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차등 지급은 상대적 박탈감 초래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회사들이 잇따른 성과급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MZ 세대 직원들이 거침없는 불만을 터트렸기 때문인데요. 이 사태를 바라보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사장과 직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연봉의 절반 또는 기본급의 몇 백%를 지급한다고 하니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겁니다.
이와 같은 논란을 바라보면서 성과급을 지급하려는 중소기업 사장은 고민이 더욱 커집니다.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돌아오는 월급날이 무서운 사장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죠. 성과급을 주고 싶어도 자금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나마 실적이 좋은 회사들이나 얼마간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게 됩니다. 이것도 사장의 마인드가 깨어 있는 회사나 해당되죠.
실적이 좋아 성과급을 지급하고 싶은 중소기업도 또 하나의 고민이 있습니다. 성과급을 팀별, 개인별로 차등해서 지급할 것인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액제나 정률제로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부분입니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잘하는 팀, 잘하는 사람에게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하면 성과를 더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등 지급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줄 것은 다 주면서 잃는 것이 더 많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량한 중소기업 A가 있었습니다. 사장은 회사가 이익이 나면 직원들과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회사의 연도별 사업 실적을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목표 대비 달성률이 낮은데도 이익이 났다는 이유로 거의 매해 성과급이 지급되었는데, 그것도 팀별로 차등하여 지급을 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지급했느냐고 물으니 그냥 사장이 정했다고 하더군요. 직원들에게 성과급은 이미 연봉과 다름없는 수입이었습니다.
지급시기가 되면 직원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죠. 성과급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팀 별 차등 지급이 그 원인이었죠. 이로 인한 불만으로 팀 간 업무협조가 거의 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한 뒷담화와 험담만 무성했습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사장은 항상 연말이 되면 이 성과급 지급 문제로 골치를 썩였습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까요? 차라리 지급하지 않았다면 낫지 않았을까요?
사장 마음대로 성과급??
중소기업에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게 되면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큰 이유와 이와 관련해 나타나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반 중소기업은 특성상 단일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회사의 모든 조직이 그 단일 제품, 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이 사실을 무시하고 성과급을 팀 별로 차등해서 지급하게 되면 회사 매출이나 이익에 일부 특정 팀만 기여한 것이라 간주하는 셈이 됩니다. 적게 받은 팀은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나 조직은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여깁니다. 자신이나 자신의 팀이 회사에 가장 기여도가 크고 고생도 남보다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성과급으로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되면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열심히 일해도 인정받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해서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게 되고 팀 간의 협조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도와줬는데 과실은 저 팀만 따먹는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타 팀이 협조의 대상이 아니라 시기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둘째, 중소기업은 성과를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가 수치로 드러나는 영업팀을 제외하고 나머지 팀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기준 없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게 되면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의심을 받게 됩니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저 팀은 100%, 우리는 50%만 받는가?’ 하는 것이죠.
이를 감안하지 않고 일부 중소기업 사장은 지급대상과 지급률을 마음대로 정합니다. 본인이 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팀이 가장 잘했는지도 가장 잘 안다고 자신합니다. 기준을 만들어 보고하거나 집단 성과급을 건의하면 싫어합니다.
본인의 권한이 뺏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장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차등 지급을 하게 되면 직원들의 오해와 불신이 초래됩니다. 공정한 성과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장에게 잘 보인 팀이 성과급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니까요. 성과를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 없이 사장 마음대로 차등 지급을 하게 되면 각 팀들이 과연 내년의 성과급을 위해 더 노력할까요? 평소 사장에게 잘 보이고 연말에 복불복을 기다리면 될 겁니다.
일정 규모 되기 전까지는 ‘집단 성과급‘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고 팀별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집단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한 다음 직원들에게 공표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그 기준과 내용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단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해서 모든 직원들이 똑같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정액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직원의 기본급에 지급률을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그 특성상 직급이 높은 사람이 많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단 성과급의 폐해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과 달리 직급이 높은 사람이 반드시 뛰어난 역할을 한다는 보장도 없고, 직원들 중 무임승차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불합리함에 분노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성과 측정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회사가 처음부터 팀 별, 개인별 성과급을 도입한다면 더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장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자금 집행의 효과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회사가 측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까지는 점진적 도입이 바람직합니다.
우리 모두는 ‘돈’이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IMF 이후 도입이 시작된 연봉제, 성과급제 등 성과주의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니 당연합니다. 이와 별개로 성과주의에 대한 폐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과주의의 효과가 없고 치명적 오류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각종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연봉제, 성과급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과주의가 당연하고 상식인 현실을 인정합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중소기업이 성과급을 어떻게 지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입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