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커지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숙제와 대안
초기 스타트업이 커지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경력직을 채용하거나 이미 커져버린 회사에서 대규모 퇴사가 이뤄지고 난 후 그 자리를 채우는 채용을 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하이어링 바(채용 난이도)를 높이는 것으로 좋은 인재를 버스에 태우는 것 중심으로 이 시기를 대응하려고 합니다. 물론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조건을 갖춘 회사일 경우죠.
각종 장치를 면접에 마련하면서 직관으로 일잘러를 알 수 있었던 부분은 매뉴얼로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소수의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시기에는 필요 없던 일들이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단계가 되면서 생겨나고 아쉽게도 기업 문화와 맞지 않거나 일을 못하는 사람이 하이어링 바를 통과하게 됩니다. 한 명이 통과하면 그다음 사람이 통과하고 그 사람이 면접관이 되면서 채용의 기준도 회사의 문화도 달라지게 됩니다.
‘일 못하는 사람이 있나요?’, ‘일 못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편견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하면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누가 일을 ‘전인적’으로 잘하는지 말이죠. 하지만 반대로 일 못하는 사람은 콕 짚어서 이야기하기 어려워합니다. 누가 놀고 있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것은 아는데 일을 못한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딘가 기준이 모호해집니다. 누가 놀고 있어도 그 사람이 다른 조직에 가면 부지런해지면서 일을 잘할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일 못하는 사람은 왜 명확하지 않은 걸까요?
일 못하는 사람은 시스템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지런하죠. 부지런히 숨어 있습니다. 아예 일을 놓고 결정을 먹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부지런하게 일을 못하면서 ‘부지런’히 일 못하는 능력에 착시 효과를 줍니다. 일을 제대로 하는 걸 못 본 사람들은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는 들어봤어도 이 사람이 멍부일 거라고 쉽게 생각해내지 못합니다.
회의 시간을 늘립니다
일 못하는 사람은 회의 시간을 늘립니다. 없는 회의도 만들고 예정하지 않은 미팅을 수시로 만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에너지 속에 시간과 에너지를 붙잡히게 됩니다. 굉장한 일이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이게 잘못된 거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회의는 왜 늘어날까요? 처음부터 회의가 많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업무 이해를 위해 회의를 만듭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혼자 결정짓는 게 부담스러워서 회의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회의 속에 숨겨 버립니다. 누군가는 내부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조직 외부와의 시간, 근원적인 기업 가치 창출의 기회를 엿보는 시간 대신 그 시간을 내부 조직 간의 조율로 채워버립니다.
회의를 만들고 그 사람 주변 사람들은 회의가 하루에 2,3개에서 나중에는 하루 종일 캘린더에 회의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러면 실무를 하는 게 아닌 ‘말‘을 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리‘를 하는 것이죠. 회의에 참석하는 실무자들도 ‘관리‘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고 현안은 쌓이게 됩니다. 회의가 업무 시간에 많아지니 야근도 당연하게 됩니다. 야근을 하면서 모르는 것을 묻고 같이 하기 위해 조직이 야근을 함께 하면서 회사 문화는 바뀌게 됩니다. 회의에서 말하지 좋은 논리만 보고서에 떠 다니고 숫자 밖의 기회들은 무시받게 되곤 합니다.
관리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 자리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이런 실무자도 생깁니다. 늘 물어봅니다. 질문합니다. 회사가 학원이 됩니다. 엑셀 다루는 법부터 회사 시스템을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이슈는 몇 번을 다시 설명하게 만듭니다. 자신은 의사소통이 잘 되고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겠지만 천만에요. 말은 안 할 뿐 다들 그 사람을 꺼리게 됩니다. 그 사람의 역할 중 누군가와 만들어 가야 하는 기능이 침해받게 됩니다.
문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해결되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하는 것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에서 성과로 연결되는 커리어의 보람과 성장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일 못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쌓이고 야근을 하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는데 바뀌는 것은 없게 됩니다. 지친 사람들은 떠나갑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를 정의하는 부분에서는 쓸데없는 문제를 너무 자주 정의하고 있지 않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관리자, 경영진에서 궁금하다는 이유로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OKR은 그때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없습니다. 혹은 이게 돈이 된다는 근원적 사업가 정신의 결여가 있기도 합니다. 그저 자신이 궁금한 대로 Q&A를 회사 조직을 통해 얻습니다. 그러고는 다시는 그 문제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일회성 대응에 그치게 되고 조직은 한 사람 때문에 하루하루 다이내믹해집니다. 커리어에 관심 있는 일잘러는 당연히 떠나게 됩니다.
문제 해결을 못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만듭니다.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지 제도화된 채용 프로세스에 반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면접 대상자가 너무 많으면 일하는 것 대비 조금의 에너지도 채용에 쓰지 않게 됩니다. 그저 서류를 보고 서류에 쓴 말을 검증하는 한 단계만 더 나간 사실 검증 수준의 질문을 하다가 한 시간을 채우고 면접 결과가 나옵니다. 문제 정의와 문제 해결과 관련된 관점이 빠져 있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채용 프로세스는 모두 낭비입니다.
문제 해결을 못하는 사람은 여러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일을 누군가가 다시 하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일을 뭉개든, 결과를 만들었지만 부실하든 결국 누군가가 그 사람의 일을 다시 하게 됩니다. 문제는 잘하는 사람에게 몰립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전에 다니던 회사와 다르지 않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사람을 뽑았는데 왜 힘들어하냐는 질문이 쏟아집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합니다.
문제는 제어 장치입니다. 채용에서 모든 사람을 적합하게 할 수도 없고 적합한 사람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제 역할을 하기에 늦은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제어 장치는 일 못하는 사람이 표면적으로 만든 징후들을 제거하고 다시 못 만들게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회의를 제어합니다
이게 어렵습니다. 회의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환부를 도려내도 다시 병이 재발하는 것과 같이 회의가 생겨나고 보고서로 대체되고 위키가 늘어납니다. 그래도 환부를 도려냅니다. 회의를 없애고 야근을 못하게 강제라도 해 봅니다. 그리고 그걸 망치는 사람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합니다. 하지만 경영진이 이미 그런 사람이라면 경영진이 스스로 그 약속을 깨뜨릴 것입니다. 그러면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이겠죠.
하지만 관리자나 일부 실무자의 문제라면 회의를 제어해 봅니다. 회의를 제어하면 부작용이 속출합니다. ‘대화가 안돼요‘, ‘일 진척이 어려워요‘ 등의 말이 쏟아지겠죠. 그러면 조직 구조를 다시 살펴봅니다. 너무 일하기 어려운 구조로 조직을 잘게 나누었는지, 매트릭스 조직을 하기에 조직 구조가 권력화 되었는지, 사일로가 심한 조직 문화를 만들었는지 생각합니다. 거기서 변화 방향이 나옵니다.
회의를 그대로 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가면 사람들이 당연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회의를 좋아하는 사람을 제어할 수 없게 됩니다. 일관성을 갖고 이 문제를 제어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 절차를 제어합니다
이게 꼭 필요한 문제 정의인지 치열하게 검증합니다. ‘이게 문제다‘가 아니라, ‘이게 궁금해‘가 아니라 ‘이게 이렇기에 궁금할만한 문제인지‘ 하는 일, 역할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설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 스스로가 문제 정의와 해결을 모두 하지 않는 구조라면 반드시 문제 해결을 할 사람과 수평적으로 설득하고 동의된 것만 문제 해결을 해야 합니다. 임원이라고 오래 다녔다고 ‘이게 문제다’라고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부 회사는 수평적이란 말로 문제 해결 방식만 수평적으로 다루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 정의 자체입니다.
문제 정의를 수평적으로 하려면 당연히 정보가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문제에 대한 배경을 얼마큼 평등하게 공유하는지에 따라 회사 수준이 달라집니다. 보안 문제로 공유할 수 없다면 채용하지도 말아야죠. 쓸데없는 내부 의사소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평소 정보 공유가 자유로운지 살펴보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 해결을 못하는 사람은 다른 문제를 주는 것으로 제어해봅니다. 숫자가 많이 들어가고 논리가 필요한 문제보다는 사람을 상대하고 직관적인 리서치가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몇 가지 문제 해결 방식으로 정리하고 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과 계속 일을 넘기는 사람을 생각해 보면서 적합한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일이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를 아무 사람에게나 넘기고 해결하고 관리되지 않는 조직이라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대기업, 스타트업, 큰 회사, 작은 회사, 나이 든 사람, 젊은 사람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조직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일 못하는 상황이 오고 그게 쌓여 일 못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일 못하는 습관은 잘 바뀌지 않고 바꿀 노력을 회사가 도와줄 필요도 사실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는 장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퇴사를 할 때 누구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는 일이 잦다면 그게 누구라도 묵인하지 않고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제어하지 않는다면 금세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게 되고 일은 누군가의 몫으로 남겨지게 될 것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