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인스타그램은 ‘스토리’ 기능을 추가했다.
인스타그램은 다른 SNS와 다르게 대충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예쁜 사진과 영상들만이 인스타그램 ‘피드’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올 만한 자격이 있는 콘텐츠들을 지칭하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니 말이다. 이러한 비주얼적 간지(이보다 나은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가 인스타그램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쉽게 피드를 올리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즉 피드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의 기준이 너무 높다 보니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일상의 순간들이 있어도 쉽사리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인지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기능을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 기능이다. (스토리에 대한 반응은 DM으로만 가능하기에 DM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았다는 설도 있다)
스토리 기능의 가장 큰 특징은 게시물이 24시간 후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휘발성이 사람들이 기존에 인스타그램 피드 게시물에 갖고 있었던 부담감을 내려주었다. 즉 피드에 올리기는 애매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공유하고 싶은 계륵 같은 사진이나 영상을 부담 없이 스토리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스토리를 하이라이트로 설정하여 프로필에 게시하면 24시간 후에도 공유 가능하긴 하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은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휘발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이 기능의 이름을 왜 ‘스토리’라고 명명했을까? 메시지를 보내면 곧 사라지는 미국판 카톡 ‘스냅챗’의 스냅(snap: 성급한, 불시의)처럼 휘발성을 강조하는 이름을 쓰지 않았을까? 이런 궁금증에 답을 주는 인물이 있다. 바로 카멜 커피의 수장 미스터 카멜이다.
그는 “실수 마이하네” “이거 보통 아이요”와 같은 사투리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며 본인이 대표로 있는 ‘카멜 커피’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역량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하는 데서 드러난다.
그는 스토리를 15초 짜리 콩트로 활용을 한다. (스토리 한 편당 올릴 수 있는 영상의 최대길이는 15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15초짜리 콩트가 여러 편 연결되어 기승전결을 이루는 말 그대로 하나의 ‘스토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스토리에서 GD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매니큐어 패션에 반해서 댓글을 단 ‘미스터 카멜’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한다. 즉 GD처럼 매니큐어를 칠하고자 하는, GD를 따라 하고자 하는 인물로서 자신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평소에 안 하던 매니큐어를 칠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본인이 칠한 매니큐어를 사람들이 보지 못할까 봐 노골적으로 매니큐어를 칠한 손이 드러나는 포즈를 취하면서 말이다. 왜 평소에 하지도 않던 매니큐어를 칠했느냐라는 물음에 본인이 원래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이며 GD를 따라한 게 아니라 자신이 원조라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한다.
이처럼 캐릭터 설정(GD 따라쟁이)에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내니(GD 따라 하기가 아닌 내가 원조인척 하기) 사람들은 그가 만든 스토리에 자연스레 빠져드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바로 이렇게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휘발성 있는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 아닌 15초로 구성 가능한 스토리를 올리는 것이 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SNS 특히나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은 ‘미스터 카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스타그램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말이다. 앞으로도 그의 재미있는 인스타그램 행보를 기대해본다.
미스터 카멜의 스토리 센스가 보통 아이요!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