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메일의 목적과 작성법까지
회사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 그래서 업무 메일을 쓰는 법 역시 일반 메일과는 다르다. 처음 입사하면 업무 메일을 쓰는 법부터 하나하나 다 배워야 한다. 더군다나 일상에서는 메일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 업무 메일 쓰는 법을 정확히 익혀 놔야 한다.
업무 메일 작성 방법을 가르쳐 줄 사수가 있다면 좋겠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사수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당장 메일을 써야 하는 주니어들을 위해 간단한 업무 메일 작성법에 관해 글을 쓴다.
단순히 업무 메일 작성법만을 알기보다는, 업무 메일의 목적과 업무 메일을 잘 썼을 때 얻는 장점을 명확히 이해하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더 좋은 업무 메일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업무 메일의 목적에서부터 글을 시작한다.
업무 메일의 목적
업무 메일을 쓰기 전 업무 메일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업무 메일도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업무 메일의 본질적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과 동일하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메일일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나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상대방의 반응이 꼭 ‘협업을 하겠다’, ‘기획서를 수정하겠다’ 등의 능동적인 행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메일의 핵심 내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바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 메일을 잘 쓴다는 건
업무 메일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하나인 만큼 업무 메일을 잘 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게 없다.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일을 하는 곳이니까.
1. 정확한 의사소통
업무 메일을 잘 쓴다는 것은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뭘까? 핵심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핵심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라는 문장에서 ‘핵심 내용’과 ‘쉽게 전달한다’에 집중해야 한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핵심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핵심 내용을 모르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핵심 내용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 내용을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쉽게 전달한다는 건 내용적 측면과 시각적 측면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불필요한 문장과 부분을 걷어내고, 꼭 필요한 내용만으로 글을 써야 한다. 시각적으로는 불렛, 강조 표현 등을 사용해 상대방이 한눈에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빠른 업무 가능
핵심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보내, 정확한 의사소통에 성공한다면 나와 상대방의 업무 속도는 자연히 빨라진다. 상대방이 답장으로 이해 못한 내용을 되묻는 일이 적어지고, 그렇게 되면 상대방에게 그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답장을 쓸 일도 줄어든다. 즉 상대방이 묻는 시간, 내가 다시 답장을 하는 시간이 절약되며 각자 더 빠르게 업무를 할 수 있다.
각자의 업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곧 회사 전체의 업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회사의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등 거창한 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아주 사소하게, 모든 구성원들이 메일 하나만 정확하게 써도 회사의 업무 속도는 자연히 높아질 수 있다.
3. 글로 남는 증거 확보
업무 메일은 글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지만 메일 그 자체로 일종의 사내 자료, 문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업무 메일을 잘 쓴다는 건 사내 문서를 잘 만들었다는 것과 동일하다.
잘 만든 사내 문서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내 문서의 유형에 따라 장점도 달라진다. 어쨌든 업무 메일이라는 사내 문서에 한정해서 볼 때, 잘 쓴 업무 메일의 가장 큰 장점은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특정 업무에 대해 상대방과 의견 대립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면 거래처와의 수수료 정산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이 전에 거래처와 수수료 정산에 대해 논의한 업무 메일이 존재한다면, 업무 메일을 확인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즉, 업무 메일이 주장에 대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단, 업무 메일이 항상 나의 주장에 대한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업무 메일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다.
4. 회사 내 이미지 상승
업무 메일은 나만 볼 수 있는 문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볼 수 있는 문서다. 따라서 잘 쓴 업무 메일을 통해 핵심 정리 능력, 문서 작성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일의 기본기를 보여줄 수 있다. 따라서 업무 메일을 잘 쓸수록,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일을 실제로 잘하는 것과 일 잘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업무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더 많은 업무적 신뢰를 얻어야 회사에서의 내 존재감이 더 단단해진다. 참고로 실제로 일은 못하며, 일 잘하는 이미지만 쌓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식으로 쌓은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업무 메일의 구성 요소와 작성 순서
업무 메일은 크게 아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제목
2) 인사말&맺음말 (인트로&아웃트로)
3) 본문
보통 본문 – 인사말&맺음말 – 제목 순으로 작성하는 게 제일 좋다. 제일 중요한 내용 본문을 가장 먼저 작성하고, 인트로와 아웃트로로 본문을 보기 좋게 포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문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상대방에게 가장 먼저 전달해야 할 내용을 요약해 제목으로 쓸 때 가장 깔끔하게 메일을 작성할 수 있다.
그래서 아래의 요소별 업무 메일 작성 공식은 평소 쓰는 순서인 ‘본문 – 인사말&맺음말 – 제목’ 순으로 설명한다. 꼭 이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고, 아래 내용을 보고 자신만의 업무 메일 작성 노하우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하다.
요소별 업무 메일 작성 공식
1. 본문
업무 메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핵심 내용을 상대방이 한눈에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본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쓰냐에 따라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업무 메일의 본문 작성 방식은 회의록 작성과 비슷하다. 우선 핵심 내용이 여러 가지라면 주제 별로 MECE 하게 나눈다. 그 후 주제별로 넘버링과 불렛을 이용해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면 된다. 정말 간단한 내용이 아니라면, 줄글로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넘버링은 더 중요한 주제부터 붙여야 한다. 불렛에 쓰는 문장에도 지나치게 조사를 생략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하다 보면 의미에 혼동이 생길 수 있다. 정확한 내용을 짧게 전달하는 것은 좋지만, 짧기만 하고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메일 작성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해줘야 하는 행동이나 꼭 알아야 하는 내용에 볼드와 글자, 배경 색상을 변경해서 상대방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내용에 다시 한번 강조를 해준다.
2. 인사말&맺음말
1) 인사말
인사말에서는 가볍게 인사한 뒤 받는 상대를 정확히 지칭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면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메일을 보내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한두 줄로 작성하면 끝이다.
무턱대고 인트로부터 쓰다 보면 내용이 딴 길로 새거나, 전달하려 했던 내용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본문에 집중을 많이 하기 위해 본문을 가장 먼저 쓰는 것이 좋다. 인사말과 맺음말은 자신만의 인사말, 맺음말 유형을 몇 개 보관해 놓고, 상황에 따라 변형해가면서 사용하면 빠르게 쓸 수 있다.
2) 맺음말
맺음말에서는 본문에서 말한 핵심 내용과 요청 사항을 다시 한번 언급해준다. 그리고 상대방이 해야 하는 행동에 마감 기한이 있을 경우, 마감 기한을 다시 말해주면 끝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감사합니다. OOO 드림”으로 끝내면 된다. “감사합니다. OOO 드림”은 메일 설정 내 서명 설정을 하는 곳에 함께 써 놓으면 매번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3. 제목
제목은 전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즉, 받는 사람이 어떤 내용에 관한 메일인지 제목만 보고도 파악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짧고 정확한 제목이 제일 좋지만, 표현할 내용이 많거나 조금 풀어 써야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제목을 조금 길게 써도 괜찮다.
‘기획서 관련 내용 보내드립니다’와 같은 제목이 최악의 제목이다.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도 드러나 있지 않고, 상대방에게 어떤 기대 반응을 요구하는 지도 알 수 없다. 메일을 받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제목만 보고서는 메일이 어떤 내용인지 예상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이 메일을 읽은 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다. 즉, 상대방에게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진다.
대기업, 중견기업, 몇몇 스타트업에서는 메일 제목을 ‘OO의 건’ 형식으로 보낸다. 예를 들면 ‘채용 제안의 건’ 이런 식이다. ‘채용 제안 드립니다’라고 쓰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더 이해하기도 쉽고 문장 자체도 더 자연스러워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OO의 건’ 형식으로 제목을 작성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만약 자신이 들어간 회사 메일 제목 양식이 ‘OO의 건’이면 맞춰서 쓰는 게 좋고, 딱히 정해진 메일 제목 양식이 없다면 전체 메일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작성하면 된다. 제목 양식이 ‘OO의 건’이어도 전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뒤에 ‘의 건’ 이 붙을 뿐이다.
메일 보내기 전 주의해야 할 2가지
1. 수신자, 참조, 숨은 참조
수신자(To)는 메일을 필수로 읽어야 하는 사람이고,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하는 기대 반응을 이끌어 내야 하는 사람이다.
참조(cc)는 수신자 외에 메일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할 사람이다. 보통 사수나 선임을 cc로 넣는 경우가 많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다면 모든 메일에 cc로 사수나 선임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가 나와도 선임이나 사수가 이를 보고 적절하게 대응해 더 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메일을 받았는데 상대방이 누군가를 참조했다면, 참조된 사람도 볼 수 있도록 꼭 전체 답장을 해야 한다.
숨은 참조(bcc)는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 수신자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지만, 메일 내용을 알아두면 좋은 사람이다. 보통 선임이 후임에게 실제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일어나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후임들을 숨은 참조로 설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 첨부파일
첨부파일을 보내야 한다면 첨부 파일이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주의해야 한다. 파일 첨부를 놓쳐서 메일을 다시 보내면, 상대방 입장에서 발신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니 첨부 파일이 있다면 보내기 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모니터에 포스트잇으로 ‘첨부파일 확인‘을 적어 붙여 놓든가, 본문 작성 전에 첨부 파일부터 첨부하고 메일을 작성하는 식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파일 첨부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누락 실수를 완벽히 방지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신경 써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
Gmail의 경우, 메일 본문에 ‘첨부 파일’이란 내용이 있는데, 실제로 첨부파일이 없다면 보내기 전에 파일 첨부를 했는지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 사람들이 하도 파일 누락 실수를 많이 하니까, 이런 기능을 만든 것 같다. 첨부 파일 누락 실수는 만국 공통인 듯.
업무 메일 작성은 일의 기본기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반드시 익혀야 하는 일의 기본기는 커뮤니케이션(메일 작성), 회의록 작성, 폴더링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기본기를 익히는 것과 더불어 업무 메일 쓸 때마다 막막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길. 🙂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