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도 초개인화 시대? 글쎄
바야흐로 초개인화 시대가 열렸다!
최근 맞춤형 화장품에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발달 및 IT 기술 결합의 가속화에 따라 개인의 피부 상태를 체크한 후 그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맞춤형 뷰티 시장’이 화두로 떠오른 것.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10년 전부터 나왔고, 전에도 많은 시도가 있었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다.
맞춤형 화장품의 형태는 결국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2013년에도 잠깐 트렌드로 떠오른 적이 있지만, 기술력과 소비자의 인식이 어느 정도 필요한 단계까지 올라오지 않아 점차 잊혔다. 사실 뷰스컴퍼니로 바꾸기 전 사명도 소셜큐레이션이었다. 2013년에 마케팅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 보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잘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트렌드는 누가 반 박자 빠르게 가느냐의 싸움이다. 너무 먼 미래를 꿈꾸면 소비자를 설득하기까지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 지속적인 적자를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이 싸움은 생각보다 길어질지도 모른다.
가드너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교육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달인이 되는 과정은 대개 일련의 실험과 시험적인 단계를 거쳐 이뤄지지만 일단 도약하게 되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즉 초반 기대심리로 인해 산업이 상향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다 결국 떨어지면서 저점에 꾸준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MCN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장 정리가 되고 있으며 메타버스와 NFT 관련 비즈니스도 곧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올까? 물론 온다. 하지만 생산자의 이야기와 소비자의 니즈 사이에 접점이 생겨야 한다. 그 타이밍이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리는 타이밍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크게 변화는 없다.
10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수많은 브랜드를 경험했다. 내가 가장 큰 변화를 느낀 건 뷰티 시장이 점점 작게 작게 쪼개진다는 것. 이 내용은 <올리브영 입점 꿀팁 3가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포화 상태인 탈모샴푸 시장에 ‘여성 전용 탈모샴푸’라는 키워드를 잡고 나와 성공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선크림 역시 무기자차와 유기자차를 넘어 더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나오고 있으며, 향 관련 제품도 다채롭게 발전 중이다.
시장의 상향평준화. 과연 좋기만 할까? 아니,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그래서 하나하나 가이드가 필요하고, 효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산업은 대기업의 지배구조 아래 성장하고 있고, 뷰티 또한 대기업의 지배 아래 있다. 이미 탈중앙화가 돼 치열하게 경쟁하는 업태를 보면 해당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과거 쿠팡, 위메프, 티몬이 박 터지게 싸우던 소셜커머스 시절,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과 프로모션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놓았다.
결국은 소비자다. 최근 명품 직구 업계가 핫해지며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등의 회사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오픈하고 있다.
그러나 뷰티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뷰티업계에 몸 담으며 다방면의 조사를 하지 않고 올리브영만 편협적으로 조사하는 이유도 사실 거기서 트렌드를 다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지배구조와 생태계는 아직도 견고하다. 맞춤형 화장품의 시대, 물론 오긴 하겠지만 5년은 더 미뤄서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젠 이커머스 시대를 넘어서 누가 데이터를 취합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잊지 말자. 대한민국의 인구 수 그리고 소비자의 구매력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해 그 파이를 가지고 오느냐의 싸움이다. 최근 iOS, 플랫폼별 API, 개인정보법 등의 이슈로 인해 이커머스 바람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지금은 데이터 통합이 우선 과제다. 기업과 정부기관이 가진 각자의 데이터가 정량화되고 통합돼야 한다.
분명하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아래 대량으로 물건을 찍어내고 소비하던 시대는 끝났다. 각 업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진화가 계속되는 만큼, 누가 먼저 벨류체인을 융복합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맞춤형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취합이 이뤄져야 소비자 또한 각자에 대한 진단과 정보를 얻게 될 것이며, 그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도 나올 거란 게 내 개인적인 견해다. 그리고 그 때까지의 시간을 버티고 극복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게 될 거다. 지금은 소비자 스스로도 객관화가 안 되고 있다는 게 팩트다.
우리는 융복합 시대에 살고 있다. 뷰티업계의 관습, 대기업 간의 유착 등 바꿔야 할 게 너무도 많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뷰스컴퍼니에서 할 것이다. 기대해라.
박진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