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펫 코스메틱? 우리 아이한테도 필요할까?>에서 이어지는 인사이트임을 명시합니다.
이번 펫 코스메틱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페오펫 최현일 대표의 강연이다. 그는 융복합 시대에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빠르게 캐치해 도입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은 이미 카테고리별 전문화가 돼 있어 융복합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누가 먼저 융복합을 이해하고 벨류체인을 그려내느냐가 관건이다.
페오펫은 동물의 생명 주기인 15년을 기반으로 B2B와 B2C의 투 트랙 전략을 기가 막히게 짰다. 동물병원과 연계해 예방접종 및 진료 기록을 연동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커뮤니티를 도입했다. 또한, 사람이 반려동물을 입양했을 때의 첫 1년에 초점을 맞춘 락인 전략을 사용하며, B2G 전략에는 공신력과 신뢰성을 더하고 있다. 치료비 영수증을 증빙하면 페오펫 어플에서 페이백이나 포인트 지급을 하는 등 커머스 연결에도 진심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와 동물 산책 메이드 등의 서비스도 곧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의 강연이 유독 와 닿은 건 내가 뷰티 시장에서 하고 싶은 일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준비 중인 게 있는데 이건 나중에 공개하겠다.
아래에는 최 대표가 언급한 7가지 인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펫 커머스 업체가 투자를 받으며 성장해왔지만, 점점 힘든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커머스의 한계가 피부로 느껴진다. 물론 커머스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더스트리와 에코 시스템을 이해하고 벨류체인을 짜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애플 iOS, 페이스북 등 개인정보 방지법에 대한 이슈 상황이 미디어 커머스를 힘들게 하고 있고, 커머스로 성장한 회사들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앞으로는 뷰스컴퍼니 같은 뷰티 전문 회사처럼 펫 전문 버티컬 에코 벨류체인을 가진 회사들이 카테고리 킬러가 될 것이다.
2. 커머스만으로는 투자 시장에서 변별력을 갖기 힘들기에 데이터 활용 같은 큰 무기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중요하단 건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사람이나 펫이나 데이터 통합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업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새로운 질병과 약 처방에 대해 대응한다고 알고 있는데, 꼭 정부 주도가 아니더라도 벨류체인을 만들어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
3. 펫 시장이 빨리 크고 있으며 투자자가 주목하는 시장인 건 맞다. 고객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존시장의 관습과 관행에 집중하자.
4. 특정 카테고리를 깊게 파는 M&A 전략이 사업의 방향성이 될 수 있다.
요즘은 투자처에서 볼트온 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내가 포브스 3월호 인터뷰를 통해 만난 프랙시스캐피탈 라민상 대표님 역시 IP 사업과 관련해 JTBC스튜디오, 비욘드뮤직, 포엠스튜디오 등의 회사에 투자하고 인수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펫 시장의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가 볼트온 전략으로 벨류체인을 그릴지 기대된다.
5. GS가 공격적인 펫 사업 투자에 나섰다. 펫 시장을 보고 있는 PE 군단과 대기업의 큰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GS는 뷰티업계에 쓰라린 경험을 가졌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리테일과 홈쇼핑을 통합하고 펫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CJ가 올리브영을 공격적으로 키워 점령한 것처럼 펫 시장 역시 사모펀드와 대기업의 전쟁이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다.
6. 펫 시장에서도 경쟁비용이 낮은 곳에서 사업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
7. 브랜드를 만들 때는 펫 고객군을 매우 정밀하게 타겟팅해야 한다.
중요 포인트다. 더 잘게 잘게 나노 입자까지 쪼개 봐야 뾰족한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다. 이건 뷰티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요즘 여성 전용 탈모 샴푸가 잘 팔리는 이유는 탈모 샴푸 시장에서 더 좁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강조했지만, 불편함에서 비즈니스가 나온다. 펫 사업의 기준이 통일되기 전까지 많은 기회가 있을 거다. 이 부분을 대비하고 활용한다면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은 스타트업 하나가 꿈을 안은 채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룰을 만드는 멋진 시대가 도래했다. 그만큼 기업의 지배 구조에서 벗어나 빠르고 신속한 애자일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론 머스크가 2029년에는 인간이 화성에 갈 거라고 얘기한 것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화성을 여행하는 것도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다. 그럼 그땐 어떤 게 필요할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마치겠다.
박진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