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직매입 사업 진출, 이커머스 시장을 뒤흔들 메기가 출몰했습니다!
결국 실패로 끝난 카카오의 도전
카카오가 커머스 직매입 사업에 진출합니다. 직매입 사업이란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을 넘어서, 아예 직접 물건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모델을 말하는데요. 쿠팡의 로켓 배송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매입 모델의 장점은 가격, 물류 등을 플랫폼 입맛에 맞게 통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이 일반 택배보다 하루 빠르게 소비자에게 배송될 수 있었던 것도 직매입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물류와 재고 관리를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는 건데요. 앞서 위메프, 티몬 등이 대대적으로 직매입 비즈니스를 확장하다가, 포기한 이유 역시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매입 비중이 높은 플랫폼은 쿠팡, 마켓컬리 등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은 모두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뒤늦게 직매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카오가 꿈꾸던 커머스 청사진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네이버처럼 쇼핑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에 쇼핑 탭을 추가하고, 수수료 무료인 커머스 플랫폼도 선보였지요. 하지만 파급력은 기대와 달리 미미했습니다. 오히려 쿠팡과 네이버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카카오도 직매입 진출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직매입의 덫을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직매입 진출을 시도한 커머스 업체는 많았지만, 정작 의미 있는 규모까지 키워낸 곳은 드뭅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요. 우선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직매입을 하는 것만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주기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일단 카카오는 투자 여력 측면에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 사업은 물론, 선물하기 같은 커머스 사업에서도 수익을 충분히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보유한 만큼, 경영진의 의지만 확실하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직매입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카카오는 물류 생태계 플랫폼 ‘카카오 i 라스’를 출시한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나 라스트 마일 역량을 보유한 카카오 모빌리티 등과의 협력을 통해 물류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축할 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카카오라면 다른 커머스 플랫폼들이 빠졌던 직매입의 덫에 걸리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성공과 관계없이 메기는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듭니다. 카카오의 결단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수년 전부터 커머스 시장 경쟁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거래액 규모로는 더 큰 플레이어들도 많았지만, 독특한 비즈니스 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과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1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는 잠재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이 일정한 성과를 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정말 미친 성장을 보여준 선두 업체들과 달리, 카카오는 분사를 했다가, 다시 본사로 편입되는 등 복잡한 사정을 거치며 달려야 할 타이밍을 놓친 모양새입니다.
이제야 직매입 사업을 키우며 새로운 전략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직매입 MD 인력 채용을 막 시작한 만큼, 본격적으로 사업이 궤도화에 오르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되면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는 더 공고해질 테고요.
다만 카카오가 직매입 사업을 적어도 진득하게 지속해가기만 해도, 분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거로 보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이 점차 둔화하며, 경쟁 구도가 서로의 점유율을 뺏는 제로섬 게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막대한 트래픽과 물류 생태계를 갖춘 카카오의 공습은, 그러한 경쟁에서 더욱 무섭게 다가올 테고요. 아무리 쿠팡과 네이버라 할지라도 일정 부분의 출혈은 있을 겁니다.
더욱이 시장 내 3등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SSG, 11번가 등에는 이러한 카카오의 행보가 더욱 위협적일 텐데요. 카카오의 1차 표적은 아무래도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고요. 특히나 최근 다시 직매입을 확장하고 있는 11번가는 카카오와 MD 인력 확보 단계부터 부딪히게 될 거로 보입니다. 이처럼 카카오의 이번 선택은 너무 결단이 늦었기에, 결과적으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커머스 시장을 다시금 흔드는 메기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낼 것 같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