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줄어드는 넷플릭스 두 가지 활로 찾기, 통할까?
넷플릭스 가입자, 비번 공유하면 4천원 더 낸다
요즘 넷플릭스가 자주 제게 메일을 보냅니다. 거주지로 등록된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누군가 제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으니 “본인이 아니면 비번을 얼른 바꾸라”고요.
저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몇 가지 OTT를 지인들과 서로 품앗이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집에 TV가 없습니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 등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만 일과 육아에 치이다 보면 한 달에 드라마 한 회조차 마음 편히 보는 날이 없죠.
하지만 주변에서 “이 드라마 재밌대”라거나 ‘시청률 폭발’ 기사를 보면 욕망을 누르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몇 가지 OTT를 동시에 가입한다면 매달 최소 3만 원씩은 그냥 나가고 맙니다. “보고는 싶고, 매일 보는 것도 아닌데 모두 다 돈 내기는 부담스럽고” 이런 이유로 저뿐만 아니라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비번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가 비번 공유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도미니카 공화국 등 중남미 5개국에서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인 ‘홈 추가’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구독 계정 공유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건데요, 이들 5개 지역 고객이 거주지 밖에서 2주 이상 계정을 사용할 경우 추가 요금을 물린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비번 공유 단속’은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가입자가 20만 명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011년 넷플릭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처음입니다. (이 수치는 넷플릭스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70만 명의 가입자를 잃은 것도 포함된 것이긴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넷플릭스는 급격하게 가입자를 끌어 모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매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10년 만에 회원 수가 수십만 명 줄면서 넷플릭스는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 TV 플러스 등 신생(이라고 하기엔 핏줄이 세계 재벌인) OTT가 탄생하고 업계 경쟁이 심해지면서 넷플릭스는 신규 회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가 역시 올해 들어서만 65%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과 함께 계정을 공유하는 것이 실적에도 걸림돌이라 판단한 듯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넷플릭스는 암호 공유 단속에 나설 것이고, 공유하는 계정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주주 서한에서 “계정 공유가 넷플릭스 신규 구독자 확보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빠를 때는 비밀 번호 공유 문제가 큰 이슈가 아니었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1억 가구 이상이 구독료를 내지 않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서비스 확장을 위해 암호 공유를 일부 용인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2023년까지 서비스 제공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밝혔습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뒤 넷플릭스는 결국 이를 실행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홈 추가’ 기능을 출시하고 매달 2.99달러(한화 약 3900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도록 했는데요.
요금제별로 공유 계정 수가 달라집니다. 베이식 회원은 다른 가구 한 곳을, 스탠더드 가입자는 두 곳, 프리미엄 가입자는 최대 세 곳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신규 회원이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하위 계정을 설정하고 플랜 한도 내에서 기본 계정 소유자와 동시에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회원들을 처벌하는 대신, 비용을 부과하면서 계정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유료 구독을 등록한 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2주 이상 계정을 사용할 경우 앱을 통해 계정 소유자에게 알림이 발송된다고 합니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의 이런 시도는 계정 공유와 관련해 추가 수익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는데요. 남미 지역에서 이같은 테스트를 시행하는 이유도 해당 지역에서의 비밀번호 공유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BBC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따른 추가 요금 대상 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넷플릭스의 공유 계정 단속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구독자에게는 그리 달갑지는 않은 소식입니다. 서울대 입시가 국내 모든 대학의 입시 전형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글로벌 1위 기업의 서비스 정책 변경은 전 세계 모든 OTT 서비스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월 1만원 내외’ 광고 기반 요금제 출시 예정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면 월 구독료를 낮추는 ‘광고 시청 요금제’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넷플릭스가 광고 기반의 저가 모델로 구독료를 낮춘다면 이 또한 OTT 시장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유료 구독 모델 외 다른 수익원이 없는 넷플릭스의 경우 최근 3년 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미국에서 202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022년 1월 넷플릭스 월 이용료를 인상했고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2020년 5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제공 콘텐츠가 OTT 중에서는 가장 많다고는 하지만, “가격에 비해 볼 것이 없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도 많다”는 등 고객 불만도 계속 증가했습니다.
지난 2021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미국 1000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스트리밍 절독의 가장 첫 번째 이유가 가격 인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74%가 가격이 올라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미국 시간) 헤이스팅스 CEO는 실적 발표 어닝 콜에서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광고가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을 안다. 하지만, 전 팬들의 편이고 만약 소비자들의 저가 상품을 원한다면 광고 기반의 저가 서비스를 내놓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아직까지 광고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광고 기반의 다른 서비스들과 비슷한 수준인 월 10달러 내외의 월 구독료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로서는 상당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업계에서는 스트리밍 시장 광고 기반 모델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감안해 넷플릭스도 결국 이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스트리밍 시장에선 광고 없는 구독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SVOD),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 광고+저가 유료 구독이 합친 하이브리드(Hybrid) 모델 등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시장은 오는 2026년 6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200억 달러(24조 7000억 원)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밝힌 금액보다 많은 투자액이며 다른 어떤 사업자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품질을 높이고 구독자에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넷플릭스의 각오가 실현될지, 그래서 추가 요금을 내거나 광고를 시청하면서 구독을 이어갈지, 물가도 치솟는 마당에 아예 지갑을 닫아버리고 말지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참고 기사)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