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해도 “우영우“, 뒤로 해도 “우영우“
박은빈 배우가 주연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거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로펌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0.9%이었던 첫 화의 시청률이 벌써 5회 만에 10%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영우 신드롬이라고도 부를 정도로 세간의 화제이다.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고래 CG 뿐만 아니라, 매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으로 생각된다.
7월 13일 방영된 5화에서는 현금인출기(ATM)와 관련된 기업 간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다루고 있다. 지식재산권 소송은 일반적인 소송보다 조금 더 어렵고 복잡한 특징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다루기 때문이고, 특허의 속성은 분쟁 절차를 조금 더 까다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기 위한 최소한의 특허 지식을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생소한 단어 “실용신안“, “특허“와 차이점은?
이번 드라마에서 A 회사가 현금인출기(ATM) 기술에 대해 실용신안 출원을 하면서 분쟁이 시작된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실용신안“은 무엇일까?
단어의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면 ‘실용상의 편리를 위하여 새롭게 고안한 물품’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아이디어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마스크를 자주 착용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등장했다. 가수 유노윤호가 내서 화제가 된 마스크도 실용신안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실제는 등록까지 이어지기가 힘들어 디자인으로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스크 입 주변에 뚜껑 형태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 상자 형태를 아이디어 제품으로 만들어도 실용신안이 된다.
“특허”도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권리이지만, “실용신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정리하면, 새롭게 구상한 아이디어라도 기술력이 중상 정도인 기술은 “실용신안”으로, 기술력이 높은 기술은 “특허”로 보호받게 된다.
이번 드라마에서 A기업이 “실용신안“을 출원하였다는 의미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보호받기 위한 노력을 한 것으로 이해하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2. “출원“이라는 말은 무엇일까? “출원“과 “등록“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는 스스로 주장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본 예링의 저서에서 언급하였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법언으로 자리 잡았다.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내 기술을 모방한 사람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한 사람은 “특허“라는 권리를 획득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여야 한다.
특허는 어떻게 획득하게 되는 것일까?
특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내 기술을 글로 써서 아이디어의 내용을 설명하는 첫 번째 관문을 거치고,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는 두 번째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 관문인 “특허문서 작성”은 보통 변리사와 같은 전문가가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이다. 발명자의 아이디어의 핵심을 정리해서 하나의 글로 작성한다.
두 번째 관문인 “특허청의 심사”는 이제 완성된 특허문서를 특허청에 제출하고, 기술을 독점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특허, 실용신안”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단계이다.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해야 법적인 권리를 가지게 된다.
특허 획득을 위해 특허문서를 특허청에 제출하는 것을 “출원”이라고 부른다. “출원“은 특허라는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마라톤에 출발선과 결승선이 있는 것처럼 특허 획득을 위한 여정에도 “출원”이라는 시작점과 “등록”이라는 결승선이 있다. 마라톤에 참여한 선수들이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출원”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허청 심사를 통과하여 “등록“된 권리만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내 기술을 모방한 사람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특허 획득의 시작점이 “출원“이고, 특허 획득의 결승선이 “등록“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조금 더 드라마를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단어를 혼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옥에티로 가볍게 넘겨주시고, 등록된 권리를 전제로 이야기를 바라보시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만 권리가 인정된다.
드라마의 법정에서 A 기업이 박람회에 공개된 기술과 같은 내용으로 실용신안 출원을 한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특허나 실용신안은 ‘세상에 없는 기술’이라는 전제로 강력한 권리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 출원 전에 같은 기술이 있었다면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특허법 제29조 제1항 및 제2항에서 규정하는 절대 불변의 원칙이다. 우리의 일반 상식에도 부합한다.
특허 제도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한 대가로 “특허”라는 강력한 권리를 인정한다. “특허”를 가진 사람은 내 기술을 모방하는 사람의 제품 판매를 금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이 세상에 있었던 기술에 대해서 권리가 인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박람회에서 이미 알려진 기술을 보고 여러 사람이 제품 개발을 시작하였는데, A 기업이 특허권자라는 이유로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면?
공개된 현금인출기(ATM) 제조 기술을 보고 제품을 만든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 A 기업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기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저 특허를 획득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특허법은 권력의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특허 출원 이전에 공개된 기술이 있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힘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했다. “권리남용의 항변”이나 “공지기술 제외의 항변” 등으로 불리는 안전장치이다.
이러한 이유로 드라마의 B 기업은 A 기업의 실용신안 출원 전에 판매된 타사의 현금인출기(ATM)를 널리 찾는 것이다. 실용신안 출원 전에 같은 기술이 알려진 증거를 찾아 권리 행사의 부당함을 입증하기 위함이다. (제가 B기업을 상대로 자문을 했다면, 숨겨진 ATM을 찾아다니기보다 박람회에 공개된 증거 자체가 이미 특허 무효사유라고 주장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사례를 각색하면서 발생한 두 번째 옥에티라고 생각됩니다.)
3주가 넘게 ‘우 to the 영 to the 우’ 앓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 회차에 지식재산권 분쟁이 나와 더욱 재미있게 시청하였습니다.
옥에티는 가볍게 넘겨주시고, 변호인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이번 회차를 간단한 특허 지식과 함께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청자로 앞으로의 회차도 응원합니다. 간단한 특허 분석이었습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