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리스크 관리의 이유와 필요성

 
 

‘일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한다고?’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분명히 일은 처리하고 있는데 순서도 절차도 없이 이렇게 들이치는 대로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그러나 이런 생각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휘몰아치던 일을 허우적대며 끝마치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찾아온다. 퇴근과 동시에 이런 생각들은 까맣게 잊혀진다.

반대로 고객의 입장에서 이런 적도 있었다. 서류를 제출하고 2~5 영업일 정도 소요된다는 말에 꼬박 다섯 밤을 다 기다린 이후에도 연락이 없자 여섯 째 날에 연락을 해보면 담당자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아, 서류가 아직 확인이 안 됐네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 확신이 선다. ‘아, 내가 보낸 서류 이제 열어봤구나.’ 하고.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속에서 화가 나기도 하고 왜 일을 이런 식으로 하는지 궁금해 했던 날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냥 작은 회사니까 그러겠거니 하는 내성마저 생겼다. 그렇다면 이 작은 기업들은 왜 이런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을 잘 못 지키고 있을까?

 

 

익숙해서 발생하는 문제들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면 어려워서 못하는 일은 거의 없어진다. 오히려 이미 몸에 익어서 금세 끝내버린다. 그러다 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잘 처리되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놓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의 대부분은 바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켜켜이 쌓여간다. 이런 문제들이 어느 날 갑작스레 들춰지는 경우 회사에는 리스크 경보가 울린다. 누가 했는지도 모르고, 했다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기록조차 없고, 안 했다면 어떤 게 한 것이고 어떤 게 안 한 것인지조차 가늠이 안 된다. 이런 문제들이 회사 곳곳에 쌓이지 않으려면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운영 리스크란 업무 과정에서 해야 일들을 수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업무를 기한 내 처리하지 않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고객 가이드를 통해 안내된 내용을 수행하지 않는 상황이나, 요청한 업무를 실수로 잘못 처리하는 상황 등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다 운영 리스크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팀 직원이 물건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누락하고 판매를 해서 환불이 많이 들어온다면 회사는 당연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판매 실적을 지표로 삼고 있는 영업팀에서 환불을 지표로 삼지 않는다면 회사에서는 영업팀의 실적만을 놓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반대로 환불을 담당하는 고객센터에서는 전화를 통해 환불을 하는 것이 지표로 되어 있다면, 환불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나무랄 수도 있다. 이런 상황도 운영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결합된 문제를 별개로 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운영 리스크를 조직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리를 해야 한다.

 

 

 

 

운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데?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경영진의 관심이 필요하다. 너무나 뻔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스타트업처럼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개인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업무 상황에 맞춰 모든 리스크를 관리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다. 하는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직원이 생각하는 범주 내에서는 해소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조직적 차원의 문제는 당장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개인이 발견해서 위험성에 대해 말하더라도, 이야기를 듣는 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따라서 개인의 입장보다는 경영진들이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조직적으로 변화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환경을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조직을 대표하는 이들이 우리 회사는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된다. 리스크 관리 부서가 있다면 개별 부서에 위험이 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조력해주면 된다. 이 정도로 환경이 형성이 될까 싶겠지만 사실 이런 것들조차 안 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혹은 팀만 신설해주고 지원을 늘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일 때 회사에 대표자 혹은 이사진들의 지지가 있다면 각 부서들이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정보도 공유해주고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운영 리스크 관리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가장 이점은 예방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있다는 점이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큰 사건 하나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건이 29개가 발생하고 또 그에 앞서 더 작은 잠재적 징후들이 300가지가 선행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나타낸 법칙이다(1:29:300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작은 징후들을 미리 발견해서 조치한다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법칙이다. 운영 리스크를 사전에 조치한다면 자연스레 큰 사건은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이점은 목표의 효과성을 높일 있다는 점이다회사가 세운 전략이 잘 달성되기 위해서는 운영이 잘 뒷받침되어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운영 리스크가 많은 조직일수록 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기업이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만큼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욱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거 하기도 벅찬데요.

 

그러나 누군가는 자원도 시간도 부족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많은 자원을 할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곳에 돈을 더 들이는 게 현명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결국 측정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고, 관리하지 않는 것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기에 미리 관리하는 것이 백 번 낫다.

또 다른 누군가는 ‘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한 신생 기업에 자동화는 언감생심이다. 서비스를 구축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모든 일을 자동화하기에는 개발 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문제가 있다. 운영 리스크라는 것이 ‘저 리스크입니다.’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운영 리스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나타날 수 있다. 운영 과정에서 사업 환경의 변화, 조직 문화의 변화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 리스크를 아예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용할 있는 범위 내로 모으고 관리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조직의 관심과 지원이다.

 

결국 스타트업이 운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조직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자동화를 시키는 것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결국 업무의 범주에 들어와야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지시와 환경이 마련된다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안전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담당자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높은 허들 하나를 해소해주는 것과 같다. 운영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계속되는 한 조직의 목표는 그 전보다 더 잘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열심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