵심이다.
3. 상대를 배려하는 디테일
협업에도 디테일이 있다. 팀원을 배려하는 데서 나오는 디테일이다.
(1) 타임라인 설정
모든 업무에 타임라인을 둔다. 그래야 일의 마무리가 언제 되는지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 내 일이 끝나는 타임라인도 그렇고, 동료의 의견을 구하거나 피드백이 필요할 때도 답변 받는 타임라인을 같이 요청한다. 그럼 요청한 입장에서는 데드라인까지만 기다리면 되고, 답변을 하는 입장에서는 데드라인 전까지 답변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 후 답변하면 된다.
(2) 히스토리와 배려
업무 데이터가 잘 관리되고 구축된 회사일수록 협업 히스토리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협업 툴 중 슬랙(slack)을 정말 좋아하는데, 유연한 검색 기능을 가장 잘 활용한다. 내가 했던 고민은 과거의 누군가 했을 확률이 높다.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미리 찾아보고 질문하는 태도는 작지만 상대에 대한 큰 배려이자 서로의 리소스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과거에서 개선된 내용이 있거나 새로운 사항이 업데이트될 때 잘 정리해서 관련 부서나 담당자에게 공유하는 것도 배려의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3) 상대의 질문 파악하기
마지막으로 동료가 할 질문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궁금한 부분은 이건데, 네가 A, B, C도 궁금해할 것 같아서 이것도 찾아봤어.’ 이런 커뮤니케이션이면 A/B/C 각각의 답변을 할 때의 핑퐁 6번을 내가 미리 준비하여 단 2번의 핑퐁으로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동료에게 우려되는 사항, 감수할 부분,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 등을 함께 설명하는 것도 핑퐁을 압축할 수 있다.
4. 두괄식으로 말하는 맥락과 의도
동료가 대뜸 ‘언제까지 OO가 필요한데 XX 해주세요.’라는 상황처럼 당황스러울 때면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겹친다. 물론 이런 동료는 많진 않다. 하지만 맥락과 의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내용을 공유받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물어봐야 할지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게 되면 보통 2가지로 나뉘는데 (1) 맥락/의도를 충분하게 공유&합의하지 못하고 급하게 일을 진행하거나 (2) 맥락/의도를 합의하기 위한 미팅이 생기거나 또 다른 리소스가 쓰인다.
물론 일의 빠른 실행이 필요한 경우 애초부터 전달하는 자가 이를 충분한 배경을 토대로 설명하면 (1)을 납득하며 일을 하고, (2)에 할당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잘 설명하는 본 받고 싶은 리더 분들을 보면 아래 3가지를 포함하여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았다. 맥락이 길면 읽는 사람이 ‘그래서 필요한 게 뭐야?’라는 핵심을 놓칠 수 있으니 가장 먼저 필요사항을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 두괄식으로 필요한 사항을 1~2줄로 요약해서 설명
- 이에 대한 배경, 현황, 필요사항 등을 핵심 요약
- 일의 타임라인, 프로세스 공유
순서를 따라 가는 배경 상황이 필요하면 넘버링을, 글머리 기호(bullet)를 활용하면 내 주장과 근거를 tap으로 설명하기 용이하다. |
5. 실패와 성공에서 얻는 회고
협업의 최고 난이도라고 할 수 있는 회고는 크게 2가지로 (1) 다음 업무에 꼭 적용해야 할 성공 요소와 (2)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될 실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뉜다. 특히 과거에 해보지 않았던 가설 테스트를 하거나 기존에 사례가 없었던 업무는 회고가 중요한 피드백 시간이기도 하다.
회고는 쓰기만 해서는 안 되고 ‘과거의 실패를 다시금 하지 않기 위해 어떤 변화를 주었나?’의 리뷰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과거의 실패를 개선한 업무의 변화 상황을 보고 다른 해결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지, 앞으로 유지하면 되는지 등의 판단을 할 수 있다. 또한 회고를 통해 성과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액션을 함께 제시해주는 것이 일의 방향성을 잡아 가는 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내 업무가 끊어진 도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음번 해결책으로 도로를 개선하고 넓은 길을 뚫어 내는 사람들이 일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과정은 매우 어렵다)
과거에 한 동료가 진행해주었던 협업 방식,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 등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회고하는 세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번엔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실패를 줄이는 방법을 적용해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6. 개선의 방안 제시하기
모든 일이 효율적이고 완벽한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면 좋지만 일을 하다 보면 늘 비효율을 마주한다. 협업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거 왜 이렇게 하지?’, ‘이렇게 바뀌면 더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업무 초반에는 이런 생각을 갖기 쉽지 않지만, 단순한 일에서도 비효율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하다가도 여러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과거의 방식대로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 당장의 일에 치여 빨리 끝내야 한다.
- 말해도 공감을 해주지 않을 것 같다.
- 괜히 말했다간 내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일이 더 많아진다)
비효율을 감수하고 위 3가지대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 사실 더 큰 문제로 일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1: 빨리 끝내야 하지만 비효율로 인해 일이 더 늦어질 수 있다.
2: 말을 하지 않고 이를 묵과하는 경우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3: 어렵지만 이를 해내는 사람에게 더 큰 책임과 권한을 준다. (시니어가 될수록 3번을 요구한다)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하는 동시에 문제를 진행하는 과정의 개선점을 함께 찾아내는 사람이고, 회사는 보통 이런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리더는 디테일한 실무보다 3번의 과정을 팀원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더 나은 해결책을 같이 생각해주고 이에 필요한 점을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즉, 리더의 3번 역할 수행을 위해 3번의 해결책을 위한 여러 pain point를 잘 정리해두어야 하고 이를 리더에게 적극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협업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엄청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동료가 된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모호하고 뾰족한 정답이 없어서 어려운 협업. 협업은 인간 관계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힘든 상황에 부딪힐수록 나도 모르는 인사이트가 두둑하게 쌓인다. 그러니 협업이 힘들더라도 힘들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완벽한 시기라고 생각하면 얻는 배움도 상당하다. 물론 배움은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 볼 때 알게 되기에, 참고 인내하는 자가 자기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김이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