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벤치마킹의 방법론부터 자잘한 tip까지
처음 신입 기획자로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나의 주 업무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우리 서비스의 전체적인 구조 이해와 내가 담당할 기능의 좀 더 deep한 공부. 그리고 두 번째는 사이드 프로젝트로서 짬짬이 타사 서비스로부터 벤치마킹 포인트 찾아보기.
오늘은 여러 벤치마킹 보고서를 작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기획자가 타사 벤치마킹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벤치마킹의 두 가지 접근
벤치마킹은 크게 ‘경쟁사 벤치마킹‘과 ‘UX 벤치마킹‘으로 나뉜다(이름은 내가 지음).
1. 경쟁사 벤치마킹
같은 분야 서비스가 ‘어떤 기능’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궁금할 때
경쟁사 벤치마킹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같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서비스의 세부 UX를 분석한다기보다는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경쟁사가 유저에게 ‘어떤 기능’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분석하는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우울하거나 화날 때마다 쓰는 다이어리 앱을 기획 중이라고 하자. 먼저 기존 감정 일기 서비스 중 하나인 ‘우울증 다이어리’는 어떻게 우울증 환자가 우울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지, 우리가 더 많은 가치를 줄 수는 없을지 벤치마킹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타사 벤치마킹을 통해 알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우울증 다이어리’가 우리의 경쟁사이기 때문에 벤치마킹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떤 인사이트도 줄 수 없다. 해당 서비스가 ‘어떤 기능으로 어떻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유저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어떤 기능으로 어떻게 감정을 쉽게 적도록 유도하는지’ 등 벤치마킹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 Tip
아직 앱 서비스에 방향성이 잡히지 않았다면, 우리의 경쟁 서비스가 어디인지도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쓸 수 있는 툴이 ‘포지셔닝 맵’이다. 포지셔닝 맵은 각 서비스/브랜드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4분면에 위치시키는 기법이다. 4분면에 경쟁사를 위치해 놓고 보면 우리가 어느 위치에 속하고 우리와 같은 위치에 있는 서비스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 UX 벤치마킹
서비스 내 특정 기능의 세부 UI/UX를 기획할 때
경쟁사 벤치마킹의 경우 대상 서비스가 직접적인 경쟁사에 머물러 있다면, UX 벤치마킹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 UX별 벤치마킹은 이미 상위 기획이 끝난 후 출시되었거나 출시 예정인 기능의 세부 UI/UX를 기획하고 싶을 때 매우 유용하다.
다시 다이어리 앱의 예시로 돌아가 보자. 기획자가 이미 ‘우울증 다이어리’ 등 경쟁사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 서비스가 제공해야 하는 기능으로 ‘분노 일기 작성’으로 결정했고, 세부 기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때 유저가 작성한 ‘분노 일기’를 볼 수 있는 목록 화면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 다이어리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기획자가 봤을 때 참고할 만한 서비스를 벤치마킹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약 시간에 알림을 보내주는 약 알림 서비스인 ‘태양이’의 투약 목록 화면 UX가 간결해서 좋았다면, 해당 서비스를 분석해볼 수 있다.
우리 서비스에 딱 맞는 UX를 찾았다면, 적극적으로 서비스에 녹여보는 것까지 마쳐보자. 훨씬 더 팀원들을 설득하기 용이해질 것이다.
벤치마킹 시 명심해야 하는 3가지
마지막으로 신입이었을 때 여러 개의 벤치마킹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느꼈던 점, 선배에게 받았던 조언을 정리해보았다.
1.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좋았던 점과 Action Plan까지 짚어주기
‘ OO님~ 벤치마킹 자료 잘 정리됐는데, So what이 부족한 것 같아요! ‘
내 사수님의 첫 피드백이었다. 당시 나의 평가를 보고서에 적지 않았던 이유는, 신입 나부랭이의 사용성 평가가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매우 바쁜 실무자들. ‘그래서 우리 서비스도 이렇게 되면 좋을 것이다.’라는 패기어린 조언도 아끼지 말자. 실제로 벤치마킹을 통해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 그리고 우리 서비스에 적용되었을 때 화면까지 함께 가져가니 반응이 좋았다.
2. 벤치마킹의 목표 확실히 하기
그렇게 두 차례의 벤치마킹 이후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시키지 않은 타 서비스도 모조리 분석을 시도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영 갈피를 못잡겠었다. 어디서부터 분석해야 할지, 어떤 점을 가져가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그때 깨달았던 점은, 벤치마킹을 할 때에는 질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벤치마킹은 Research의 영역이다. 리서치는 구글 검색과 같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망망대해를 떠다니게 된다.
또한 질문을 명확하게 하면 오히려 조사할 거리가 더 많아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단순히 일기 작성 기능을 제공하고 싶어 벤치마킹을 시작했다가, 질문을 더 명확하게 했더니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빠르게 감정일기를 작성할 수 있을까’가 근본적인 질문이었을 수 있다. 이때에는 단순히 타 서비스의 작성 기능 외에도 빠르게 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하는 회원가입 UX를 벤치마킹 할 수도 있다.
3. 잘 모르겠다면 많이 조사해보기
타 서비스의 기능을 보니 특정 기능에 대해 제공하는 스펙이 각기 다른 적이 있었다. 어디선가 읽은 아티클에서는 좋은 서비스 4~5개로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했지만, 4~5개로는 우리 서비스의 스펙을 정하기에는 어려웠다.
우리 팀장님은 나의 고민을 들어보시고는, 그럴 땐 최대한 많은 서비스를 쭉 리스트업해서 패턴을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생전 들어본 적 없지만 일본의 no.1 서비스까지 긁어모아 15개 정도의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었고, 4~5개로는 얻을 수 없었던 동향을 볼 수 있었다.
양치기가 정답은 아니다. 분명 좋은 서비스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해당 기능 측면에서 좋은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면, 많이 보는 게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참고해보세요!
2. 벤치마킹을 위한 UI 참조 사이트 정리
쪼렙 서비스 기획자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