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깊게 몰입되어 있을 때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사업을 보는 눈도 그렇고 생각의 흐름도 그렇죠.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는 개념도 일을 하고 있을 때는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오용하는 개념을 주장하게 되고 밀어붙이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조직의 프로세스가 망가지기도 하죠. 추세와 목표도 일을 할 때 자주 오용하는 개념입니다.
추세는 말 그대로 과거에 하던 대로 앞으로 하면 어떤 일이 얼마나 벌어질 것인지 예측해서 나온 결과 중 하나입니다. 방금 정의한 문장처럼 추세라는 개념에는 몇 가지 명확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과거에 하던 대로 앞으로도 계속 자원을 투입한다.
2. 앞으로 할 일이 과거에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3. 시장 상황이나 제도 역시 과거와 미래가 추세 예측 기간에는 비슷하다.
추세를 예측하는 것은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엑셀에서 Forecast 함수만 그어봐도 새로운 기간의 숫자는 나오고 가정들로 이뤄진 별도의 규칙을 만들어 과거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값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추세를 더 세부적으로 나눌수록 세부적인 유닛의 추세는 더 정확해질 수 있지만 전체 추세는 개별 유닛의 추세의 실제 오차들의 합으로 더 크게 실제와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추세를 구하는 프로세스 그 자체입니다. 한 번에 추세를 예측하는 좋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없습니다. 시도와 실패 속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언젠가는 적절한 지점까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추세의 전제가 달라진다면
그런데 문제는 추세를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추세는 목표가 아닙니다. 목표가 추세일 수는 있지만 추세는 목표가 아니죠. 추세를 설명할 때 명확히 해야 하는 것들을 위에서 세 가지 다루었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목표를 예측하는 기간이 달라진다면 목표는 그 액션 위에서 가감되는 숫자로 추세와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추세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큰 변곡점 없이 최근까지 일정한 추세로 각각의 서비스들이 성장하고 있다면 하고 있는 그래프대로 쭉 그리면 추세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흔히 ‘자연 발생 매출’, ‘깔고 가는 매출’이라고 불리는 예측 가능한 부분은 플랫폼 효과에 의해 일정 부분 유지됩니다. 여기서 추세를 예측해야 할 기간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과거 추세 값에는 없는 부분이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추세에 없는 숫자를 더해 목표로 넣어주어야 합니다.
프로모션을 하는 방식이 달라지거나 과거 일정한 예산을 뛰어넘어 투자받은 자금을 화끈하게 쓸 이벤트가 눈앞에 있다면 과거로부터 온 추세는 목표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이런 걸 굳이 아티클로 만드느냐 싶지만 실제 일할 때는 추세로 목표를 넣는 일이 흔합니다. 새로운 일, 시장 환경의 변화를 대충 생각하거나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죠.
과거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과거 추세 역시 그대로 쓰는 것이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어느 기간에 마케팅 예산을 태워 대형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그 실적이 몇 개월 전에 이동평균선 위를 뾰족하게 튀어나온 기록으로 남아있다면 이 부분을 과거 추세에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효과를 분석해서 효과가 발생하는 일정한 로직을 구한다면 특이한 전제가 있는 이벤트는 제거해야 같은 로직 위에서 안정적인 예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관리 대상이 되는 세부 요인
추세가 목표와 다른 점 중 하나는 관리 대상이 되는 세부 요인들입니다. 추세는 예측하기 쉬운 것 중심으로 예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이 잘 맞추기 위한 예측이 되기 때문이죠. 사업에 나온 매출, 주문 수 등의 숫자는 어떻게 세부 요인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인수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세부 사업으로, 고객망으로, 지역으로 기획자가 관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인수 분해 방법은 달라지고 예측을 한다면 총계가 되는 숫자의 값이 예측과 실적이 잘 맞을 패턴이 안정적인 숫자를 중심으로 예측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목표는 예측을 한 기간이 실제 도래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목표와 실적이 같이 가고 있는지, 다르다면 어느 부분 때문인지, 그래서 어떤 대안으로 사업 계획을 달성할 것인지 관리하는 세부 아이템 단위로 세워져야 숫자놀음을 넘어서 실제 의미가 있게 활용됩니다. 잘 맞추느냐의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목표는 어떻게 보면 추세와 상관없는 그냥 목표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목표는 의지의 문제, 자원 투입의 문제, 업무 프로세스의 문제, 사업 파트너의 문제 등 과거와는 다른, 더 나은 것을 도모하는 과정이니까요.
데이터 과학으로 과학적인 경영을 주장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추세를 예측하는 것과 목표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추세선을 예측하고 그 위에 어떤 액션들이 추가되어 추세를 상향하는 새로운 목표 값을 만들거나 추세를 목표 세우기 전 몇 개의 시나리오로 이런 부류가 있을 수 있겠다는 참고로 볼 수는 있겠죠. 모든 부분에 다 예측을 쓸 수는 없습니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어디 어떤 기술이 쓰여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목표를 정하는 부분에서도 일어납니다. 엉뚱한 목표 구축 프로세스를 만들고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수기로 어느 부분을 덕지덕지 고치는 일이 지금도 벌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