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보다 전문가가 더 믿음직해
소규모 중소기업은 내부 역량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사장이나 몇몇 특출한 직원의 능력에 의지하죠.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팀장 이상급의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머지 직원들은 회사의 사정에 맞추어 뽑은 직원들이 대다수이고요.
그런 직원들의 능력에 대해 사장은 확신이 없습니다. 그들이 뭔가 보고를 해오면 뭔가 미심쩍어 합니다. 조사를 철저하게, 본인이 확신을 가지고 보고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그럴 때 사장은 주변의 전문가나 인터넷에 물어보게 됩니다. 요즘은 인터넷도 전문가와 다를 바 없으니까요.
의사결정 사안이 난해할 때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나쁠 게 없습니다. 문제는 전문가는 지나치게 신뢰하면서 직원을 믿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일부 사안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필요하나,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별도의 전문가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고 인터넷 검색에 기대려면 왜 비싼 월급 주고 직원을 채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사장과 직원 간의 신뢰가 사라지고 그 때문에 직원의 능력도 저하된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사장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느끼는데 어느 누가 적극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려 할까요?
어떤 사장은 보고하러 간 팀장 면전에서 전문가에게 전화하기도 합니다. 구매의 경우 직접 최저가 검색을 하기도 하지요. 이를 본 팀장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집니다. 능력이 100인 직원이 중소 기업에 가면 50~ 6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직원의 능력을 키워 회사의 중추적 인재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호를 주면 직원은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사장은 시간이 지나도 직원이 제자리인 것을 보면 외부에서 인재를 찾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수혈된 직원도 이런 사장 밑에서는 같은 길을 걷겠지요.
경영 컨설팅을 받아도 실행 못하면 무용지물
경영 컨설팅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장도 있습니다. 컨설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회사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장은 컨설턴트들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진단을 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길 원합니다.
사장은 컨설팅을 받을 때는 실행 의지가 충만합니다. 진단 결과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랬던 사장이 컨설팅이 끝나고 보고서를 받아 들고 나면 실행은 흐지부지 됩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는 컨설팅 내용이 어렵습니다. 컨설팅이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분히 이론적인 측면도 많고요. 어려운 경영 관련 용어도 많이 씁니다. 처음 컨설팅을 받아보는 직원들은 컨설턴트들이 하는 말을 대체로 이해를 못 합니다.
워크숍 한 번 하고 나서 컨설턴트들이 직원들에게 소감을 물으면 거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컨설팅 끝나면 회사가 바뀔 것 같다.” 등의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뒤로 돌아서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바빠 죽겠는데 왜 저런 것을 하나?” 등의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둘째는 컨설팅 기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컨설팅은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진행합니다. 현업이 바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 3개월도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고 실행할 시간으로는 역부족이죠.
셋째는 컨설팅 결과를 실행할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컨설팅 결과물이 보고서이기 때문에 컨설턴트들은 보고서 작성에 치중합니다. 몇 백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주고 가죠. 컨설팅 내용도 이해 못했던 사람들이 그 보고서를 보고 실행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회사에 실행 역량이 없어서 컨설팅을 받았는데 말입니다. 3개월 동안 회사만 발칵 뒤집어 놓고 만들어진 두꺼운 보고서는 사장의 서랍 속으로 들어가고 마는 것이죠. 사장은 ‘언젠가는 실행해야지!’하고 마음만 먹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이 생각하는 ‘회사의 문제‘가 직원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장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컨설팅을 신청하는 사장은 없습니다. 대개 이런 사장은 컨설팅 자체도 자신의 입맛대로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어떤 사장은 컨설팅 결과에 따른 조직 개편 등의 사안을 발표 전 자신이 수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직원들이 아니라 사장 본인이라고 생각하면 해법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 실행에 접근하는 사장의 의지도 달라지겠죠. 사장이 바뀔 때 컨설팅 결과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내부 역량을 강화하라
중소기업들에게 전문가의 도움은 절실합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듯이 회사도 문제점을 진단하고 치료를 해야 합니다. 컨설팅을 한 번 받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진단만 받고 치료를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 치료는 의사처럼 컨설턴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되 내부적으로 결정 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실무적으로 도와주고 같이 고민하는 컨설팅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컨설턴트와 협업하는 직원들의 능력도 배양되지요.
요컨대 컨설팅을 내부 직원들의 실행 역량 증대와 문제점 개선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1회성 컨설팅에 그치지 말고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 훨씬 더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컨설팅 업체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기에 컨설팅이 끝난 후에 유지보수 계약을 제안 하기도 합니다.
명심할 것은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문가도 자신의 지식 범위 내에 있는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감안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론 회사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비전문가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비전문가의 자유로운 생각이 더 유용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사장은 자신의 생각부터 점검해 봐야 합니다. 자신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회사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부 직원들이다. 다만 사장만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사장이 먼저 바뀌겠다는 생각과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전문가보다 직원들을 믿고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장의 실행 의지를 뒷받침해 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직원들이어야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